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
많은 누리꾼(네티즌)들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장(首長)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이렇게 부른다(거스 히딩크 감독은 ‘히동구’다). 쉽지 않은 발음 탓에 붙여진 한국식 별칭일 테지만, 비하보다는 친근감이 강하게 묻어난다.일종의 애칭인 셈.
‘아동복’ 감독이 지난해 9월30일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당시만 해도 그의 이름은 그로부터
8개월여 뒤에 이뤄진 ‘52년 만의 월드컵 원정경기 첫 승리’라는 기념비적 성과와 오버랩되지 못했다. 한국 축구팀 사상 전대미문의 위업인 ‘4강 신화’를 달성,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히딩크 감독의 명성이 워낙 강고한 데다 그의 후임으로 한국팀을 이끌었던 움베르토 쿠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잇단 부진으로 인한 국민적 낙담이 더께처럼 쌓여 있기 때문인 듯하다.
스타플레이어 중심 팀 편성 “No”
현시점에서도 아드보카트 감독을 히딩크와 같은 반열에 놓기는 성급할지 모른다. 아드보카트가 여전히 ‘히딩크의 전설’을 뛰어넘지 못하는 까닭에서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고유 매력이 있듯, 아드보카트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포츠 리더십으로 한국 축구팬들의 뇌리에 점점 깊이 각인되고 있다.
“아드보카트는 ‘안전 제일’ 뚝심의 황소, 히딩크는 ‘모험 즐긴’ 영리한 여우”.
흥미로운 점은,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초기에 쏟아진 이 같은 한국 언론매체의 분석이 월드컵 국면에선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 언론은 그를 히딩크와 집중 비교했다. 두 사람 모두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PSV 에인트호벤에서 감독생활을 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성격이나 선수 지도방식에서는 차이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었다. 가장 두드러진 대비는 ‘아드보카트=자기 주장이 강한 직선적 성격, 비판적 여론에 신경 씀, 안전 위주의 팀 운영, 선수를 엄하게 다루는 스타일’ 대 ‘히딩크=유연한 성격,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음, 과감한 신예 등용’일 것이다.
이는 아마도 당시 한국 언론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캐리커처를 저돌적인 나폴레옹으로 묘사한 네덜란드 언론의 분석을 참조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월드컵 시즌을 맞아 변화된, 아드보카트에 대한 한국 언론의 분석은 ‘적절한 의사소통과 칭찬을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고려대 류태호 교수(스포츠교육학)는 “아드보카트 감독이야말로 철저한 전략가”라고 평한다. 그의 부연이다.
“홍명보 코치가 우리 대학 박사과정에 있어서 그와 자주 대화를 나눴다. 그에 따르면 아드보카트는 훈련 과정에서 거의 모든 전술을 기획한다. 선수 분석도 마찬가지다. 그들과의 의사소통 역시 철저히 팀 미팅이나 훈련 과정에서만 이뤄진다. 독대는 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의도적인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베스트 일레븐’ 선발을 둘러싼 합리적 경쟁을 자연스럽게 촉발시킨다. 다른 나라 대표팀 경기를 분석하는 일에서는 히딩크보다 훨씬 더 치밀하다는 게 홍 코치가 전하는 목격담이다.”
