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리즈를 아시나요.’노무현 대통령을 주제로 한 유머 시리즈, ‘노무현 시리즈’가 유행이다. 누리꾼(네티즌)들의 손과 손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 ‘시리즈’는 ‘노무현은 뭐 했나’로 끝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핵심. 예를 들면 이렇다. ‘새끼 곰이 고양이 우리를 침입했다 고양이에게 쫓겨 나무 위에 갇혔다’는 기사가 있다. 누리꾼들은 이 기사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단다. ‘곰이 나무 위로 도망갈 때까지 노무현은 뭘 했나.’ ‘6월 한 스토커가 상대 여성의 침대 밑에 이틀간 숨어 있다가 덜미를 잡혔다’는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스토커가 이틀 동안 침대 밑에 숨어 있는데 노무현은 도대체 뭘 했나.’ 하나만 더 보자. ‘한 연예인이 실연의 아픔을 당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연예인 A가 실연할 때 노무현 대통령은 뭐 했나’라는 댓들을 단다. 이유도 목적도 없다. 그저 세상 모든 일이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식이다. 형식만 본다면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허무개그와 비슷하다. 아니, 80년대 인기 절정이었던 ‘최불암 시리즈’와도 상통한다. 그러나 이야기로 풀어내는 유머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거의 유머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회적 현상, 심지어 동물 세계에까지도 ‘대통령 노무현’을 끌고 들어가는 식이니 대상도 이유도 없는 셈이다.
“모든 일 그 탓” 최불암 시리즈와 상통
‘노무현은 뭐 했나’로 끝나는 이 유머 시리즈는 황당함과 함께 웃음을 준다. 진심으로 동감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웃긴 것이다. 나무 위로 올라간 곰이 노 대통령 때문이라니 더 이상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리즈에는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는 ‘무언가’가 내포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 정부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의식과 정치 불신이 그 ‘무언가’의 핵심이 아닐까. 접근법은 맹목적이고 감성적이며 현실도피적이지만, 분명 촌철살인의 정치(권) 비판인 셈이다.
최근 한 칼럼에서 노무현 시리즈를 분석한 바 있는 염신규 민예총 정책기획팀장은 “대중은 노무현을 씹음으로써 ‘○같은 현실’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고민과 불만들을 배설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치권력의 무게감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사회적 트렌드라고 본다. 정치권력의 잘잘못이 비판 대상이 아닌 희화화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처음 이 개그 혹은 댓글은 주로 정치 기사에 붙곤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정치 기사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불특정 기사에서 전방위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책임 영역을 벗어나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공간을 옮겨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누리꾼들은 이 댓글을 현실정치에 대한 반대나 비판의 용도가 아닌 재미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스토리텔링형 ‘노무현 시리즈’도 뜨고 있다. 특정 사건(방귀, 논평)을 역대 대통령의 특징에 맞춰 풀어낸 유머도 쏟아진다. 이들 모두를 누리꾼들은 ‘노무현 시리즈’라고 부른다.
‘개그(유머)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한다. 개그의 형성에는 사회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며, 개그에는 당시의 트렌드가 진하게 녹아 있다. 게다가 유머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확장되며 깊이를 더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이 녹아든다. 정치 기사에 달리던 댓글이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 유머사이트 미소메일의 기획실장 양성민 씨는 “유머는 일종의 ‘집단 창작물’이다. 누군가 뼈대를 만들면 구전을 통해서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건 수시로 첨삭을 거치면서 원석이 보석이 되듯 세공된다”고 말했다.
“화법과 통치 스타일에 대한 문제 제기”
시대에 따라 매체와 형식이 달라졌지만 통치권자에 대한 풍자나 희화화는 5공화국 이후 언제나 있어 왔다. “유머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 유머”라는 말도 나온다. 30대 이상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법한 5공화국 시절의 그 유명한(?) 유머, ‘이심전심 = 이순자가 심심하면 전두환도 심심하다’ 등은 지금도 수작(?)으로 꼽힌다. YS, DJ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DJ의 경우, ‘에~’로 시작하는 DJ 특유의 쉰소리가 유머의 소재가 됐다.
