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박재완(53·사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얘기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일 잘하기로 소문났던 그다. 이 대통령과 ‘정치적 별거’에 들어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당의 보배’라는 칭찬도 받았다. 그랬던 그가 지금 수모를 겪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정무수석 임명 단계에서부터 적재적소(適材適所) 여부를 놓고 이런저런 말을 들었으며, 임명 직전까지 대통령국정기획 또는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인책론 제기 이후 기자들에게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박 수석을 최근 어렵게 만날 기회가 있었다. 변함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신 웃고 있었지만, 이마의 주름은 눈에 띄게 늘었다. “당-정-청 간 소통 부재에 박 수석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불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뭐, 괜찮습니다. (이전에 하던 일보다) 다이내믹하고, 오히려 즐기고 있어요.” 말에서 결기가 묻어났다.
“대통령 말씀대로 아직 과도기여서 그런지 당-정-청 간 엇박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18대 국회가 개원하고 여당이 공식적으로 과반수가 되면 정무 상황도 매끄러워질 것으로 봅니다.”
그가 정무형이냐 정책형이냐를 떠나, 사실 현 청와대 조직은 그가 통상적 정무수석 역할을 수행하기에 버거운 환경이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이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담당하던 ‘왕(王)정무수석’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박 수석은 정무기획 등 긴 호흡이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여유를 갖기 힘들다. 그는 하루에 휴대전화를 100통 넘게 받고, 문자메시지는 1분 단위로 날아든다고 한다.
“여의도와 전직 의원들은 기본이고,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연예인과 각종 정치적 민원해결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그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는 만큼, 당분간 박 수석의 행보와 거취는 여권 내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거 과정 때부터 그를 눈여겨본 이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각별해 교체나 다른 보직으로의 이동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를 오래전부터 지켜봤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수석에게서 요즘 투지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국회의원까지 지냈는데 정무 감각이 없다는 평가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가 최근 들어 박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등 주요 정무 사안에 대해 서서히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18대 국회 개원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박 수석 스스로 설정한 ‘과도기’ 이후, 그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