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상상 플러스’
생각해보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적시한 성희롱과 성차별 사례는 비단 학교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이를 똑같이 적용할 경우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지는 성희롱의 수준은 그야말로 ‘홍수’가 아닐까 싶다.
조혜련, 현영(왼쪽부터).
‘해피선데이-여걸 식스’에선 한 남자 가수를 놓고 조혜련과 현영이 구애작전을 펼쳤다. 현영은 특유의 섹시하고 수줍은 캐릭터로 남자 가수를 유혹한 반면, 조혜련은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그에게 대시했다. 그런데 남자 가수는 조혜련의 적극적인 태도를 “나 (이 프로그램) 안 할래!”라는 말로 일축하며 그녀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최근 낸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TV 속 남녀 캐릭터’라는 보고서에서 이 방송에 대해 “‘여걸 식스’가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나 전통적 기준에 도전하는 여성을 ‘괴물’로 규정하는 남성의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성희롱 행태 외에도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적 언행과 시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최근 막을 내린 SBS 주말 드라마 ‘하늘이시여’는 여성 등장인물 대부분을 소비성이 강하고 남성 의존적인 최악의 캐릭터로 묘사했다. 요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KBS 2TV의 주말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도 바람피우는 남편은 관대하게, 외도하는 여성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극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MBC 주말 드라마 ‘불꽃놀이’의 경우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는 성차별적 인식을 드라마의 중요한 갈등기제로 삼았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의 의식과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방송에서 횡행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적 행태와 성차별적 언사들은 우리 사회와 학교에서 범람하는 성희롱 및 성차별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아니, 고스란히 반영한다. 방송사 제작진과 출연진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및 성차별에 대한 교육이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는 가장 빠른 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