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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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e메일 공짜 사용 이제 그만!

포털사이트 ‘e메일 유료화’ 바람 … 미국 자본 요구에 백기 든 듯

  • < 강현구/ 베이징 통신원 > so@263.net.cn

    입력2004-09-23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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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도 e메일 공짜 사용 이제 그만!
    3월 초 베이징에서 컴퓨터를 구입한 손(孫)씨는 무척 낯선 일을 겪어야만 했다. 인터넷에 들어가 이메일 주소를 만드는데, 원하는 포털에서 계정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리벙벙해진 손씨는 최근 이용자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선호하지 않는, 그러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의 대표적 포털에 들어가 계정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메일 이용에 돈을 내야 한다니….

    이것이 요즘 중국의 현실이다. 2001년 홍콩에 적을 둔 차이나닷컴(china.com)이 이메일 유료화를 시작한 이후 이메일 유료화는 중국 포털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현재 시나닷컴(sina.com)이나 에프엠365닷컴(fm365.com) 등은 신규 메일계정 발급을 중지하거나, 계정 신청을 해도 개통이 안 되는 상황이 한 달 가량 계속되고 있다. 물론 유료화의 전 단계다.

    여기에 베이징(北京)의 대표적 포털인 263닷컴(263.com)이 오는 5월부터 이메일을 유료화하기로 공식 선언했다. 특히 263닷컴은 앞서 유료화한 포털들과 달리, 무료 이메일을 매개로 성장한 포털이라는 점에서 네티즌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263닷컴이 현재 보유한 이메일 계정은 대략 1200만개. 베이징 인구 1000만명과 중국 전체 인터넷 인구에 비해서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네티즌 반발 … 법적 소송도 제기

    중국도 e메일 공짜 사용 이제 그만!
    먼저 263닷컴의 유료화에 대해 동 업계는 가격전쟁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263닷컴이 다른 업계의 월 15~30위안(인민폐 1위안은 약 160원)은 물론, 현재 제공중인 유료메일 가격인 월 20위안에도 못 미치는 월 5위안으로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료화에 크게 반발한 것은 네티즌들이었다. 베이징리엔(北京聯) 법률사무소에서 실습중인 쉬시롱(許昔龍) 변호사는 계약 위반이라며 263닷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263닷컴을 비롯해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유료화한 포털까지도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간 상태.

    현재 중국 법조계의 의견은 263닷컴의 유료화를 계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베이징롱안(北京隆安) 법률사무소 주임변호사인 쉬지아리(徐家力)는 “263닷컴 무료메일과 회원 사이에 계약관계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 위반 자체가 성립할 수 없고, 회원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보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했다. 특히 얼마 전 있었던 중국의 유명 포털 신랑왕(新浪網)의 무료메일 축소에 대한 네티즌의 제소가 패한 일도 있어 법적으로는 네티즌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이런 논란에도 263닷컴의 최고경영인(CEO) 황밍셩(黃明生)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메일 유료화를 꼭 성공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전체 회원 중 20% 정도가 유료회원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미 습관화된 이메일을 유료화한다고 해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의 포털들이 IT(정보기술) 기업으로서는 생명과 같은 기업 이미지 훼손과 회원 감소의 위험을 무릅쓰고 유료화를 추진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단지 이메일 유료화가 세계적 추세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부족하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포털들이 회원 증가를 위해 기본 2메가의 메일 용량을 8메가까지 늘리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중국도 e메일 공짜 사용 이제 그만!
    이 문제의 진실에 접근하려면 최근 1년 사이 중국 IT업계에서 일어난 몇 가지 퍼즐을 맞추어볼 필요가 있다. 작년 6월 2~3주 간격을 두고 중국의 대표적 포털 왕이(網易)닷컴과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MY8848닷컴의 CEO가 연달아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은 단순한 벤처기업 CEO가 아니라 중국 벤처 신드롬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더욱이 창업자가 자신이 만든 기업에서 축출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들의 축출 시기는 중국의 나스닥 상장기업 주식이 이른바 ‘라지구’라 불리는 쓰레기 주식이 되어버린 시점과 묘하게 일치한다. 또 조용히 축출되었던 중국 IT업계의 살아 있는 신화 왕즈동(王之東)이 얼마 후 음모론을 제기하며 재기를 선언함으로써 일련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홍콩,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IT업종 중 수익성 있는 포털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직접 운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사이트 운영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일체의 수익사업을 못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운영을 막은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은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권의 경우에서는 거의 철칙이었다. 국가 기간정보망을 외국인 손에 맡길 수는 없다는 것.

    하지만 이런 사업권 제한으로 IT 기업에 대한 대외투자까지 금지할 수는 없다. 특히 중국 IT업계의 홍콩 및 나스닥 진출이 시작되면서 외국계 자본은 공공연하게 중국 IT업계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권의 제한은 유명무실해졌다. 실제로 앞서 이야기한 기업 중 대부분의 기업에 홍콩계·미국계 자본이 투자되었고 이런 상황은 세계적인 IT 불황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됐다. 중국의 주요 포털들은 실제로 미국의 영향력 안에 놓이게 된 것이다. 또 과거 홍콩계가 투자한 자본이 미국계 자본이었다는 사실은 이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

    중국 IT업계에 불고 있는 일련의 변화 바람은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과 그에 따른 시장개방 일정에 따라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자본주들은 거품이 아닌 내실로 자신들의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한다. 특히 포털의 광고 수입이 정체된 상황에서 미국계 자본의 이런 요구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국 CEO는 없다.

    이메일 시장의 수익성에 대한 미국의 한 영향력 있는 보고서는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1999~2000년 이메일 시장의 수익은 9180만 달러에서 3억4200만 달러로 270%나 성장했다. 2003년에 이르면 1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이다. 이 금액은 2001년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3분의 1에 이른다. 하지만 자본 투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미국계 자본이 이런 황금시장을 그냥 둘 리 없다. 결국 중국의 이메일은 자체의 수익모델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계 자본의 이윤 창출을 위해 유료화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직접적인 피해는 중국인 몫일 수밖에 없다. 이제 중국에서 이메일을 무료로 이용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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