한마디로 ‘황소’의 외형을 한 ‘여우’에 가깝다는 얘기. 지난해 10월, 아드보카트가 부임 이래 처음으로 가진 대표팀 소집훈련에서 같은 포지션인 안정환과 이동국을 룸메이트로 배정한 것도 ‘배려 속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팀워크를 매우 중시하는 점은 아드보카트의 빼어난 특징이다. 류 교수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짙은 스타플레이어 중심의 팀 편성을 하면 프랑스 짝이 난다는 사실을 아드보카트는 매우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태극전사 23명을 선발할 때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뛰었던 선수와 신진을 적절히 배합해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선수들 간의 조화와 융합, 균형을 꾀했다”며 “차두리를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도 공격수가 많은 현 상황에서 그를 수비수로 돌릴 경우 자칫 포지션 변동에 따른 실책을 범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소문난 ‘사발면’ 마니아 … 광고 찍으며 일행과 한 상자 ‘뚝딱’
무명선수 출신으로 ‘토털 사커’의 영향을 받은 미더필더 경험을 가진 아드보카트이기에 스타 중심의 팀 구성보다는 팀 전체의 에너지를 모으는 데 능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히딩크가 과거 박지성과 이영표를 드러내놓고 눈에 들어했다면, 아드보카트는 선호하는 선수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물론 이 또한 팀의 화합과 집단적 사고의 배양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팀워크를 최우선시하는 아드보카트의 일면이 드러난 일화 한 가지. 5월1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현대카드M’ CF의 ‘작전회의’편. “이번에도 그 선수지? 이 선수가 제일 잘하는 걸 어떡하나?” “한 번 더 볼래?”라는 대사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이 광고의 모델은 원래 아드보카트 감독 혼자였다. 하지만 출연 제의를 받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코치인 핌 베어벡과 압신 고트비의 동반 출연을 요청했다. 이유는 간단 명쾌하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함께 고생하며 팀워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란 것. 자신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길 바라지 않는 아드보카트의 신의를 눈치 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4월3일 발매된 ‘현대카드 M 아드보카트 스페셜 에디션’은 2만 장 가까이 발급됐고, 토고전 승리 이후 발급 신청 및 문의가 더욱 증가해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드보카트는 또한 ‘사발면’ 마니아다. 현대카드 M 광고를 기획한 광고대행사 ‘이노션’에 따르면, 광고 제작 당시 촬영시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간식거리를 이것저것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 촬영현장에 도착한 아드보카트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발면. 그것도 한 상자나 됐다. 아드보카트 일행은 광고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이 사발면을 모두 먹어치웠다고 한다. 카푸치노 마니아의 사발면 탐식. 아드보카트의 한국 현지화가 제대로 이뤄졌음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팔짱을 끼고 눈썹을 찡그린 근엄한 인상의 아드보카트가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도 크나큰 장점이다. 말하자면, ‘고래 반응’을 유발하는 데 능한 것이다. 범고래가 멋진 쇼를 해냈을 때 조련사는 즉시 칭찬을 해준다. 실수를 하면 질책하는 대신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한다. 또한 중간 중간에 계속 격려한다. 이것이 고래 반응을 이끌어내는 핵심이다. 아드보카트는 이런 고래 반응이 스포츠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드보카트의 칭찬은 말이 아니라 눈빛과 몸짓으로 이뤄진다. 그것도 개별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눈에 띄면 자칫 시기나 질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에서 야구인 최초의 프로야구단 사장이 된 김응룡 전 감독이 절대로 공개적인 칭찬을 하지 않았던 것을 연상하면 될 법하다.
9개월 짧은 기간에도 벼락치기 조련으로 성과 이끌어
스포츠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칭찬이 불러오는 긍정적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 부회장인 전남대 이계윤 교수(체육교육)는 “아드보카트가 대표팀 선수들의 자신감을 고양시키는 방식은 어린 시절부터 네덜란드에서 체득한 것이 분명하다”며 “잘못을 추궁하는 대신 잘한 일을 칭찬할 경우 선수들의 기술 습득 시기가 조금 늦어질지는 몰라도, 장기적 측면에서는 선수 및 팀 관리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초심자가 아니라 최상급인 국가대표 선수들에겐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되 그만큼 책임과 의무를 지우는 지도방식이 효율적이며, 이미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이것이 보편화돼 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아드보카트 감독이 히딩크에 비해 예리한 맛이 떨어져 조금 답답해 보인다고 지적하는 팬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을 맡은 지 이제 9개월 된 아드보카트와 1년 7개월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선수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가며 조련했던 히딩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데서 비롯된 오류라 할 만하다. 무기력한 쿠엘류와 본프레레 감독을 거치면서 한껏 느슨해진 대표팀을 맡아 체력 및 전술 훈련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으므로, 2002년에 선수들이 보여준 체력과 순발력의 재현이 쉽지 않은 건 자명한 결과 아닐까.
