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 파업투쟁으로 뭉친 우리, 해방 깃발 아래 나선다. … 승리의 그날까지 투쟁! 투쟁! 투쟁!”
7월21일 현재 파업 19일째를 맞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연일 울려퍼지고 있는 민중가요 ‘파업가’의 일부다. 이 노래는 1987년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94년 단 한 해만 빼고 18년 동안 계속 들려왔다. 파업이 거의 연례행사였던 셈이다. 파업 일수를 보면 87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302일에 달한다(표1 참조). 여기에 올해의 경우 임금협상을 위한 파업 19일을 포함해 벌써 28일을 파업으로 보냈다.
일반적으로 파업은 회사와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수단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가 매년 파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동당의 중심세력인 민주노총의 대표적 전위조직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현대차 안팎의 지적이다. 정치투쟁을 위해 동원되다 보니 자연히 파업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노조 내부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 집행부에 다양한 계파 출신이 포진해 있어 노조 위원장이 일사분란하게 협상을 지휘할 수 없는 데다, 차기 위원장 선거를 의식한 계파들이 선명성 경쟁을 하다 보면 강성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보스 중심 조직’과 비슷
올 2월 현재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2181명. 노조 상근 간부는 66명, 대의원은 447명이나 된다. 노조 내부에는 현장활동 조직인 12~13개의 계파가 난립해 있다는 게 회사와 노조원들의 주장이다. 실천하는 노동자회(실노회)’ ‘민주노동자연대(민노회)’ ‘자주노동자연대(자주회)’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현지사)’ ‘전진회’ 등이 대표적인 계파다. 지난해 말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유기 위원장은 민노회 소속이다. 이 중 가장 큰 조직의 회원수가 150명 가까이 되고, 나머지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 및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파 조직은 과거 정치권의 ‘보스 중심 조직’과 비슷하다고 한다. 계파 간에 합종연횡이 이뤄질 뿐 아니라 갑자기 급부상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어느 순간 사라진 조직도 있다. 위원장이 특정 계파 소속이면 수석 부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는 다른 계파에 할당하는 식으로 합종연횡이 이뤄진다는 것. 박 위원장도 지난해 말 노조위원장 선거 직전에 만들어진 민노회 대표로 출마했지만 전진회 등 3~4개의 다른 계파와 연합함으로써 당선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조합원은 “떨어진 후보 측 조직은 생리상 2년 후를 위해 현 집행부의 임금협상 능력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는 등 흠집을 내고, 일부러 회사의 현실을 무시한 채 더 많은 요구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대의원의 절반 이상이 타 계파 소속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대의원대회에서 승인을 받기 어려워 결국 이 과정에서 선명성 경쟁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박유기 위원장 카리스마 빈약
올해의 경우 박 위원장의 카리스마가 약한 것도 교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시각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비직 직급 철폐, 무상주 10주 분배,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초과근무 시간 2시간 인정 등 회사 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제기하는 것은 박 위원장이 다양한 계파 출신으로 이뤄진 노조 집행부를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회사 측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항변했다.
“회사는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봐라. 검찰 수사에서 정몽구 회장이 5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구속을 피하기 위해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더 이상 어떻게 믿겠는가.”
결국 노조 집행부는 이런 불신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회사 측도 이런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결국 노사관계가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조가 무파업으로 협상을 마친다면 조합원들은 노조가 회사에 포섭됐거나 어용화된 것 아니냐는 불신감을 가질 수 있다. 노조로서도 무척 부담스러울 것이다. 결국 노조는 협상 시작과 동시에 파업을 강행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솔직히 여기에는 회사의 책임이 적지 않다.”
