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체계 개선을 위한 ‘물관리위원회’ 신설 작업이 8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위원회 신설을 위한 법적 근거인 ‘물관리기본법(안)’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3월6일 위원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근거 등만을 정리한 물관리기본법안을 만들어 해당 부처인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에 보낸 뒤 협의를 거쳐 추가항목을 정리해 제시하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직접 주재한 청와대 국정과제회의에서 지시한 사안임에도 이처럼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해당 부처의 ‘이기(利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무조정실 한 관계자는 “법안 내용에 대한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법안에 선언적 내용만 담을지, 아니면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킬지, 또 위원회 주무 부처는 어디로 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사안에서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94년 상하수도 업무 이관 때부터 갈등 시작
건교부와 환경부 간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4년 5월 건설부 상하수도국 업무가 환경부(당시 환경처)로 이관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올해로 만 12년이 넘었다. 당시 그와 같은 정부조직 개편이 단행된 데는 91년 3, 4월 페놀 낙동강 오염사고에 이어 94년 1, 2월 낙동강 오염사고가 연달아 터진 것이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 이후 환경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위해 건교부에 남아 있는 광역상수도 업무까지 환경부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있다. 반면 건교부는 물관리 업무에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고, 분리돼 있어야 물관리 기능의 질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관리 체계 개선은 2003년 3월 참여정부 출범 당시 선정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을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하지만 2년 반 동안 두 부처 간 갈등으로 논의만 무성했을 뿐 아무런 진전도 없다가 결국 노 대통령에 의해 지난해 10월 물관리위원회 신설안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동안 물관리 체계 개선을 위해 논의됐던 주요 개편방안은 ‘물관리 기능 일원화 방안’과 ‘물관리 조정기능 강화방안’ ‘독립적 물관리기구(수자원부) 설립안’ 등 크게 세 가지.
물관리위원회 신설안은 이 가운데 ‘물관리 조정기능 강화방안’으로 건교부가 지지했던 안이다. 환경부가 밀었던 안은 ‘물관리 기능 일원화 방안’이었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건교부 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당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윤승준 국정과제국장이 “물관리위원회는 계획수립과 조정, 점검 등만 맡고, 집행은 현재의 각 부처가 그대로 맡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물관리위원회 신설을 지시한 것은 물관리 기능 일원화가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더 이상 물관리 일원화 등 조직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물관리 일원화는 시대적 흐름을 놓고 볼 때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위원회는 향후 시간을 두고 효율적인 일원화 방법을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두 부처 모두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한편으로 노 대통령의 결정은 두 부처 간 논쟁과 갈등을 위원회라는 틀 안으로 묶는 효과를 가져왔다. 위원회의 구성방식과 절차 등 갈등의 소지가 큰 사안들이 많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정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의 물관리 일원화 주장이 위원회 신설 작업과는 별도로 다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4월7일 취임한 이치범 환경부 장관이 가장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취임 직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최대 현안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꼽고 “재임 기간 동안 물관리 체계를 환경부로 통합하는 쪽으로 매듭짓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급기야 5월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 부처 장관 및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회의석상에서 또다시 물관리 일원화 문제를 끄집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이 장관은) 물관리 기본법은 다분히 형식적인 것이고, 그 법으로는 체계 개선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청와대에서 다시 문제를 삼은 이유는 그 연장선상에서 논의를 해보고 싶었던 때문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회의 분위기는 이 장관의 주장에 상당히 동조하는 분위기였으나 추병직 건교부 장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일단락됐다. 이 일로 추 장관이 매우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이치범 환경부 장관 취임 직후 최대 현안 꼽아
건교부 일각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과 행동을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한명숙 총리, 그리고 올해 2월부터 대통령비서실에서 물관리 체계개선 문제에 대해 중재를 담당한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과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이 장관과 한 총리는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라는 환경시민단체를 매개로 끈이 이어져 있다. 환경운동연합 처장,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 환경시민운동을 해온 이 장관은 2003년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을 맡았고, 여성시민운동에 전념했던 한 총리는 1992년부터 여러 해 같은 연구소의 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한 총리는 또 2003~04년 1년간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환경문제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서울대 도시공학과 출신인 김 비서관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계획학으로 박사를 받는 등 개발보다 환경 쪽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이 장관과 환경부가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자꾸 재론하는 것은 한 총리 그리고 김 비서관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면서 “위원회를 통해 긴밀한 협조 및 공조체제와 시스템만 갖춰지면 충분한데 왜 굳이 물관리 일원화를 빌미로 건교부의 업무를 가져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과 한 총리, 김 비서관 등의 관계를 감안해 환경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환경부 측에서 주장하는 물관리 일원화 문제는 회의에서 잠깐 언급됐다가 끝난 사안”이라며 “직접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과제 회의 때 결정됐던 내용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은 없다는 이야기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그러나 “물관리기본법은 장기적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법안이기 때문에 더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건교부와의 법조항 협의과정에서 물관리 