리더십 전문가가 보는 아드보카트의 리더십은 어떤 유형일까. 2월에 ‘리더십 대탐험’(다만북스 펴냄)을 출간한 리더십 연구가 이영민 씨는 “생각과 행동, 습관, 성품의 네 가지 기준으로 파악해 볼 때 아드보카트는 전략가적 기질이 강한 ‘브랜드 리더’로 파악된다”고 말한다. 이 씨는 그 이유를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완벽에 가까운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그들에 대한 열정 또한 지니고 있으며, 일정 정도의 카리스마까지 갖췄으므로 한 국가의 대표팀을 이끄는 데 모자람이 없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경기에서의 승리만 잇따른다면 아드보카트가 굉장한 용병술의 소유자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씨가 언급한 리더의 유형에는 브랜드 리더, 비전 리더, 챌린지 리더, 파워 리더, 변화 리더, 원칙 중심 리더, 슈퍼 리더, 감성 리더, 서번트 리더 등 모두 9가지. 국내 브랜드 리더의 대표격으로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안철수연구소를 만든 안철수 씨 등을 들 수 있다.
이 씨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원칙 중심 리더다. 조직 장악 능력이 뛰어나고 말도 긍정적으로 잘하는 교과서형 리더다. 하지만 이런 리더 유형의 구분은 리더십 연구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상자기사 참조).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을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리더라고 부른다. 신바람 나는 조직을 만드는 원동력은 당연히 리더십에서 나온다.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승패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값진 것은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유능한 리더십을 흡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 또한 그 자양분을 발판으로 2010년 월드컵이라는 미래를 지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드보카트는 ‘제2의 히딩크’가 아니다. ‘아드보카트’일 뿐이다. 그는 23인의 전사를 태운 ‘태극호’의 순항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성공 대열의 맨 선두에 우뚝 섰다.
많은 누리꾼(네티즌)들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장(首長)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이렇게 부른다(거스 히딩크 감독은 ‘히동구’다). 쉽지 않은 발음 탓에 붙여진 한국식 별칭일 테지만, 비하보다는 친근감이 강하게 묻어난다.일종의 애칭인 셈.
‘아동복’ 감독이 지난해 9월30일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당시만 해도 그의 이름은 그로부터
8개월여 뒤에 이뤄진 ‘52년 만의 월드컵 원정경기 첫 승리’라는 기념비적 성과와 오버랩되지 못했다. 한국 축구팀 사상 전대미문의 위업인 ‘4강 신화’를 달성,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히딩크 감독의 명성이 워낙 강고한 데다 그의 후임으로 한국팀을 이끌었던 움베르토 쿠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잇단 부진으로 인한 국민적 낙담이 더께처럼 쌓여 있기 때문인 듯하다.
스타플레이어 중심 팀 편성 “No”
현시점에서도 아드보카트 감독을 히딩크와 같은 반열에 놓기는 성급할지 모른다. 아드보카트가 여전히 ‘히딩크의 전설’을 뛰어넘지 못하는 까닭에서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고유 매력이 있듯, 아드보카트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포츠 리더십으로 한국 축구팬들의 뇌리에 점점 깊이 각인되고 있다.
“아드보카트는 ‘안전 제일’ 뚝심의 황소, 히딩크는 ‘모험 즐긴’ 영리한 여우”.
흥미로운 점은,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초기에 쏟아진 이 같은 한국 언론매체의 분석이 월드컵 국면에선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 언론은 그를 히딩크와 집중 비교했다. 두 사람 모두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PSV 에인트호벤에서 감독생활을 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성격이나 선수 지도방식에서는 차이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었다. 가장 두드러진 대비는 ‘아드보카트=자기 주장이 강한 직선적 성격, 비판적 여론에 신경 씀, 안전 위주의 팀 운영, 선수를 엄하게 다루는 스타일’ 대 ‘히딩크=유연한 성격,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음, 과감한 신예 등용’일 것이다.
