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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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전화 걸어 보실래요”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04-09-30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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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전화 걸어 보실래요”
    “이젠 한글로 거세요.”

    전화기 버튼의 숫자를 한글 초성(初聲) 자음과 호환해 전화번호 암기가 쉽도록 한 컴퓨터 프로그램 ‘초성이’가 나왔다.

    이 독특한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호남대 고갑천 교수(45ㆍ환경원예학). 그는 자신이 15년 전 고안한 한글 초성자음 활용방안을 응용, 열 개의 아라비아 숫자를 초성자음 열네 개와 호환시켜 암기가 쉬운 친숙한 글귀로 바꿔주는 ‘초성이’를 개발했다. ‘초성이’에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글귀생성’ 버튼을 누르면 해당 번호에 맞는 한글 글귀가 만들어져 쉽게 외울 수 있고, 실제 전화를 걸 때엔 그 글귀의 초성자음에 해당하는 숫자 버튼을 누르면 된다. 예를 들어 ‘초성이’에 378-7488을 입력하면 ‘당신을 사랑해요’란 글귀가 생성되는데, 이후 이 번호로 전화를 걸려면 초성자음 ‘ㄷㅅㅇㅅㄹㅎㅇ’에 해당하는 숫자 버튼을 차례로 누르면 된다. 하지만 아직 초성자음이 표기된 전화기가 보급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어 고교수는 곧 숫자-초성자음 호환체계가 기재된 스티커를 보급할 계획.

    고교수가 전공과 무관한 초성자음에 눈 돌린 계기는 각종 숫자를 번거롭게 머릿속에 떠올려야 하는 바쁜 생활패턴에 낭비 요소가 많은 데다 한글사랑 실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 지난 1997년 저서 ‘한글 초성자음이 여는 신비한 세계’를 펴낸 고교수는 현재 홈페이지(www.choseongi.com)를 통해 ‘초성이’를 활용한 한글 전화번호 사용 운동을 펴고 있다. 그는 “초성이의 글귀는 현재 네 자리 숫자까지 완벽하게 구비됐지만, 7~8자리는 아직 불충분해 계속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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