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앤 드루얀이 이번에 온 이유는 남편과 공동집필한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라는 책의 한국판 출간 때문이었다. 이 책은 우주론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제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초의 생명 탄생에서부터 생명의 역사를 추적하며 인간 행동,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한다. “근대 과학 혁명이 준 핵심적인 생물학적 통찰은 지상의 모든 생물이 친척이라는 깨달음”이라고 이 부부는 말한다.
인류는 극히 최근에 출현한 생명계의 새로운 식구이자 막내라는 이 책의 메시지는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이 던진 화두와도 같다.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은 어느 바닷가에서 작은 민들레 꽃씨 하나를 손에 들고 이렇게 말한다. “지구는 우주라는 거대한 바닷가의 한 변두리 해변의 조약돌과도 같은 미미한 존재다.”
칼 세이건이 기독교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을 듣다 보면 그는 어느 종교인보다 더 종교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존재론적 성찰은 그가 각본을 쓴 ‘콘택트’라는 영화에서도 나타나 있다. ‘접촉’이라는 뜻의 이 영화는 단지 외계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보여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과학의 궁극은 종교적 성찰에 이르는 것임을 얘기하고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그런 점에서 ‘콘택트’와 동류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이 난해하고 모호한 서사시는 과학적 예측과 예언자적 직관이 섞여 있다는 평을 듣는다. 큐브릭은 저 어둠 속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처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색이자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자문과 회의를 던지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의 우주선 탑승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한국인이 사상 최초로 우주로 나가본 역사적 순간이니 예삿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를 단지 흥미로운 이벤트, 국력 신장의 개가로 환호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작고 창백하고 푸른 점과 같은 지구에서 아주 짧은 시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과학이 오히려 종교적일 수도 있다.” 앤 드루얀의 말처럼 진정한 우주탐험은 우리 자신,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여정이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