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 앞서 소형 우주 발사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 자리한 우주경제 관련 기업인, 연구자, 학생 등 40여 명에게 “우주경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여러분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우주항공청을 연내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판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일컬어지는 우주항공청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040년 우주산업 3경 원 돌파 전망
경남 밀양시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에 전시 중인 2분의 1 크기 누리호. [뉴스1]
윤석열 정부는 우주경제 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항공우주청 설립을 공약했다. 선거 기간 경남 사천시를 찾아 항공우주청 설립을 약속하기도 했다.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윤석열 정부 100대 과제’에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항공우주청 신설’을 포함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우주항공청’이라고 바꿔 부르면서 우주산업 발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당시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항공보다 우주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는 5월 안에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올해 설립 예정인 우주항공청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대통령실에 보고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청장, 차장, 1본부장 체계로 구성될 전망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조직이 구성, 변경되는 ‘애자일(agile) 조직’을 추구할 계획이다.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기존 실·국·과 체제에서는 조직 개편에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추후 출범할 우주항공청은 훈령에 근거해 우주항공청장이 1주일 이내에 프로젝트에 맞게 조직을 구성하고 해체할 수 있다.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각종 혜택도 주어질 전망이다. 복수 국적자의 임용을 허용하고 기존 공무원 보수 체계와 무관하게 임기제 공무원의 보수를 상한선 없이 책정 가능하도록 했다. ‘연봉 10억 원’ 스타 과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과학계에서는 연봉 10억 원을 스타 과학자의 최소 몸값으로 여긴다. 이 밖에도 1급 이상 임기제 공무원의 경우 재산 등록과 공개는 강제되지만 백지신탁 의무에서는 예외 적용을 받는다. 퇴직 후에도 청장이 자체 기준에 따라 유관 분야 취업 등을 승인하면 민간에서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우주항공청 청사는 사천시에 설립될 예정이다. 야권 등에서는 당초 우주 연구기관과 관련 기업이 대거 밀집한 대전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전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우주산업 관련 연구기관 13곳이 자리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우주항공 분야는 민간 주도로 개발돼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기업이 위치한 사천시가 최종 입지로 선택됐다.
“여러 기관 전문 인력 적극 받아야”
한국은 그간 ‘우주개발 진흥법’에 따라 과기부 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5년 단위로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관련 내용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우주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2월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 회의에서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해당 계획에는 △2032년 달 착륙 △2035년 화성 궤도 탐사 △2040년대 달 기지 확보 △2045년 화성 착륙 등의 내용이 담겼다.문제는 과기부가 담당하기에는 인력과 권한 등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부서를 순환해 관련 경험을 쌓기 어려운 점, 여러 중앙행정기관과 협업이 필요한 점이 한계로 꼽힌다. 부처 간 갈등 역시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가령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 위성 발사 허가권은 과기부에 있어 다른 중앙행정기관과 협조해야 하는 일이 적잖은 것이다. 우주항공청 설립 과정에서 중앙기관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과기부 측은 “우주항공청의 권한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등이 난색을 표하거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주항공청은 한국판 NASA를 추구하지만 미국과 차이가 있다. NASA는 미국 대통령 직속 기구로 우주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우주항공청은 과기부 외청으로 설립되는 만큼 NASA와는 조직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때문에 우주항공청에서도 컨트롤타워로서 힘이 덜 실리는 과기부의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항공청이 한국판 NASA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항우연 2.0’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소수의 항우연 연구 인력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공무원이 가세해 조직이 꾸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NASA의 경우 산하에 각종 전문 연구센터가 있어 각 분야 전문가가 행정과 연구를 함께 맡으며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야 합의 걸림돌로 남아
항우연에 오랜 기간 몸담은 한 전문가는 “우주항공청 역시 NASA처럼 여러 전문기관이 들어와 전문가들이 행정과 연구를 겸하는 방식으로 굴러가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항우연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우주산업에 연관된 국내 기관이 여럿 있는 만큼 이들 기관의 인사들을 적극 받아들여 협업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과기부 역시 비슷한 우려를 갖고 정부조직법상 전문 임기제 공무원 수 제한을 20%로 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예외 규정을 둬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명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협조도 중요하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다른 대선 공약이기도 한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안은 민주당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우주항공청 신설 계획에 대해 “청급 행정기관 신설은 과하고 국급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아가 2월 14일 열린 정부조직법 협의에서 우주항공청 신설과 여가부 폐지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만큼, 추후 원내대표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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