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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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작 온라인 복권 ‘꽝’인가

통일부, 사업 추진 훈넷에 허용 불가 통보 … “손실 입힐 경우 보상하라” 북측 강력 반발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4-09-23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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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합작 온라인 복권 ‘꽝’인가
    4월 중순 ‘From Pyongyang’이라는 이메일이 네티즌들에게 무작위로 뿌려졌다. 발신자는 지난 3월 “최초로 북한 땅에 인터넷을 연결시켰다”며 화제에 오른 ㈜훈넷의 김범훈 사장. 메일은 ‘통일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당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훈넷은 지난 1월 북한의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 조선장생무역총회사와 함께 조선복권합영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복권 및 도박 전용 사이트 www. dklotto.com와www. jupae. com를 운영하겠다는 사업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트를 가동하기도 전에 문제가 생겼다. 통일부가 “국내 업체가 복권사업을 하려면 관계법령에 따라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며 “복권은 협력사업 승인 범위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히고 나선 것. 통일부는 ‘훈넷 관계자들은 4월20일까지 평양에서 나오지 않을 경우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강경 입장을 전했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남한에서는 해당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남북 합작 온라인 복권 ‘꽝’인가
    이에 대해 평양에 머물고 있는 김사장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진척이 빠르자 미처 대비하지 못해 당황한 통일부가 사업을 늦추려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택배를 통한 남북간 인터넷 주문 판매, 남북 주민간의 이메일 교환 등이 눈앞에 닥치자 제도적인 문제를 손볼 시간을 벌기 위해 ‘복권사업은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

    그러나 통일부가 애초부터 ‘현금 이용’ 부분까지 허용 범위에 넣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훈넷이 지난해 12월 통일부에 제출한 협력사업 승인 신청서 어디에도 ‘현금을 이용한다’는 언급은 없다. 같은 달 통일부가 내준 협력사업자 승인증에는 아예 사업목표가 ‘인터넷 복권사업’이 아닌 ‘인터넷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로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수익성 높은 온라인 도박사업의 당위성을 얻기 위해 훈넷이 일부러 북한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한다.



    신청서엔 ‘현금 이용’ 언급 없어

    김사장은 인터뷰에서 “통일부가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면 이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이트 폐쇄나 월정액제(일정 금액을 낸 후 사이버머니를 받아 게임을 즐기는 형태.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음)로의 전환까지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남은 문제는 사업의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측 반응. 김사장에 따르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북한측 직원들은 자료수집 등을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할 만큼 자유를 누리고 있다. 김사장 일행 역시 사무실과 숙소를 자유롭게 오가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공들여 사업을 추진해 온 북한이 수익이 급감하는 정액제 등의 대안을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남한 주민들의 접속이 차단되는 것 역시 북한 입장에서는 감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이트 방문객 가운데 한국 국적자가60%에 달하기 때문. 장생무역총회사는 4월20일 김사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훈넷이 통일부 문제로 인해 손실을 입힐 경우 책임과 보상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에는 출국을 허용할 수 없다”며 “이번 상황은 남측 정부가 만든 문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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