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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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기술로 달 기지 건설한다

달 표토로 벽돌 만들고, 조립식 풍선 구조물로 자급자족 시스템 운영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3-04-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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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3D 프린팅 달 기지 건설 계약을 체결한 아이콘(ICON)의 개념도. [아이콘 유튜브 캡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3D 프린팅 달 기지 건설 계약을 체결한 아이콘(ICON)의 개념도. [아이콘 유튜브 캡처]

    전 세계가 달 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장기간 머무는 데 쓰일 달 기지 건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50년 만에 다시 유인 탐사를 준비하면서 빠르면 2030년쯤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과거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착륙선에 며칠간 머물며 달 표면을 탐사했다면,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들은 한 번에 몇 달씩 달에 머물 수 있어 더 넓고 쾌적한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이후 지속적인 달 탐사와 심우주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도 있어야 한다.

    달은 중력이 작고 대기가 희박한 데다, 밤낮 온도차가 급격하다. 달 기지가 마련된다면 영상 120도에서 영하 200도에 이르는 극한의 온도와 운석, 방사선을 견디고 숨도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달 기지에는 전력, 통신, 방사선 차폐, 탐사선 착륙 등을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달 현장의 재료를 자원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전력과 건설 기술을 개발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런 공간을 설치하는 데는 상당한 장비와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달 기지 건설에 첨단기술 필요

    아이콘은 3D 프린터로 화성 모의 기지를 구축했다.[아이콘 유튜브 캡처 ]

    아이콘은 3D 프린터로 화성 모의 기지를 구축했다.[아이콘 유튜브 캡처 ]

    2020년 작성된 NASA의 국가우주위원회 보고서는 “달 탐사는 거주 기능 및 생명 유지 시스템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화성에 진출하기 위한 전 단계로 달 탐사의 운영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달 기지의 여러 인프라 중 특히 도로가 필요한 이유는 레골리스(Regolith)로 불리는 달의 표토가 위험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달 표면은 미세한 먼지로 뒤덮여 있다. 스벤 빌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항공우주공학 교수는 대중과학 매거진 ‘포퓰러 메카닉스’를 통해 “달의 표토는 지구 모래나 자갈처럼 풍화되지 않아 면도날만큼 날카롭다”며 “달에 단단하고 압축된 도로를 닦는다면 날리는 먼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달에 도로를 건설하는 데 지구에서처럼 시멘트 콘크리트를 쓰기가 쉽지 않다. 중력이 작아서 시멘트 응고 과정과 강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 표토를 사용한 다른 종류의 시멘트 혼합물이 필요하다. NASA는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의 주도 아래 MICS(Microgravity Investigation of Cement Solidification: 시멘트 응고의 미세 중력 조사)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시멘트의 주요 광물 성분인 규산삼칼슘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 미세 중력 환경에서 시멘트를 작은 비닐팩에 다양하게 혼합한 뒤 응고 과정을 시험했다. 40여 일간 응고한 후 우주에서 시멘트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응고된 시멘트에는 미세 중력으로 더 많은 층 구조가 형성됐다.



    이와 함께 달 표토를 건축 자재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NASA의 마셜우주비행센터는 항공우주 민간기업 레드와이어와 함께 ISS에서 달 표면의 먼지 입자를 3D 프린터를 통해 고체물질로 변환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UCF)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레골리스를 분사해 단단한 벽돌을 만들었다. 3D 프린터로 만든 달 표토 벽돌이 우주의 극한 환경을 견디고 우주 건축 프로젝트에 적합한 후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 1200도 고온에서 구운 벽돌은 지구 대기의 2억5000만 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딜 수 있었다.

    유럽우주국(ESA) 또한 최근 레골리스로 벽돌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벽돌은 건축뿐 아니라, 열 보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달에서 건축 장비도 제작

    유럽우주국이 구상한 팽창식 달 기지는 태양광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이 구상한 팽창식 달 기지는 태양광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유럽우주국 제공]

    3D 프린터는 건축 자재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기지 건설에 직접적으로 활용할될 수도 있다. 많은 양의 장비와 재료를 달에 보내는 대신, 우주에 3D 프린터를 설치해 제작하는 방법이다. 현재 지구 저궤도로 화물을 발사하는 데 ㎏당 약 1만 달러(약 1330만 원) 비용이 든다. 건축에 필요한 화물을 우주까지 운반하는 것보다 우주에서 직접 짓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다.

