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9일 민주당을 탈당한 김홍일 의원.
김의원의 탈당에 대해 민주당이 훨씬 민감하다. 민주당 정창교 전자정보국장은 “아들 문제로 고민하던 DJ가 민주당을 위해 던진 살신성인의 방책”이라고 김의원의 탈당을 미화했다. 정국장이 제시한 분석 틀은 우리당의 등장으로 ‘계륵’ 신세로 변한 김의원의 위상에서 출발한다. 민주당은 당초 개혁공천을 위해 호남 중진의원들을 압박했고 김의원에게도 되도록 출마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김의원은 이런 당 분위기를 무시했다. 당내 일부 인사들은 김의원을 용퇴시키기 위해 동교동을 압박하자는 구체적 전술까지 당지도부에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차에 김의원이 전격적으로 민주당을 탈당, 손도 대지 않고 앓던 이를 뺀 것. 만약 그가 탈당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면 민주당 지도부는 그의 공천을 놓고 꽤나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정국장은 “DJ가 이를 알고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현명하게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DJ의 역할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우리당으로 넘어가면 정반대의 논리로 변한다. 우리당측은 “DJ가 총선 중립을 의식, 오해를 살 수 있는 주변 인물들을 단속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몇 차례에 걸쳐 김의원의 탈당을 요청한 사실도 흘렸다. 당 한 관계자는 “김의원이 민주당에 몸담고 있으면 ‘김심’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DJ와 김의원이 결단을 내렸다”는 것. 실상 이 논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DJ와 호남을 잇는 상징적 인물인 김의원의 탈당으로 인해 호남에 대한 민주당의 기득권 논리가 와해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지역정서도 이런 분석에 점차 무게를 싣고 있다.
민주당은 설 연휴를 전후해 호남에서 비밀리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정국장은 “그 결과 정치9단 DJ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현명한 수를 던졌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민심은 아직 DJ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국장은 구체적 여론조사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김의원의 한 측근도 1월26일 “김의원이 당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정치인인 만큼 자기 갈 길도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의원은 앞으로도 뜨거운 감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당장 우리당은 목포 공천과 관련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DJ에 대한 호남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에 따라 공천을 하지 말자는 주장은 주로 호남권 인사들이 제기한다. 반면 신기남 상임중앙위원과 영남지역 인사들은 “전국 정당화를 위해 김심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공천을 주장한다. 목포에 공천하지 않을 경우 DJ의 굴레에 얽매여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는 크지 않다. 민주당도 공천 고민을 덜어준 김의원을 배려, 후보를 내지 않을 계획이다. 김의원으로서는 결과적으로 “마음을 비우니 살 길이 열린 셈”이다. 만약 탈당이 DJ 작품이라면 정치9단의 정치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