이는 아마도 당시 한국 언론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캐리커처를 저돌적인 나폴레옹으로 묘사한 네덜란드 언론의 분석을 참조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월드컵 시즌을 맞아 변화된, 아드보카트에 대한 한국 언론의 분석은 ‘적절한 의사소통과 칭찬을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고려대 류태호 교수(스포츠교육학)는 “아드보카트 감독이야말로 철저한 전략가”라고 평한다. 그의 부연이다.
“홍명보 코치가 우리 대학 박사과정에 있어서 그와 자주 대화를 나눴다. 그에 따르면 아드보카트는 훈련 과정에서 거의 모든 전술을 기획한다. 선수 분석도 마찬가지다. 그들과의 의사소통 역시 철저히 팀 미팅이나 훈련 과정에서만 이뤄진다. 독대는 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의도적인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베스트 일레븐’ 선발을 둘러싼 합리적 경쟁을 자연스럽게 촉발시킨다. 다른 나라 대표팀 경기를 분석하는 일에서는 히딩크보다 훨씬 더 치밀하다는 게 홍 코치가 전하는 목격담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한 몸’이라는 신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팀워크를 매우 중시하는 점은 아드보카트의 빼어난 특징이다. 류 교수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짙은 스타플레이어 중심의 팀 편성을 하면 프랑스 짝이 난다는 사실을 아드보카트는 매우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태극전사 23명을 선발할 때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뛰었던 선수와 신진을 적절히 배합해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선수들 간의 조화와 융합, 균형을 꾀했다”며 “차두리를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도 공격수가 많은 현 상황에서 그를 수비수로 돌릴 경우 자칫 포지션 변동에 따른 실책을 범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소문난 ‘사발면’ 마니아 … 광고 찍으며 일행과 한 상자 ‘뚝딱’
무명선수 출신으로 ‘토털 사커’의 영향을 받은 미더필더 경험을 가진 아드보카트이기에 스타 중심의 팀 구성보다는 팀 전체의 에너지를 모으는 데 능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히딩크가 과거 박지성과 이영표를 드러내놓고 눈에 들어했다면, 아드보카트는 선호하는 선수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물론 이 또한 팀의 화합과 집단적 사고의 배양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팀워크를 최우선시하는 아드보카트의 일면이 드러난 일화 한 가지. 5월1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현대카드M’ CF의 ‘작전회의’편. “이번에도 그 선수지? 이 선수가 제일 잘하는 걸 어떡하나?” “한 번 더 볼래?”라는 대사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이 광고의 모델은 원래 아드보카트 감독 혼자였다. 하지만 출연 제의를 받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코치인 핌 베어벡과 압신 고트비의 동반 출연을 요청했다. 이유는 간단 명쾌하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함께 고생하며 팀워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란 것. 자신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길 바라지 않는 아드보카트의 신의를 눈치 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4월3일 발매된 ‘현대카드 M 아드보카트 스페셜 에디션’은 2만 장 가까이 발급됐고, 토고전 승리 이후 발급 신청 및 문의가 더욱 증가해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드보카트는 또한 ‘사발면’ 마니아다. 현대카드 M 광고를 기획한 광고대행사 ‘이노션’에 따르면, 광고 제작 당시 촬영시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간식거리를 이것저것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 촬영현장에 도착한 아드보카트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발면. 그것도 한 상자나 됐다. 아드보카트 일행은 광고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이 사발면을 모두 먹어치웠다고 한다. 카푸치노 마니아의 사발면 탐식. 아드보카트의 한국 현지화가 제대로 이뤄졌음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팔짱을 끼고 눈썹을 찡그린 근엄한 인상의 아드보카트가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도 크나큰 장점이다. 말하자면, ‘고래 반응’을 유발하는 데 능한 것이다. 범고래가 멋진 쇼를 해냈을 때 조련사는 즉시 칭찬을 해준다. 실수를 하면 질책하는 대신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한다. 또한 중간 중간에 계속 격려한다. 이것이 고래 반응을 이끌어내는 핵심이다. 아드보카트는 이런 고래 반응이 스포츠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드보카트의 칭찬은 말이 아니라 눈빛과 몸짓으로 이뤄진다. 그것도 개별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눈에 띄면 자칫 시기나 질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에서 야구인 최초의 프로야구단 사장이 된 김응룡 전 감독이 절대로 공개적인 칭찬을 하지 않았던 것을 연상하면 될 법하다.
