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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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에 인생 걸다 망했다” 트럼프 쇼크에 ‘빚투’ 개미 울상

글로벌 증시 폭락장에 美 채권·인버스 ETF로 투자자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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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04-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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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다른 기대도, 희망도 없이 넋두리나 적어본다. 지난해 나스닥에 휩쓸려 들어갔다. 주변에서 다들 돈 벌었다고 하니까 나만 바보 되는 것 같아서. 주식 잘 알지도 못했다. 그냥 남들이 좋다는 테슬라, 엔비디아 상장지수펀드(ETF)에 신용대출까지 받아 가진 돈 다 털어 넣었다. 처음 몇 달은 괜찮았다. 계좌에 빨간불 들어오는 거 보면서 나도 이제 돈 좀 벌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나스닥 쭉쭉 떨어지더라.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매일 밤 미국 주식 시세 확인하는 게 내 일상이었다.”

    4월 8일 한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나스닥에 인생 걸다 망했다’는 제목의 게시 글이다. 신용대출을 받아 미국 나스닥에 투자했다는 해당 글 작성자는 이렇게 글을 맺었다.

    “결국 얼마 전 증권사에서 연락이 왔다. 마진콜이라고. 돈 더 넣으라고. 넣을 돈이 없었다. 이미 있는 거 다 털어 넣었으니까. 오늘 아침 계좌 확인해보니 강제 청산됐더라. 남아 있는 돈은 딱 0원. 빚만 고스란히 남았다. 막막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 당장 다음 달 카드 값, 은행 이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관세전쟁에 개미들 빚더미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본 개인투자자가 속출하고 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보유 주식을 강제 처분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커지자 피난처를 찾아나선 국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채권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나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인버스 ETF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월 9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순매수액은 27억9016만 달러(약 4조1230억 원)로 13억6798만 달러(약 2조 원)를 기록했던 직전 분기 순매수액의 2배가 넘었다.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채권 선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미국의 3월 고용 증가율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당분간 금리를 인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미국 경제 둔화에 연준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며 “연준의 손발이 묶여 시장이 더 악화할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주식은 위험 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미국 채권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 국채도 최근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으로 급락하면서 트럼프 취임 이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수익률 높은 인버스 ETF

    급락장이 펼쳐지자 지수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에 투자자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월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4월 3일부터 8일까지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 1~30위 모두 인버스 상품이었다(표 참조).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13.64%로 가장 높았고, ‘KIWOOM 200선물인버스2X’(13.55%)와 ‘RISE 200선물인버스2X’(13.55%), ‘PLUS 200선물인버스2X’(13.52%), ‘TIGER 200선물인버스2X’(13.27%)가 뒤를 이었다. 모두 코스피200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한 4월 10일 코스피200이 오후 1시 기준으로 전날 대비 5%대 급등하면서 코스피200 흐름을 따르는 인버스 ETF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 인버스 상품을 위험 회피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인버스 상품에는 단기적으로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4월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버스 ETF는 하루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만큼 장기 보유하면 수익률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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