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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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 부부처럼 성실히 살아야 횡재 기회도 온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애순의 할머니가 애순 부부에게 큰돈 준 이유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5-04-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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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큰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최근 종영했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 애순은 제주에서 결혼해 사는 인물로, 생활이 굉장히 어렵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어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없고, 당연히 물려받은 재산도 없다. 남편은 어부인데, 자기 배로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배에 인부로 취직해 일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더는 배에서 일하지 못하게 된다. 일하던 배의 선주와 크게 다퉈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작은아버지도 가난하긴 마찬가지인데…

    살아갈 방법이 없는 그때 애순의 친할머니가 도움을 준다. 애순의 할머니는 그동안 애순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다. 어린 애순이 작은아버지 집에 얹혀살며 구박을 받을 때도 할머니는 어떤 도움의 손길조차 내밀지 않았다. 그랬던 할머니가 애순을 돕는다. 소소한 도움이 아니라 배를 살 수 있는 큰돈을 준다. 이 돈으로 애순의 집은 배를 산다. 남편은 선주가 된다. 고기 팔아 번 돈으로 집을 사고 자식도 대학에 보낼 수 있게 된다. 갑자기 부자가 된 건 아니지만 하루하루 먹고살 일을 걱정하던 삶에서 농땡이 부리지 않으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삶으로 전환된다. 애순은 이런 변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 할머니의 도움은 애순에게 예상치 못한 횡재였다.

    할머니가 오래전 며느리인 애순 엄마와 한 약속을 얘기하면서 애순에게 큰돈을 건네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할머니의 도움이 애순의 작은아버지에게는 어떤 의미일까를 떠올렸다. 할머니는 애순의 작은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애순의 작은아버지도 돈이 없어 생활이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할머니는 작은아버지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작은아버지가 가난하게 사는 걸 10년 이상 지켜봤으면서도 도와주지 않고, 애순에게 배를 살 수 있는 큰돈을 준 것이다.

    애순 엄마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하기엔 할머니는 그 약속 전부터 돈을 갖고 있었다. 일찍 죽은 아들, 즉 애순 아버지를 생각해 나중에 애순에게 주려고 돈을 보관만 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할머니가 갖고 있던 돈은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다. 애순과 작은아버지에게 공평하게 나눠 줘도 될 정도로 충분히 큰돈이었다. 그렇게 나눴더라도 아마 애순은 큰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했을 것이다.

    할머니가 애순에게만 배를 살 수 있는 큰돈을 준 이유는 간단하다. 큰돈을 지원해주는 사람은 그 돈이 상대방에게 정말 의미 있게 사용되기를 바란다. 자기가 지원해주는 그 돈으로 상대방이 성공하기를, 어려움 없이 살아가기를 바란다. 자기가 돈을 지원해줘도 상대방의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주지 않는다. 돈을 술 마시며 놀고 낭비하느라 다 쓸 것으로 예상되면 아무리 돈이 있어도 도와주지 않는다. 상대방이 살아가기 어렵다고 하소연해도 소용없다. 



    할머니는 애순과 애순의 남편이 그간 생활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애순과 애순의 남편에게 돈을 지원하면 그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그것을 기반으로 일어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을 테다. 큰돈은 그런 확신이 있어야 줄 수 있다. 애순의 작은아버지는 그런 확신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지 못했다. 할머니는 애순의 작은아버지에게 큰돈을 주면 그 돈을 쓸모없게 써버릴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 아무리 자식이라도, 자신에게 큰돈이 있어도 지원해줄 수 없다. 할머니가 애순의 작은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확신이 있었다면 애순에게 돈을 전부 주지 않고 일부라도 나눠 줬을 테다. 조금만 떼어 줬더라도 작은아버지 입장에서는 충분히 큰돈이었을 것이다.