현대차의 최근 6년간 평균 임금인상률은 8.4%(표2 참조). 최근 6년간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에는 8.47%를 요구해 6.9%를 관철했다. 노조는 올해 지난해보다 높은 12만5524원(기본급 평균 9.1%) 인상안을 제시했다. 기본급 4.4% 인상을 제시한 회사 안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애초 접점을 찾기 어려워 사 측은 파업을 예정된 수순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노조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각종 언론이나 외부에서 노조의 파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노조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여러 문제 제기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또 다른 오해와 왜곡을 피하기 위해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일일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솔직히 그동안 회사는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처지에서 보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집합체”라며 계파 간 대립과 파업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7월21일 현재 파업 19일째를 맞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연일 울려퍼지고 있는 민중가요 ‘파업가’의 일부다. 이 노래는 1987년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94년 단 한 해만 빼고 18년 동안 계속 들려왔다. 파업이 거의 연례행사였던 셈이다. 파업 일수를 보면 87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302일에 달한다(표1 참조). 여기에 올해의 경우 임금협상을 위한 파업 19일을 포함해 벌써 28일을 파업으로 보냈다.
일반적으로 파업은 회사와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수단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가 매년 파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동당의 중심세력인 민주노총의 대표적 전위조직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현대차 안팎의 지적이다. 정치투쟁을 위해 동원되다 보니 자연히 파업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노조 내부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 집행부에 다양한 계파 출신이 포진해 있어 노조 위원장이 일사분란하게 협상을 지휘할 수 없는 데다, 차기 위원장 선거를 의식한 계파들이 선명성 경쟁을 하다 보면 강성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보스 중심 조직’과 비슷
올 2월 현재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2181명. 노조 상근 간부는 66명, 대의원은 447명이나 된다. 노조 내부에는 현장활동 조직인 12~13개의 계파가 난립해 있다는 게 회사와 노조원들의 주장이다. 실천하는 노동자회(실노회)’ ‘민주노동자연대(민노회)’ ‘자주노동자연대(자주회)’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현지사)’ ‘전진회’ 등이 대표적인 계파다. 지난해 말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유기 위원장은 민노회 소속이다. 이 중 가장 큰 조직의 회원수가 150명 가까이 되고, 나머지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 및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파 조직은 과거 정치권의 ‘보스 중심 조직’과 비슷하다고 한다. 계파 간에 합종연횡이 이뤄질 뿐 아니라 갑자기 급부상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어느 순간 사라진 조직도 있다. 위원장이 특정 계파 소속이면 수석 부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는 다른 계파에 할당하는 식으로 합종연횡이 이뤄진다는 것. 박 위원장도 지난해 말 노조위원장 선거 직전에 만들어진 민노회 대표로 출마했지만 전진회 등 3~4개의 다른 계파와 연합함으로써 당선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조합원은 “떨어진 후보 측 조직은 생리상 2년 후를 위해 현 집행부의 임금협상 능력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는 등 흠집을 내고, 일부러 회사의 현실을 무시한 채 더 많은 요구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대의원의 절반 이상이 타 계파 소속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대의원대회에서 승인을 받기 어려워 결국 이 과정에서 선명성 경쟁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박유기 위원장 카리스마 빈약
올해의 경우 박 위원장의 카리스마가 약한 것도 교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시각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비직 직급 철폐, 무상주 10주 분배,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초과근무 시간 2시간 인정 등 회사 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제기하는 것은 박 위원장이 다양한 계파 출신으로 이뤄진 노조 집행부를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회사 측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항변했다.
“회사는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봐라. 검찰 수사에서 정몽구 회장이 5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구속을 피하기 위해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더 이상 어떻게 믿겠는가.”
결국 노조 집행부는 이런 불신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회사 측도 이런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결국 노사관계가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조가 무파업으로 협상을 마친다면 조합원들은 노조가 회사에 포섭됐거나 어용화된 것 아니냐는 불신감을 가질 수 있다. 노조로서도 무척 부담스러울 것이다. 결국 노조는 협상 시작과 동시에 파업을 강행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솔직히 여기에는 회사의 책임이 적지 않다.”
