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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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상상력 7가지로 채색

  • 류한승 미술평론가

    입력2008-05-21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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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술 상상력 7가지로 채색

    김현준 ‘호아호아’

    프러포즈 7’전은 금호미술관과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가 2006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전시다. 7명의 평론가와 큐레이터는 ‘금호 영 아티스트’에 뽑힌 작가와 고양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를 대상으로 각각 1명의 작가를 선정해 ‘이론가 + 작가’의 조합을 만들어 전시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들은 협업으로 새로운 담론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술계에 작가를 ‘프러포즈’하는 것이다.

    지하 전시장에는 이정민과 김현준의 작업이 있다. 이정민은 시간의 흐름이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포착해 영상으로 표현한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속도로 흐르지만 실제 각자 느끼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 그 섬세하고 미묘한 순간을 그는 ‘파워포인트’의 뭉툭한 시간으로 담아낸다. 김현준은 두꺼운 포장 박스를 사용해 구상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상표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의 종이 박스는 소비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비록 포장 박스는 상품에 비해 부수적이고, 곧 폐기될 하찮은 물건이지만, 작가는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해 놀라운 반전을 추구한다.

    ‘이론가 + 작가’ 협업 새로운 담론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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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민아 ‘무제’

    1층은 손민아의 공간이다. 그는 바코드 문자와 독일 ‘캐피털’지가 뽑은 100인의 예술가를 적어놓았다. 시선을 낮춰 15도 각도로 바코드를 바라보면 그것이 알파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표준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개발하며, 그것들은 결국 우리의 미시적 흐름을 동여매고 있다.

    2층에서는 김시하와 정소영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김시하는 하얀 테이블보에 접시를 놓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 케이크, 과일 등 온갖 달콤한 것을 배치했다. 이 화려한 음식들은 실은 가짜이며, 더불어 그 옆에는 깨진 유리조각이 있다.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세계. 감미롭지만 치명적인 것. 예술과 일상은 그렇게 섞여 있다. 정소영은 사물의 부분과 파편에 주목하고, 공간을 해체·재조립함으로써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상태에서 생기는 긴장감을 제시한다. 그는 안정과 불안정, 부분과 전체, 심리적 충돌 등을 극대화해 사물과 공간의 변이상태를 부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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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하 ‘깨진 조각-세 번째, 예술적 긴장’ | 정소영 ‘shattered galaxy’ | 이정민 ‘잠실야구장’(왼쪽부터).

    3층은 이명진과 박용식의 몫이다. 이명진은 군복의 위장(camouflage) 무늬를 연상시키는 회화를 벽에 걸고, 풍경을 찍은 OHP 필름을 벽에 고정했다. 익숙한 장면 뒤에 숨은 낯선 것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그의 작품에서 교차된다. 이는 현실의 이면을 반추하는 예술의 독창적 기능이다. 박용식은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조각하고, 그 조각을 기존 사물과 함께 특정 장소에 놓아 상황극을 연출하며, 나아가 그 기존 사물을 조각화해 전시장에 가져다놓는다. 그는 조각, 일상품, 사진, 설치, 이미지를 넘나들며 관객과 예술적 놀이를 시도한다. 전시는 6월15일까지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문의 02-720-5114).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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