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순장’ 모임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5년 6월 노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함께 산에 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후를 함께할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질 모양이다. 모임의 주체는 청와대의 핵심 친노(親盧) 직계인사들. ‘순장’이라는 표현 그대로 노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정치권에 소문이 무성한 이 모임의 실체는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몇몇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포스트 참여정부’ 구상의 일환으로 ‘순장’ 모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다.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이제 1년 반가량. 5년 임기의 3분의 2 이상이 지났으니 퇴임 이후의 행보에 대해 대통령뿐 아니라 측근 인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순장’은 사망한 주군과 함께 땅에 묻히는 고대 왕국의 장례법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는 몇몇 인사들은 실제로 노 대통령이 퇴임한 후 경남 김해에 함께 내려가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순장’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한 여권 인사는 “몇몇 사람들이 ‘순장’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청와대 내에서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무슨 정치결사체를 지향하는 조직은 아니고, 대통령이 퇴임한 후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면서 참여정부의 뒤를 잇겠다는 취지의 모임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4, 5명의 비서관급 인사들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봉화마을 인근 땅 매입 준비 소문도
노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퇴임 후 고향에 정착할 생각을 밝혀왔다. 실제로 측근을 김해 봉화마을에 보내 퇴임 후 거주할 지역 등을 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설립한 아태재단을 모델 삼아 동북아 평화와 환경문제 등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 운영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측은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하지만, 노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화마을 인근에 거주할 곳을 정하고 부동산 매입 등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참여정부의 임기가 끝난 후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등 구차하게 살지 말자는 취지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정도다. 이를 순장이라고 표현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고향에 따라가겠다는 것은 실제로는 무리다. 다들 하는 일이 있고 나름의 계획이 있는데…”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비서관은 “얼마 전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퇴임 이후 김해에 내려가 대통령을 모시자. 순장하는 심정으로 참여정부와 운명을 같이하자’고 말한 적이 있다. 몇몇 비서관급 인사가 여기에 참여 의사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시민단체 출신, 부산·경남 출신 중 몇 명은 대통령과 함께 내려갈 생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순장 모임’이 실제로 만들어질지 여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모임이 실체를 드러낼 경우 미담가화(美談佳話)로 칭송받을지, 단순한 해프닝으로 웃음거리가 될지 여부도 아직은 오리무중. 아마도 그 평가는, 참여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업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