현대차의 최근 6년간 평균 임금인상률은 8.4%(표2 참조). 최근 6년간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에는 8.47%를 요구해 6.9%를 관철했다. 노조는 올해 지난해보다 높은 12만5524원(기본급 평균 9.1%) 인상안을 제시했다. 기본급 4.4% 인상을 제시한 회사 안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애초 접점을 찾기 어려워 사 측은 파업을 예정된 수순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노조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각종 언론이나 외부에서 노조의 파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노조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여러 문제 제기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또 다른 오해와 왜곡을 피하기 위해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일일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솔직히 그동안 회사는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처지에서 보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집합체”라며 계파 간 대립과 파업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연도 | 당시 노조위원장 | 파업 기간 | 파업 일수 | 파업 원인 | 손실 대수 | 손실액 (억원) | 비고 |
1987 | 이영복 | 7월25일~8월29일 9월25일~29일 | 16 5 | 노조설립 과정 임금협상 | 29,449 16758 | 1,697 | |
1988 | 이영복 | 5월30일~6월23일 | 25 | 임금협상 | 61,544 | 3,176 | |
1989 | 이상범 | 12월19일~12월24일 | 6 | 추가성과금 요구 | 10,367 | 670 | |
1990 | 이상범 | 4월28일~5월23일 | 15 | 임·단협 | 36,909 | 2,471 | |
1991 | 이헌구 | 12월17일~12월31일 | 15 | 추가성과금 요구 | 19,292 | 1,158 | |
1992 | 윤성근 | 1월5일~1월25일 | 20 | 추가성과금 요구 | 57,570 | 4,040 | 노조, 직장 점거 |
1993 | 윤성근 | 6월15일~7월20일 | 35 | 임·단협 | 54,265 | 4,057 | 긴급조정권 발동 |
1994 | 이영복 | ※무분규 | |||||
1995 | 이영복 | 5월13일~5월22일 | 8 | 양봉수 분신사태 | 30,956 | 2,413 | |
1996 | 정갑득 | 12월26일~31일 | 5 | 노동법개정 관련 | 29,799 | 2,031 | |
1997 | 정갑득 | 1월1일~23일 | 15 | 노동법개정 관련 | 74,271 | 5,063 | |
1998 | 김광식 | 6월30일~8월24일 | 36 | 정리해고 관련 | 104,467 | 9,644 | |
1999 | 정갑득 | 10월11일~26일 | 15 | 임·단협 | 44,543 | 1,085 | |
2000 | 정갑득 | 4월3일~6월7일 | 12 | 임금협상 | 62,107 | 6,564 | |
2001 | 이상욱 /이헌구 | 11월29~12월17 | 20 | 임·단협 | 83,876 | 10,316 | 협상 중 임기만료로 위원장 교체 |
2002 | 이헌구 | 5월10일~6월17일 | 13 | 임금협상, 노동법 | 84,246 | 12,632 | |
2003 | 이헌구 | 6월25~8월5 | 25 | 임·단협 | 104,895 | 13,106 |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
2004 | 이상욱 | 6월25일~7월1일 | 5 | 임금협상 | 18,994 | 2,631 | |
2005 | 이상욱 | 8월25일~9월8일 | 11 | 임·단협 | 42,707 | 5,910 | |
계 | 302 | 966,985 | 88,664 |
구분 | 2000년 | 2001년 | 2002년 | 2003년 | 2004년 | 2005년 | ||||||
노조 요구 | 타결 | 노조 요구 | 타결 | 노조 요구 | 타결 | 노조 요구 | 타결 | 노조 요구 | 타결 | 노조 요구 | 타결 | |
인상액 | 111,903 | 80,196 | 125,033 | 96,750 | 128,880 | 95,000 | 124,989 | 98,000 | 127,171 | 95,000 | 109,181 | 89,000 |
인상률 (기본급) | 12.3% | 8.8% | 12.9% | 9.9% | 12.2% | 8.9% | 11.0% | 8.6% | 10.48% | 7.8% | 8.48% |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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