    NASA는 지난해 말 미국 오스틴에 본사를 둔 아이콘(ICON)이라는 3D 프린팅 업체와 5700만 달러(약 758억 원) 규모의 달 기지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달 기지에는 달 거주지, 착륙장, 도로 등이 포함된다. 이 기지는 달에서 현장 자원을 활용해 3D 프린터로 직접 건설하게 된다. 아이콘은 앞서 지구에 ‘마스 듄 알파(Mars Dune Alpha)’라는 화성 모의 기지를 3D 프린팅으로 구축한 바 있다. 이 시설은 158㎡ 크기로,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숙소, 주방, 욕실, 의료시설, 레크리에이션 및 피트니스장, 작물 재배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우주 기지의 시제품이나 다름없다. 마스 듄 알파는 현재 NASA 존슨우주센터에 설치돼 장기 과학 임무를 위한 시험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달 채광 지도에서 초록색을 띠는 피어리 분화구는 태양이 비치는 지역이다.[네이처 제공]

    달 채광 지도에서 초록색을 띠는 피어리 분화구는 태양이 비치는 지역이다.[네이처 제공]

    ESA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달 기지 건설을 연구했다. 조립식 초경량 풍선 구조물로 팽창식 기지를 건설해 자체적으로 산소와 식량을 생산하는 자급자족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이 풍선 구조물을 달 표토로 덮어 극한의 온도와 운석,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공간을 보호한다. 또 거울을 설치해 태양광을 반사시켜 풍선 내부를 대형 온실처럼 유지한다. 달 기지가 세워지는 위치는 달의 극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유럽이 달 탐사를 위해 진출하는 지역이 바로 달의 남극 지역이다. 극지방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극지 분화구의 물과 얼음 퇴적물에서 식수와 산소를 추출하고 연료 등을 생산할 수 있다. 달의 북극 지역에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기에 좋은 피어리(Peary) 분화구가 있다. 여기에는 수빙 퇴적물을 포함한 콜드 트랩이 자리해 더욱 유리하다. 버나드 포잉 ESA 달 탐사 프로젝트 SMART-1 연구원은 ESA 홈페이지를 통해 “피어리 분화구 지역은 태양광과 태양열을 사용할 수 있어 달 기지 건설에 이상적인 장소”라며 “이곳에서 로버(행성 표면을 탐사하는 로봇)를 파견해 인근 분화구를 탐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100명 넘는 우주과학자가 모인 우주 건설 회의에서 달에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고, 5년 내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딩리원 중국 화중과기대 총장은 ‘차이나 사이언스 데일리’를 통해 “2028년쯤 창어 8호 임무에서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며 “지구 너머에 새로운 거주지를 건설하는 것은 중국이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인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달기지 건설 박차

    중국 화중과기대가 계획하는 달 기지 레드 스타(Red Star)는 단기 체류하는 우주비행사 3~4명을 지원할 4개 캐빈으로 구성돼 있다.[화중과기대 제공]

    중국 화중과기대가 계획하는 달 기지 레드 스타(Red Star)는 단기 체류하는 우주비행사 3~4명을 지원할 4개 캐빈으로 구성돼 있다.[화중과기대 제공]

    중국은 달에 탐사선을 보낸 데 이어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설한 바 있다. 특히 우주 광물과 기타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선점하고자 미국과 우주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달 기지 건설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달 기지는 달 표토를 직접 활용해 3D 프린터와 레이저, 로봇으로 제작한다. 달에 정착할 시기를 20~30년 후로 내다보며 향후 기지 건설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편 중국과학원은 2020년 말 중국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지구로 가져온 달 토양 샘플에서 지름 1㎜ 미만의 유리구슬을 분석해 달에 수천억t의 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과거 달에 운석이 부딪히면서 이 같은 유리구슬이 생성됐고 태양풍을 맞으면서 물을 함유하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유리구슬을 가열하면 물을 추출할 수 있어, 분화구에 숨어 있는 얼음에 비해 수자원으로 활용하기가 더 쉬울 것으로 기대된다.

    행성 과학 및 탐사를 연구하는 마헤시 어낸드 영국 오픈대(개방대) 물리과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달을 탐험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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