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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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도 겁낼 적십자사 혈액관리

브루셀라 병력자가 142회 무차별 헌혈 인간광우병 배제자 혈액도 최소 14회 출고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6-07-26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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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큘라도 겁낼 적십자사 혈액관리
    최근 북한이 시험발사한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의 사정권은 한반도 전역이다. 북한은 노동과 스커드를 800기 넘게 보유 중인데 이들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으면 핵무기가, 생물학 및 화학무기를 장착하면 생화학무기가 된다.

    우리 군은 생물학무기로 사용되는 브루셀라(Brucellosis)의 치료제로 오플록사신 64만775정과 리팜피신 7만5451캅셀을 보유하고 있다. 브루셀라는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생물학작용제.

    “5년 넘게 앓다 보니 브루셀라가 왜 생물학무기로 쓰이는지 알겠더군요. 브루셀라에 감염된 뒤 무기력증이 엄청나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의욕이 상실되고, 대책 없이 피곤하고, 견딜 수 없을 만큼 눈이 아팠습니다.”

    전북 정읍시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김동호(46) 씨는 브루셀라 얘기를 꺼내자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면서 치를 떨었다. 당국이 소홀하게 대처한 까닭에 김 씨처럼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람이 늘고 있다(32쪽 기사 참조).

    병원에 수혈용 공급하거나 혈액제제용으로 납품



    브루셀라는 대표적인 인수공통 전염병. 국내엔 1950년대에 들어왔는데(사람에게 처음으로 발병한 때는 2002년) 브루셀라에 감염된 소는 도축해 땅에 매립하도록 돼 있다. 그만큼 소에겐 치명적이다. 보통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지 않는데 “수혈과 수유, 성교를 통한 감염은 예외다.”(전북대 백병걸 교수)

    그렇다면 혈액을 관리하는 대한적십자사는 브루셀라를 비롯한 법정전염병의 수혈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춰놓았을까? 부실한 혈액관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십자사는 과연 거듭났을까?

    ‘주간동아’는 424호 특종보도(수혈로 인한 B형, C형 간염 감염 최초 확인)를 비롯해 2004년부터 14차례에 걸쳐 적십자사의 부실한 혈액관리를 고발했다. 추가 취재 결과, C형 및 B형 간염, 에이즈와 관련한 혈액관리는 개선됐으나 이들을 제외한 법정전염병 혈액관리는 아직도 후진적인 수준이었다.

    ‘인간광우병(vCJD,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수혈로 인해 전염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수혈을 통한 인간광우병 감염자가 발생하자, 영국은 자국 혈액 제품을 수입한 14개 나라에 인간광우병 발병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광우병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인간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최대 1만4000명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쇠고기 섭취에 의한 감염보다 수혈을 통해서 확산될 가능성이 더 크다.”(영국 에든버러의 광우병감시연구소)

    수혈로 인한 인간광우병 전파가 우려되면서 선진국들은 영국에 일정 기간 머문 사람들에게는 헌혈을 받지 않고 있다. 한국의 적십자사도 영국을 비롯한 광우병 위험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헌혈할 수 없도록 규정해놓았다.

    그런데 ‘주간동아’ 취재 결과, 적십자사가 인간광우병과 관련해 헌혈할 수 없는 ‘헌혈배제자’의 혈액을 병원에 수혈용으로 공급하거나 혈액제제용으로 납품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광우병 관련 헌혈배제자 혈액이 적어도 14회(2004~2005년 9회)에 걸쳐 출고된 것(표 참조).

    혈액관리법 제7조 2항은, 혈액원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전염병자 및 건강 기준에 미달하는 자로부터 채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정전염병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원칙적으로 헌혈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

    전북 정읍시에서 헌혈한 브루셀라 병력자 A 씨의 사례는 이러한 법 조항을 무색케 한다. 적십자사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박재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브루셀라 병력자인 A 씨는 7월6일까지 142회(발병 인지 전 및 치료 후 포함)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헌혈을 했다. 발병 인지 전의 헌혈은 차치하더라도 적십자사의 문진 과정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A 씨는 브루셀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2003년 이후에만 총 42차례(7월6일 현재) 헌혈을 했는데, A 씨의 혈액은 모두(7월6일 헌혈분 제외) ‘분획’ 목적으로 출고됐다. 분획은 혈액제제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는 뜻이다. 적십자사가 브루셀라에 감염된 A 씨의 혈액을 헌혈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A 씨가 전혈을 하지 않고 혈장만 제공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A 씨의 혈액이 다른 사람에게 수혈됐더라면 그 사람은 브루셀라를 앓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법정전염병 병력자는 헌혈유보군에 넣어 관리하는게 맞는데, 왜 그런 식으로 혈액을 다뤘는지 이해할 수 없다.”(백병걸 교수)

    인간광우병 관련 헌혈배제자 혈액 출고 내용
    [표1] vCJD 헌혈배제자 헌혈 혈액 출고 기록(자료 : 고경화 의원)
    헌혈자 헌혈일 혈액제제 풀고처 출고일
    유○○ 2005년 2월2일 적혈구제제 ○○병원 2005년 2월7일
    신선동결혈장 ○○혈장분획센터 2005년 2월18일
    박○○ 2005년 3월16일 적혈구제제 ○○병원 2005년 3월21일
    신선동결혈장 ○○대학병원 2005년 4월4일
    혈소판제제 ○○병원 2005년 3월18일
    황보○○ 2004년 10월5일 전혈제제 ○○의원 2004년 10월11일
    노○○ 2005년 3월22일 적혈구제제 ○○병원 2005년 3월28일
    혈소판제제 ○○병원 2005년 3월25일
    신선동결혈장 ○○혈장분획센터 2005년 4월14일
    200년 11월8일 적혈구제제 부적격으로 폐기

