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 88척… 2년 동안 18척 증강’ ‘잠수함 18여 척, 포병군단 1개 늘어’ ‘북 잠수함 총 88척, 2년 새 11척 늘어’ ‘북 잠수함 18척 증강, 특수군 병력은 축소’.
6월2일과 3일 국내 방송과 종합일간지는 이 같은 제하의 기사를 싱가포르발(發)로 일제히 보도했다. 6월2~4일 싱가포르에서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주관으로 열린 제5회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동행 취재 중인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였다.
기사의 출처는 IISS가 발간한 ‘2006년 세계 군사력 비교(The Military Balance)’ 보고서. 보도 이후 국내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북한의 잠수함이 10여 척 이상 증강됐다는 것이 마치 사실처럼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에는 관련 기사가 실리거나 링크돼 있고, 일부 카페에는 이들 기사를 근거로 북한의 최근 동향을 분석한 글까지 등장했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그런데 이들 기사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실관계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골자는 북한의 군사력 변화와 ‘잠수함 증강’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사용한 비교분석 자료가 적절치 않다는 것.
2004년 IISS 보고서와 비교하면 잠수함 줄어
‘2006년 세계 군사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IISS는 북한군을 육군 95만 명, 해군 4만6000명, 공군 11만 명 등 모두 110만6000명으로 추산했다.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잠수함은 SSK(로미오)급 22척, SSC(상어)급 21척, SSI급 45척 등 모두 88척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육군 가운데 후방 잠입 등 특수 목적을 띤 특수부대원 추정치는 8만8000명.
IISS는 1958년 미국 포드재단의 지원으로 영국에 설립된 민간 전략연구기관이다. 세계 각국의 전략 문제와 군사력을 특정 국가나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으로 집계, 분석하기 위해 어느 정부로부터도 보조를 받지 않고 재단기금과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회원은 100여 개국, 2500여 명에 이르며 대부분 군사안보 전문가들이다.
IISS는 매년 각국의 국방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고문회의’를 통해 1년 동안의 연구 성과를 교환하고 논문을 발표한다. 각국의 군사력과 국방비 지출을 분석한 연차보고서인 ‘세계 군사력 비교’는 그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북한 군사력의 변화를 살펴보려면 IISS에서 발표한 2006년판 보고서 내용을 2005년 또는 2004년판 보고서와 비교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고 객관적일 터. 그러나 ‘주간동아’가 확인한 결과, IISS 2006년 보고서는 지난해 10월에 발간된 2005~06년 보고서 내용과 동일했다. 또 2004년 10월에 발간된 2004~05년 보고서 내용도 2006년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군 병력 추산치는 총 110만6000명, 특수부대원 수도 8만8000명으로 똑같았다.
특히 2004~05년 보고서는 북한 잠수함을 92척으로 추정하고 있어서 2006년의 88척은 오히려 4척이 줄어든 것이다. SSK(위스키)급 4척이 감소한 것. 북한이 최근 1~2년 사이 잠수함을 10여 척 증강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이는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비교 오류’를 범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IISS의 2006년 보고서를 국방부가 2005년 1월26일 발간한 ‘2004 국방백서’와 비교한 것이 문제였던 것.
‘2004 국방백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북한군을 육군 100만여 명, 해군 6만여 명, 공군 11만여 명 등 117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또 잠수함은 70여 척, 특수부대원은 약 12만 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2004 국방백서와 IISS의 2006 보고서를 단순 비교하면 잠수함은 10여 척 늘어난 반면 병력은 육군 5만여 명, 해군 1만4000여 명 등 6만4000여 명이 줄고, 특수부대원도 3만2000여 명이 감소한 셈이 된다.
국방부 오류 사실 알고도 적극 대응 안 해
대부분의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이 가운데 북한의 잠수함 보유 대수의 차이에만 주목해 “북한이 꾸준히 잠수함과 잠수정을 건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달았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연도의 국방백서와 IISS 보고서를 비교해 북한군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국방연구원 한 관계자의 말이다.
“IISS는 남-북한 군사력을 분석할 때 국방부의 국방백서를 기초 자료로 삼지만, 자체 획득한 정보와 비교해 신뢰성이 높은 자료를 선택한다. 또 국방부는 국방백서를 만들 때 정보본부를 통해 획득한 자료를 모두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IISS의 자료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개해도 무방한 자료는 IISS 자료보다 정보본부 자료를 우선적으로 신뢰한다. 이 때문에 IISS의 보고서와 국방백서의 통계 수치가 서로 다른 것이다. 둘 다 추정치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정확하다고 내세울 수는 없지만,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 가지 의문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이 같은 오류를 알고 있으면서도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다. 합참은 보도가 나간 지 2~3일이 지나서야 출입기자들에게 “IISS의 보고서와 국방백서를 비교한 것은 출처 비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별도의 반박 자료를 만들지 않고 기자들에게 구두로 설명했는데, 대부분의 기자가 오류가 있음을 시인했다”며 “오보이지만 사실상 모든 언론 매체를 상대로 반론보도를 요청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데다 북한 미사일 문제 등 현안에 묻힌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현 정부 들어 사실관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기사가 보도됐을 경우,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이나 국방부 홈페이지를 통해 즉각 반박하고 언론중재위에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를 제기하던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방 예산 증가를 바라는 국방부나 합참의 처지에서는 북한 군사력이 증강됐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 여부를 떠나 내심 싫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보도 당시 일련의 상황을 합참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문제의 기사를 보도한 언론 매체들도 함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모두 북한의 잠수함이 증강됐다고 믿는 것일까, 아니면 그러기를 바라는 것일까.
