
이 전설적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지난 2000년간의 긴 잠에서 다시 깨어났다. 이집트 정부는 4월23일 세계 책의 날에 맞추어 무바라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재개관식을 열었다.
변변한 서점 하나 없고 600만명의 시민 중 3분의 1이 문맹인 오늘날의 알렉산드리아 지역에 2억3000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대형 도서관을 세운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이집트 정부와 유네스코가 이 일을 추진하고 나서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중동 세계를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에서 도움의 손길을 전달했다. 마침내 1995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착공에 들어가 올해 4월 재개관을 맞은 것이다.

기원전 43년 로마군에 의해 전소
이렇게 책을 통해 세계 각국의 지식들을 모은 결과, 알렉산드리아는 아테네를 능가하는 고대 문명의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이곳에서 유클리드의 기하학이 탄생했고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둘레를 계산했다. 코페르니쿠스보다 1500년 앞서 지동설이 설파된 곳도 알렉산드리아였다. 도서관에서 불과 몇 백m 떨어진 곳에 세워진 파로스의 등대는 당시 활짝 꽃피웠던 알렉산드리아의 영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자의 피라미드, 바빌론의 공중정원 등과 함께 고대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높이 170m의 이 등대는 고도로 발달한 알렉산드리아 과학기술의 총화였다.
기원전 43년 로마군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불태울 때 함께 소실된 두루마리의 숫자는 70만권에 달했다. 2002년 4월 현재 이 도서관의 소장 도서는 25만권에 불과하다. 그러나 도서관측은 2020년까지 장서 규모를 800만권으로 늘릴 계획이다.
새로 지어진 도서관 건물은 막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의 모습으로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수호신이었던 태양신 ‘라’를 상징한 것이다. 또한 마이크로칩을 연상시키는 알루미늄 소재의 건물 표면은 첨단 과학기술을 상징한다. 고대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현대과학의 빠른 발전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피라미드를 닮은 건물 표면에는 수백개의 상형문자, 아라비아 숫자, 온갖 기호, 수치들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건물을 둘러산 연못 위에는 고대세계에서 종이 구실을 했던 파피루스가 자라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이 도서관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