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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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업소 ‘유리방’학교 주변서 떠나라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4-09-30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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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폐업소 ‘유리방’학교 주변서 떠나라
    지난 4월12일 경기도 고양시 문촌초등학교 앞. 시민단체 회원들이 줄자를 꺼내 들고 학교 정문에서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상가까지의 거리를 쟀다. ‘학교주변 200m 내에는 유흥업소가 들어설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고작 96m.

    “저희 사무실과 같은 층에 PC방과 유리방이 입주해 있어요. PC방에 온 여중생들이 유리방이 뭐하는 곳인지 기웃대는 걸 보니 정신이 번쩍 나더군요.” 유리방 퇴치 운동을 이끌고 있는 고양 환경운동연합의 이치범 공동의장(48)의 말이다. 유리방이란 남자 손님이 밀실에 들어서면 유리로 막힌 건너편에서 여성이 옷을 벗거나 성적인 행위를 보여주는 신종 퇴폐업소.

    “고양시에만 학교정화구역 내에 일곱 곳의 유리방이 있습니다.” 유흥업소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원과 유리방이 한 건물에 있는 등 청소년들의 동선 곳곳에 퇴폐업소가 난립해 있다고 이의장은 말한다.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대학강단에 서던 이의장이 시민운동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3년. 활동을 하던 사람들도 생업을 찾아 떠나는 마흔 살 늦은 나이였다. 이후 자원재생공사 이사로 잠시 ‘외도’했지만 지난 3월 운동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시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아내와 자식들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아직 남은 욕심이 많다’는 게 이의장의 말. “제 딸아이도 고양시에서 중학교를 다닙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주고 싶다’는 욕심을 갖는 것 아닐까요?” 교통난과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신도시들을 바꾸어보자는 이의장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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