    (ALT 73)
    신선동결혈장
    혈소판제제
    1999년 5월25일 적혈구제제 ○○산부인과 1999년 6월11일
    신선동결혈장 ○○병원 1999년 5월31일
    1997년 11월21일 적혈구제제 ○○병원 1997년 12월8일
    혈소판제제 ○○의료원 1997년 11월25일
    신선동결혈장 ○○의료원 1997년 11월26일


    병력자 사실 안 뒤에도 적십자사는 별다른 조치 안 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헌혈유보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A 씨는 적십자사에 ‘등록헌혈자’로 등재돼 있다(7월6일 현재). 등록헌혈자는 일종의 VIP 헌혈자로, 헌혈 부적격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피를 가진 사람들만 가입된다.

    또 다른 문제는 A 씨가 브루셀라 병력자라는 사실을 안 뒤에도 적십자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브루셀라에서 완치되었는지, 항체가가 얼마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혈액검사를 하거나 보건소 등에 문의하는 절차가 일절 없었다.

    A 씨는 2월16일부터 7월6일까지 11차례 헌혈했는데, 적십자사가 A 씨의 브루셀라 감염을 인지한 것은 지난해다. 그렇다면 A 씨의 혈액은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는데 7월6일 헌혈 때까지도 등록헌혈자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렵다. A 씨는 적십자사의 헌혈유보군에 한 차례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브루셀라는 완치 후에도 2년 동안 채혈이 유보되는데, A 씨가 언제 완치됐는지는 정확치 않다. 11차례 이뤄진 올해의 헌혈은 완치 후 이뤄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으나, A 씨가 병력자라는 것을 안 뒤에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A 씨가 법정전염병에 걸렸으며 헌혈을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드라큘라도 무서워할 혈액관리”라면서 “감염사고를 막는 동시에 양질의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등록헌혈자 제도가 그런 식으로 관리됐다니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A 씨가 무차별적으로 헌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헌혈유보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브루셀라 병력자는 확인된 수만 전국적으로 250명(2002년 이후 감염자 누계)에 달한다. 그럼에도 헌혈유보군에 등록된 브루셀라 병력자는 현재(7월6일)까지 단 1명도 없다. A 씨처럼 부지불식간에 혹은 고의로 헌혈을 하더라도 시스템상에서 걸러낼 수 없다는 얘기다.

    쓰쓰가무시증, 결핵, 유행성이하선염, 세균성이질 등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이들 질병에서도 A 씨 같은 부적격 헌혈자가 존재한다.

    법정전염병을 앓고 있거나 헌혈유보 기간이 지나지 않은 병력자의 혈액이 걸러지지 않는 것은 적십자사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법정전염병 환자를 확인하지 않고, 질병관리본부도 대한적십자사에 전염병 환자 정보를 통보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에이즈, 인간광우병, 말라리아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헌혈센터의 전산망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적십자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질병 감염자는 혈액유보군으로 등록돼 있다고 한다. B형, C형 감염도 적십자사가 자체적으로 헌혈유보군을 만들어 부족하나마 관리하고 있다.

    혈액유보군 관리와 헌혈 시 문진 철저히 이뤄져야

    그렇다면 왜 브루셀라, 홍역 등 나머지 법정전염병은 헌혈센터의 전상망에서 확인이 안 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까?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한 관계자의 설명은 다소 군색하다.

    “우리가 정부기관인 질병관리본부에 먼저 자료를 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데이터베이스 공유는 정부 당국이 결정해야 할 문제로 기술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

    헌혈 시 이뤄지는 검사는 혈액형, B형 및 C형 간염, 에이즈, 매독, 말라리아 등이다. 에이즈 및 간염 관련 혈액사고로 뭇매를 맞은 뒤 들여온 NAT 장비(핵산증폭검사)도 현재는 에이즈와 C형 간염만 걸러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헌혈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나머지 법정전염병 감염 혈액은 특별한 여과장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수혈되거나, 혈액제제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혈액검사를 통해 부적격 혈액을 가려내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광우병처럼 검사방법이 개발돼 있지 않은 경우나, 핵산증폭검사에서도 잡아낼 수 없는 잠복기 혈액의 경우에는 문진을 통한 스크리닝이 아주 중요하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경화 의원)

    헌혈 시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법정전염병의 수혈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선 혈액유보군 관리와 헌혈 시 문진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인간광우병 관련 헌혈배제자의 혈액과 A 씨 사례에서 미뤄볼 수 있듯, 혈액유보군 관리와 헌혈의집 등에서의 문진은 구멍이 뚫려 있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보건소에서 브루셀라 완치 판정이 내려지면 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고, 질병관리본부는 다시 적십자사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에서 완치 판정 2년이 지난 뒤 적십자사가 혈액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해야 비로소 헌혈이 가능하다면, 브루셀라로 인한 수혈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는 다수의 특종 보도를 비롯해 14회에 걸쳐

    문제 많은 적십자사의 행태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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