6월2일과 3일 국내 방송과 종합일간지는 이 같은 제하의 기사를 싱가포르발(發)로 일제히 보도했다. 6월2~4일 싱가포르에서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주관으로 열린 제5회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동행 취재 중인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였다.
기사의 출처는 IISS가 발간한 ‘2006년 세계 군사력 비교(The Military Balance)’ 보고서. 보도 이후 국내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북한의 잠수함이 10여 척 이상 증강됐다는 것이 마치 사실처럼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에는 관련 기사가 실리거나 링크돼 있고, 일부 카페에는 이들 기사를 근거로 북한의 최근 동향을 분석한 글까지 등장했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그런데 이들 기사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실관계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골자는 북한의 군사력 변화와 ‘잠수함 증강’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사용한 비교분석 자료가 적절치 않다는 것.
2004년 IISS 보고서와 비교하면 잠수함 줄어
‘2006년 세계 군사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IISS는 북한군을 육군 95만 명, 해군 4만6000명, 공군 11만 명 등 모두 110만6000명으로 추산했다.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잠수함은 SSK(로미오)급 22척, SSC(상어)급 21척, SSI급 45척 등 모두 88척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육군 가운데 후방 잠입 등 특수 목적을 띤 특수부대원 추정치는 8만8000명.
IISS는 1958년 미국 포드재단의 지원으로 영국에 설립된 민간 전략연구기관이다. 세계 각국의 전략 문제와 군사력을 특정 국가나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으로 집계, 분석하기 위해 어느 정부로부터도 보조를 받지 않고 재단기금과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회원은 100여 개국, 2500여 명에 이르며 대부분 군사안보 전문가들이다.
IISS는 매년 각국의 국방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고문회의’를 통해 1년 동안의 연구 성과를 교환하고 논문을 발표한다. 각국의 군사력과 국방비 지출을 분석한 연차보고서인 ‘세계 군사력 비교’는 그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북한 군사력의 변화를 살펴보려면 IISS에서 발표한 2006년판 보고서 내용을 2005년 또는 2004년판 보고서와 비교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고 객관적일 터. 그러나 ‘주간동아’가 확인한 결과, IISS 2006년 보고서는 지난해 10월에 발간된 2005~06년 보고서 내용과 동일했다. 또 2004년 10월에 발간된 2004~05년 보고서 내용도 2006년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군 병력 추산치는 총 110만6000명, 특수부대원 수도 8만8000명으로 똑같았다.
국방부가 발간한 2004 국방백서와 IISS의 ‘2004·2005’, ‘2005·2006’세계 군사력 비교 보고서 표지.
이는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비교 오류’를 범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IISS의 2006년 보고서를 국방부가 2005년 1월26일 발간한 ‘2004 국방백서’와 비교한 것이 문제였던 것.
‘2004 국방백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북한군을 육군 100만여 명, 해군 6만여 명, 공군 11만여 명 등 117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또 잠수함은 70여 척, 특수부대원은 약 12만 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2004 국방백서와 IISS의 2006 보고서를 단순 비교하면 잠수함은 10여 척 늘어난 반면 병력은 육군 5만여 명, 해군 1만4000여 명 등 6만4000여 명이 줄고, 특수부대원도 3만2000여 명이 감소한 셈이 된다.
국방부 오류 사실 알고도 적극 대응 안 해
대부분의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이 가운데 북한의 잠수함 보유 대수의 차이에만 주목해 “북한이 꾸준히 잠수함과 잠수정을 건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달았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연도의 국방백서와 IISS 보고서를 비교해 북한군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국방연구원 한 관계자의 말이다.
“IISS는 남-북한 군사력을 분석할 때 국방부의 국방백서를 기초 자료로 삼지만, 자체 획득한 정보와 비교해 신뢰성이 높은 자료를 선택한다. 또 국방부는 국방백서를 만들 때 정보본부를 통해 획득한 자료를 모두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IISS의 자료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개해도 무방한 자료는 IISS 자료보다 정보본부 자료를 우선적으로 신뢰한다. 이 때문에 IISS의 보고서와 국방백서의 통계 수치가 서로 다른 것이다. 둘 다 추정치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정확하다고 내세울 수는 없지만,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 가지 의문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이 같은 오류를 알고 있으면서도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다. 합참은 보도가 나간 지 2~3일이 지나서야 출입기자들에게 “IISS의 보고서와 국방백서를 비교한 것은 출처 비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별도의 반박 자료를 만들지 않고 기자들에게 구두로 설명했는데, 대부분의 기자가 오류가 있음을 시인했다”며 “오보이지만 사실상 모든 언론 매체를 상대로 반론보도를 요청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데다 북한 미사일 문제 등 현안에 묻힌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현 정부 들어 사실관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기사가 보도됐을 경우,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이나 국방부 홈페이지를 통해 즉각 반박하고 언론중재위에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를 제기하던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방 예산 증가를 바라는 국방부나 합참의 처지에서는 북한 군사력이 증강됐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 여부를 떠나 내심 싫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보도 당시 일련의 상황을 합참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문제의 기사를 보도한 언론 매체들도 함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모두 북한의 잠수함이 증강됐다고 믿는 것일까, 아니면 그러기를 바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