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전경. 대구가톨릭대는 1994년 효성여대와 합병해 3개 캠퍼스에 1만4000여 명이 재학하는 종합대학으로 탈바꿈했다.
‘지방대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지만 대구가톨릭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4년에는 일단 국내 1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희망이 넘친다. ‘CU-V’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이 대학의 희망을 담은 슬로건. CU는 대구가톨릭대를, V는 비전(vision), 가치(value), 활력(vigor), 승리(victory)를 뜻한다. 7년째 7만2000여 동문을 이끄는 총동창회 김계남(65·여·대구 수성구 두산약국 경영) 회장은 “개교기념식에 참석할 때마다 모교가 쑥쑥 성장하는 것 같아 동창들이 무엇을 해야 할까 기분 좋은 걱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는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1914년 영남지역에서는 최초로 사제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신학대학과 여성교육을 위해 1952년 개교한 효성여자대학을 1994년 통합해 새 출발을 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에는 의과대학을 비롯해 13개 단과대학에 43개 학과가 개설돼 있고, 재학생은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1만4000여 명에 이른다.
2014년 개교 100주년 … 10위권 대학으로
유서 깊은 대학이지만 지방대학들의 총체적인 위기 속에 이 대학은 2005년 CU-V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먼저 2006학년도부터 ‘수능성적 최저학력기준제’를 도입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4개 영역에서 평균 4, 5등이 돼야 ‘지원’할 수 있도록 입학 조건을 대폭 강화하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교수들 사이에는 ‘무모하고 위험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학생 모집이 가장 중요한데 지원 자격부터 까다롭게 하면 학생들이 외면하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나 우수한 학생이 모여야 명문대학이 만들어진다는 ‘정도(正道)’ 의견이 우세했다.
결과는 정반대. 우수학생이 대거 지원하는 이변을 낳았다.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이 입학하면 학교는 최대한 이들을 뒷바라지하겠다는 학교 측의 의지가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의 마음을 움직였다. 신입생 3100여 명의 수능 평균등급은 2006년 4.63등급에서 지난해는 4.52등급, 올해는 4.45등급으로 높아지고 있다. 수능 1, 2등급의 최우수 그룹이 지원한 경우도 2006년 866명에서 지난해는 1305명, 올해는 1578명으로 늘었다.
신입생 등록률은 최저학력기준제에 따른 ‘공부하기 좋은 학교’의 분위기를 웅변해준다. 2005년까지 70%에 머물던 등록률이 2006년에는 93.1%, 2007년에는 98.3%, 올해는 98.4%로 수직 상승했다.
최저학력기준제의 위력은 취업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05년까지 40%에 그치던 취업률은 2006년 58.3%로 상승세를 보인 뒤, 지난해는 63.71%로 대구와 경북지역 주요 4년제 대학 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최저학력기준제가 ‘공부하는 캠퍼스’를 위한 디딤돌이라면 ‘글로벌 인재 양성’은 명문대학을 향한 도약대. 전 세계 200여 개 가톨릭대학과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제화에 대학과 학생의 미래를 걸고 있다.
특히 미국의 미시시피주립대와 미네소타주립대 등 4개 대학, 중국 산둥대와 지린대와의 복수학위제는 국제적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 프로그램이다. 이는 두 대학에서 2년씩 공부한 뒤 2개의 학사학위를 받는 프로그램으로, 4년 동안의 등록금과 기숙사비, 연수비 등을 전액 장학금으로 받는다. 2006년부터 매년 60명이 유학을 가고 있다.
전 세계 20여 개교와 네트워크 구축
2005년 11월 대구가톨릭대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 영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한 1만4000여 재학생들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캠퍼스 곳곳에는 총학생회 이름으로 “명문대학을 만들기 위해 의식부터 새롭게 가꾸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창준(25·조경학과 4년) 총학생회장은 “입학했을 때보다 지금 우리 대학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며 “2014년 개교 100주년 때는 자랑스런 모습으로 후배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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