    애순은 횡재를 했다. 애순의 횡재를 단순히 운이라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애순과 남편의 성실한 삶이 횡재를 이끌었다. 그런 성실함이 없었다면 횡재도 없었다. 작은아버지도 그동안 살아오면서 횡재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성실하지 않은 생활에 횡재는 찾아오지 않았다. 작은아버지는 자신에게 그런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에 실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항상 있었다. 할머니가 큰돈을 갖고 있었던 만큼 성실하게 살면 횡재를 얻을 기회는 계속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회가 자기 주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횡재 기회가 없는 게 아니라, 자기가 횡재를 맞을 만큼 성실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돈으로 일어설 것’ 확신의 차이

    대다수 사람이 횡재를 바란다. 그런데 횡재는 애순과 애순의 남편 같은 사람에게 온다. 작은아버지처럼 사는 사람에게 횡재는 찾아오지 않는다. 애순처럼 산다고 반드시 횡재를 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횡재가 온다면 애순 같은 사람에게 오지 최소한 작은아버지 같은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

    나는 한때 ‘온라인 게임 폐인’으로 살았다.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온라인 역할 게임)인 리니지에 빠져 하루 종일 게임을 했다. 당시 나는 게임 내에서 필요한 장비를 사고파는 장사를 했다. 사냥에 필요한 무기, 장갑 등을 직접 만들어 팔거나 다른 사람이 싸게 파는 물건을 사들여 되파는 일이었다. 그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장사하면서 폭리를 취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었다. 일단 직접 장비를 만들어 파는 건 재룟값,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큰 이익이 아니었다. 높은 가격을 내걸 수는 있지만 시세라는 게 있어 고가에는 팔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세만 따르다 보면 절대 큰 이익을 낼 수 없었다. 사람들은 비싸다고 불평하는데, 원가를 고려하면 내게 돌아오는 이익은 가격의 10%뿐이었다. 그 정도도 못 받으면 시간을 내서 장사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때 장사로 많은 돈을 벌었다. 보통 때 장사로는 큰돈을 벌 수 없었다. 하지만 가끔 발생하는 횡재에서 큰돈을 벌어들였다. 게이머는 레벨이 오르면 그동안 쓰던 무기, 장갑을 모두 처분하고 높은 등급의 장비를 새로 구한다. 이때 게이머는 물건을 빨리 처분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른바 ‘땡처리’를 한다. 빨리 파는 게 목적이라서 시세의 반값으로 나올 때도 많다. 하루 종일 노점을 열고 장사하다 보면 이런 급매물, 땡처리 장비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것들을 사들여 천천히 제값에 팔면 큰 이익이 남는다. 큰돈은 이런 급매물에서 나왔다. 횡재였다.

    여기서 느낀 점이 있다. 큰돈을 버는 횡재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일단 운이다. 급매물은 내가 어떻게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빨리 싸게 팔려고 내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운이다. 

    그런데 나온 급매물을 잡는 건 운이 아니다. 급매물을 사들이려면 일단 상점 거리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일주일 내내 노점을 지켜도 급매물 한두 건이 나올까 말까다. 매일 자리를 지키는 성실한 상인만 급매물을 잡을 수 있다. 하루 한두 시간 장사하는 사람, 오고가는 상인은 급매물을 잡기 힘들다.

    횡재는 운이지만 잡는 건 운 아냐

    둘째로는 시세를 잘 알아야 한다. 한 게이머가 A 무기를 100만 원에 판다고 한다. 그러면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원래 시장 가격과 비슷한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세가 200만 원인 장비를 100만 원에 팔겠다고 하면 무조건 사겠다고 손을 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생각해보겠다고 하거나, 시세가 얼마인지 알아보고 오겠다고 하면 바로 다른 상인이 낚아채 간다. 게임에 쓰이는 장비는 한두 개, 열 몇 개가 아니다. 레벨별로 있어서 최소 몇백 개가 된다. 그 장비들 시세를 대강이라도 파악하고 있어야 급매물을 잡을 수 있다. 시세를 모르면 급매물인지, 횡재인지 여부를 아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상 자리를 지키는 상인, 장비 시세를 모두 파악한 상인만 급매물을 잡을 수 있었다. 즉 성실한 상인만 횡재를 얻었다. 성실하지 않은 상인은 횡재 기회가 왔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횡재가 오는 건 운이다. 하지만 횡재를 잡는 건 운이 아니다. 성실하게 한길을 걷는 사람만 횡재를 맞는다. 애순과 애순의 남편처럼 성실히 살아갈 때 횡재 기회가 온다. 작은아버지처럼 살면 횡재는 없다. 그게 횡재가 발생하는 원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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