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호아호아’
지하 전시장에는 이정민과 김현준의 작업이 있다. 이정민은 시간의 흐름이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포착해 영상으로 표현한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속도로 흐르지만 실제 각자 느끼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 그 섬세하고 미묘한 순간을 그는 ‘파워포인트’의 뭉툭한 시간으로 담아낸다. 김현준은 두꺼운 포장 박스를 사용해 구상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상표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의 종이 박스는 소비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비록 포장 박스는 상품에 비해 부수적이고, 곧 폐기될 하찮은 물건이지만, 작가는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해 놀라운 반전을 추구한다.
‘이론가 + 작가’ 협업 새로운 담론 추구
손민아 ‘무제’
2층에서는 김시하와 정소영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김시하는 하얀 테이블보에 접시를 놓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 케이크, 과일 등 온갖 달콤한 것을 배치했다. 이 화려한 음식들은 실은 가짜이며, 더불어 그 옆에는 깨진 유리조각이 있다.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세계. 감미롭지만 치명적인 것. 예술과 일상은 그렇게 섞여 있다. 정소영은 사물의 부분과 파편에 주목하고, 공간을 해체·재조립함으로써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상태에서 생기는 긴장감을 제시한다. 그는 안정과 불안정, 부분과 전체, 심리적 충돌 등을 극대화해 사물과 공간의 변이상태를 부각한다.
김시하 ‘깨진 조각-세 번째, 예술적 긴장’ | 정소영 ‘shattered galaxy’ | 이정민 ‘잠실야구장’(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