9개월 짧은 기간에도 벼락치기 조련으로 성과 이끌어
스포츠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칭찬이 불러오는 긍정적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 부회장인 전남대 이계윤 교수(체육교육)는 “아드보카트가 대표팀 선수들의 자신감을 고양시키는 방식은 어린 시절부터 네덜란드에서 체득한 것이 분명하다”며 “잘못을 추궁하는 대신 잘한 일을 칭찬할 경우 선수들의 기술 습득 시기가 조금 늦어질지는 몰라도, 장기적 측면에서는 선수 및 팀 관리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초심자가 아니라 최상급인 국가대표 선수들에겐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되 그만큼 책임과 의무를 지우는 지도방식이 효율적이며, 이미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이것이 보편화돼 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아드보카트 감독이 히딩크에 비해 예리한 맛이 떨어져 조금 답답해 보인다고 지적하는 팬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을 맡은 지 이제 9개월 된 아드보카트와 1년 7개월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선수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가며 조련했던 히딩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데서 비롯된 오류라 할 만하다. 무기력한 쿠엘류와 본프레레 감독을 거치면서 한껏 느슨해진 대표팀을 맡아 체력 및 전술 훈련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으므로, 2002년에 선수들이 보여준 체력과 순발력의 재현이 쉽지 않은 건 자명한 결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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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전문가가 보는 아드보카트의 리더십은 어떤 유형일까. 2월에 ‘리더십 대탐험’(다만북스 펴냄)을 출간한 리더십 연구가 이영민 씨는 “생각과 행동, 습관, 성품의 네 가지 기준으로 파악해 볼 때 아드보카트는 전략가적 기질이 강한 ‘브랜드 리더’로 파악된다”고 말한다. 이 씨는 그 이유를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완벽에 가까운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그들에 대한 열정 또한 지니고 있으며, 일정 정도의 카리스마까지 갖췄으므로 한 국가의 대표팀을 이끄는 데 모자람이 없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경기에서의 승리만 잇따른다면 아드보카트가 굉장한 용병술의 소유자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씨가 언급한 리더의 유형에는 브랜드 리더, 비전 리더, 챌린지 리더, 파워 리더, 변화 리더, 원칙 중심 리더, 슈퍼 리더, 감성 리더, 서번트 리더 등 모두 9가지. 국내 브랜드 리더의 대표격으로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안철수연구소를 만든 안철수 씨 등을 들 수 있다.
이 씨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원칙 중심 리더다. 조직 장악 능력이 뛰어나고 말도 긍정적으로 잘하는 교과서형 리더다. 하지만 이런 리더 유형의 구분은 리더십 연구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상자기사 참조).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을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리더라고 부른다. 신바람 나는 조직을 만드는 원동력은 당연히 리더십에서 나온다.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승패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값진 것은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유능한 리더십을 흡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 또한 그 자양분을 발판으로 2010년 월드컵이라는 미래를 지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드보카트는 ‘제2의 히딩크’가 아니다. ‘아드보카트’일 뿐이다. 그는 23인의 전사를 태운 ‘태극호’의 순항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성공 대열의 맨 선두에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