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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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金의 소신’ 애꿎은 外高만 잡네

  • 입력2006-06-28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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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집값 문제 해결을 위해 외고 등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강북에 많이 만들어야 한다.” “외국어고는 첫 단추부터 잘못된 정책이다.”

    전자는 2003년 경제부총리, 후자는 2006년 교육부총리의 말이다. 혹 착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이 말들은 동일 인물의 공적(公的) 발언이다.

    2008학년도부터 거주지가 아닌 시·도의 외국어고 지원을 금지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전격적인 발표. 이 발표가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하는 건 학부모의 광범한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졸속 행정’인 탓도 있지만,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책임 또한 크다.

    ‘외고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주장을 위해 내세운, 어문학 인재로 커야 할 외고 졸업생들이 어문계열로 진학하지 않는다는 논거만 봐도 그렇다. 그는 D외고를 졸업한 자신의 딸이 어문계열이 아닌 경영학과에 진학한 사실을 잠시 잊었던 걸까, 아니면 그야말로 ‘백년대계’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은 걸까.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통’으로 교육 분야에는 문외한이라지만, 불과 3년의 시차를 두고 ‘우호’에서 ‘적대’로 외국어고 관(觀)을 뒤집어버린 김 부총리는 사람들을 참 헛갈리게 한다. 몸담은 자리의 성격에 따라 소신마저 왔다갔다하는 그를 누군가는 ‘대한민국 최고 관료’라고 극찬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지난해 1월 ‘깜짝 인사’를 통해 그를 발탁한 노 대통령은 이번에 깜짝 놀라지나 않았을까. ‘최고 관료’의 ‘깜짝 발표’ 파문에다 급식 사고까지 연이어 터졌으니.



    고백성사인가, 노하우(?) 전수인가. 중앙정부로부터 재해복구비를 타내기 위해 장마철이나 태풍 때 일부러 허술한 다리의 기둥을 굴착기로 들이받았다고 털어놓은 박팔용 김천시장. 그는 3선 민선 시장의 관록을 너무 뽐낸 것 같다. 비록 ‘고백의 자리’가 ‘성공 3선 시장 참회록’이라는 제목이 붙은 언론 인터뷰였고, 솔직함이 돋보이긴 했다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못한 느낌이다.

    물론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중소도시의 수장이 주민들을 위해 허술한 다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픈 단순소박한 바람도 ‘헛다리 걷어차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오랜 기간 시장으로 지내면서 업무상 터득한 비법을 공개석상에서 무용담처럼 늘어놓은 건 좀 과했다 싶다. 박 시장도 알 것 아닌가. 아무나 해낼 수 없는 묘기를 보여줄 땐 반드시 한마디 덧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초보 지자체장 여러분! 따라하면 큰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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