‘노무현 시리즈’의 유행과 관련, 대통령의 리더십에 관한 글을 발표한 정신분석학자인 인천광역시의료원 김종석 원장은 “이미 수차례 문제가 된 바 있는 노 대통령의 화법과 통치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문제 제기가 아닐까 싶다. 돌출발언이 많았던 현 정부의 스타일과 아무것에나 대통령을 끼워넣는 노무현 시리즈는 그런 점에서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린 반면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장점을 잘 못 살리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일 그 탓” 최불암 시리즈와 상통
‘노무현은 뭐 했나’로 끝나는 이 유머 시리즈는 황당함과 함께 웃음을 준다. 진심으로 동감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웃긴 것이다. 나무 위로 올라간 곰이 노 대통령 때문이라니 더 이상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리즈에는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는 ‘무언가’가 내포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 정부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의식과 정치 불신이 그 ‘무언가’의 핵심이 아닐까. 접근법은 맹목적이고 감성적이며 현실도피적이지만, 분명 촌철살인의 정치(권) 비판인 셈이다.
최근 한 칼럼에서 노무현 시리즈를 분석한 바 있는 염신규 민예총 정책기획팀장은 “대중은 노무현을 씹음으로써 ‘○같은 현실’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고민과 불만들을 배설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치권력의 무게감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사회적 트렌드라고 본다. 정치권력의 잘잘못이 비판 대상이 아닌 희화화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처음 이 개그 혹은 댓글은 주로 정치 기사에 붙곤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정치 기사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불특정 기사에서 전방위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책임 영역을 벗어나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공간을 옮겨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누리꾼들은 이 댓글을 현실정치에 대한 반대나 비판의 용도가 아닌 재미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스토리텔링형 ‘노무현 시리즈’도 뜨고 있다. 특정 사건(방귀, 논평)을 역대 대통령의 특징에 맞춰 풀어낸 유머도 쏟아진다. 이들 모두를 누리꾼들은 ‘노무현 시리즈’라고 부른다.
‘개그(유머)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한다. 개그의 형성에는 사회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며, 개그에는 당시의 트렌드가 진하게 녹아 있다. 게다가 유머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확장되며 깊이를 더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이 녹아든다. 정치 기사에 달리던 댓글이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 유머사이트 미소메일의 기획실장 양성민 씨는 “유머는 일종의 ‘집단 창작물’이다. 누군가 뼈대를 만들면 구전을 통해서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건 수시로 첨삭을 거치면서 원석이 보석이 되듯 세공된다”고 말했다.
'노무현 시리즈'가 유행이다. 이 시리즈는 '노무현은 뭐 했나'로 끝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핵심이다.
시대에 따라 매체와 형식이 달라졌지만 통치권자에 대한 풍자나 희화화는 5공화국 이후 언제나 있어 왔다. “유머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 유머”라는 말도 나온다. 30대 이상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법한 5공화국 시절의 그 유명한(?) 유머, ‘이심전심 = 이순자가 심심하면 전두환도 심심하다’ 등은 지금도 수작(?)으로 꼽힌다. YS, DJ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DJ의 경우, ‘에~’로 시작하는 DJ 특유의 쉰소리가 유머의 소재가 됐다.
‘노무현 시리즈’의 유행과 관련, 대통령의 리더십에 관한 글을 발표한 정신분석학자인 인천광역시의료원 김종석 원장은 “이미 수차례 문제가 된 바 있는 노 대통령의 화법과 통치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문제 제기가 아닐까 싶다. 돌출발언이 많았던 현 정부의 스타일과 아무것에나 대통령을 끼워넣는 노무현 시리즈는 그런 점에서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린 반면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장점을 잘 못 살리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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