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6

2023.04.21

반려동물 건강검진이 중요한 3가지 이유

[이학범의 펫폴리] 반려견에 1년은 사람의 4~7년, 건강검진 1년에 한 번도 부족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3-04-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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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반려동물은 15년이라는 평균 수명 동안 사람이 70~80세에 겪는 질병을 모두 앓을 수 있다. [GettyImages]

    반려동물은 15년이라는 평균 수명 동안 사람이 70~80세에 겪는 질병을 모두 앓을 수 있다. [GettyImages]

    “애프터서비스가 아닌 비포서비스가 중요하다.”

    최근 한 인문학 강의에서 들은 말입니다. 저 문장을 들은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건강검진’입니다.

    몸에 특정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찾으면 질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드는 것은 물론, 치료 결과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면 정기 건강검진으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을뿐더러, 예후도 훨씬 좋습니다. 아프지 않더라도 건강검진을 통해 조심해야 할 질병을 먼저 파악하고 예방하면 더욱 좋겠죠.

    최근에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서인지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문 건강검진센터 수가 크게 늘었고, 정부에서는 만 40세와 65세를 대상으로 생애전환기 무료 건강검진 사업을 시행합니다. 저 또한 1~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으며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반려동물도 건강검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질병 예방과 치료 측면에서 사람보다 오히려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이 더 필수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반려동물의 수명은 사람보다 짧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짧은 15년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1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사람이 70~80세까지 겪는 모든 질병을 반려동물이 앓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보호자가 반려동물 나이를 과소평가하곤 합니다. 반려동물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보호자가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굶습니다. 온전히 보호자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기에 늘 어린아이처럼 느껴지게 마련이죠. 하지만 반려동물의 시간은 사람보다 빠르게 흐릅니다. 반려동물의 연령을 사람 연령으로 바꿔 계산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5세면 아직 어리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 연령으로 환산해보면 약 39세입니다(소형견 기준). 벌써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아야 할 나이인 거죠. 따라서 반려동물 나이를 사람 나이로 바꿔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아직 8세밖에 안 됐네”가 아니라 “벌써 54세가 됐구나”라며 상태를 면밀히 살필 수 있습니다. 5세가 넘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면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미리 진단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둘째, 반려동물은 아픔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반려동물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배가 아프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요” “지금 동물병원에 데려가 주세요”라고 보호자에게 표현할 수 없는 거죠. 사람이라면 몸에 이상을 느끼는 순간 바로 병원에 가겠지만,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증상을 발견하기 전까지 동물병원에 가지 못합니다. 게다가 반려동물은 야생 본능이 남아 있어서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참는 경향이 있습니다. 야생에서는 아픈 티를 내면 바로 포식자의 사냥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건강검진 기록 있어야 정확한 진단·치료 가능

    “로리야 정말 미안해. 네가 갑자기 밥도 못 먹고 쓰러져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쿠싱증후군’이라고 하더라. 통통한 네 몸을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파서였다니. 정말 부끄럽고 미안했어. 미리 건강검진을 해줬다면 네가 쓰러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제 책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에 언급한 실제 사례입니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아파도 아프다는 표현을 하지 않기에 방치했다가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반려동물이 건강해 보인다 해도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게 해야 합니다.

    셋째, 건강할 때 검사 수치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자신의 증상을 수의사에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사람보다 더 많은 검사를 하게 됩니다. 이때 평상시 건강검진 결과가 있다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프면 여러 신체기관의 수치가 변하는데, 이를 건강할 때와 비교하면 반려동물 상태를 훨씬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질병으로 동일한 증상을 보여도 이전 건강검진 기록이 있는 반려동물이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은 얼마 만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7세가 넘는 반려견, 반려묘는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도 부족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려동물의 생체시계는 사람보다 훨씬 빠릅니다. 반려견에게 1년은 사람의 4~7년에 해당하죠.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해도 사람으로 치면 4~7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7세 이상 고령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면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동물병원에 데려가 건강검진을 받기를 추천합니다.

    Tip! 반려동물 건강검진은 신체검사, 혈액검사, 요검사, 방사선검사 등이 기본검사입니다. 여기에 더해 (심장)초음파검사, 호르몬검사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검사를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연령, 품종별로 상이한 맞춤형 건강검진 항목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물병원도 있으니 가까운 동물병원을 방문해 상담 받아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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