일원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 결국 건교부와 환경부 간 갈등은 이제 물관리기본법 조항을 둘러싸고 새롭게 전개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3월6일 위원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근거 등만을 정리한 물관리기본법안을 만들어 해당 부처인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에 보낸 뒤 협의를 거쳐 추가항목을 정리해 제시하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직접 주재한 청와대 국정과제회의에서 지시한 사안임에도 이처럼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해당 부처의 ‘이기(利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무조정실 한 관계자는 “법안 내용에 대한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법안에 선언적 내용만 담을지, 아니면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킬지, 또 위원회 주무 부처는 어디로 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사안에서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94년 상하수도 업무 이관 때부터 갈등 시작
건교부와 환경부 간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4년 5월 건설부 상하수도국 업무가 환경부(당시 환경처)로 이관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올해로 만 12년이 넘었다. 당시 그와 같은 정부조직 개편이 단행된 데는 91년 3, 4월 페놀 낙동강 오염사고에 이어 94년 1, 2월 낙동강 오염사고가 연달아 터진 것이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 이후 환경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위해 건교부에 남아 있는 광역상수도 업무까지 환경부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있다. 반면 건교부는 물관리 업무에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고, 분리돼 있어야 물관리 기능의 질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관리 체계 개선은 2003년 3월 참여정부 출범 당시 선정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을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하지만 2년 반 동안 두 부처 간 갈등으로 논의만 무성했을 뿐 아무런 진전도 없다가 결국 노 대통령에 의해 지난해 10월 물관리위원회 신설안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동안 물관리 체계 개선을 위해 논의됐던 주요 개편방안은 ‘물관리 기능 일원화 방안’과 ‘물관리 조정기능 강화방안’ ‘독립적 물관리기구(수자원부) 설립안’ 등 크게 세 가지.
물관리위원회 신설안은 이 가운데 ‘물관리 조정기능 강화방안’으로 건교부가 지지했던 안이다. 환경부가 밀었던 안은 ‘물관리 기능 일원화 방안’이었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건교부 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당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윤승준 국정과제국장이 “물관리위원회는 계획수립과 조정, 점검 등만 맡고, 집행은 현재의 각 부처가 그대로 맡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물관리위원회 신설을 지시한 것은 물관리 기능 일원화가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더 이상 물관리 일원화 등 조직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물관리 일원화는 시대적 흐름을 놓고 볼 때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위원회는 향후 시간을 두고 효율적인 일원화 방법을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두 부처 모두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한편으로 노 대통령의 결정은 두 부처 간 논쟁과 갈등을 위원회라는 틀 안으로 묶는 효과를 가져왔다. 위원회의 구성방식과 절차 등 갈등의 소지가 큰 사안들이 많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정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의 물관리 일원화 주장이 위원회 신설 작업과는 별도로 다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4월7일 취임한 이치범 환경부 장관이 가장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취임 직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최대 현안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꼽고 “재임 기간 동안 물관리 체계를 환경부로 통합하는 쪽으로 매듭짓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급기야 5월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 부처 장관 및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회의석상에서 또다시 물관리 일원화 문제를 끄집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이 장관은) 물관리 기본법은 다분히 형식적인 것이고, 그 법으로는 체계 개선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청와대에서 다시 문제를 삼은 이유는 그 연장선상에서 논의를 해보고 싶었던 때문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회의 분위기는 이 장관의 주장에 상당히 동조하는 분위기였으나 추병직 건교부 장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일단락됐다. 이 일로 추 장관이 매우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이치범 환경부 장관 취임 직후 최대 현안 꼽아
건교부 일각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과 행동을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한명숙 총리, 그리고 올해 2월부터 대통령비서실에서 물관리 체계개선 문제에 대해 중재를 담당한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과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이 장관과 한 총리는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라는 환경시민단체를 매개로 끈이 이어져 있다. 환경운동연합 처장,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 환경시민운동을 해온 이 장관은 2003년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을 맡았고, 여성시민운동에 전념했던 한 총리는 1992년부터 여러 해 같은 연구소의 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한 총리는 또 2003~04년 1년간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환경문제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서울대 도시공학과 출신인 김 비서관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계획학으로 박사를 받는 등 개발보다 환경 쪽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이 장관과 환경부가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자꾸 재론하는 것은 한 총리 그리고 김 비서관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면서 “위원회를 통해 긴밀한 협조 및 공조체제와 시스템만 갖춰지면 충분한데 왜 굳이 물관리 일원화를 빌미로 건교부의 업무를 가져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과 한 총리, 김 비서관 등의 관계를 감안해 환경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환경부 측에서 주장하는 물관리 일원화 문제는 회의에서 잠깐 언급됐다가 끝난 사안”이라며 “직접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과제 회의 때 결정됐던 내용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은 없다는 이야기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그러나 “물관리기본법은 장기적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법안이기 때문에 더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건교부와의 법조항 협의과정에서 물관리 일원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 결국 건교부와 환경부 간 갈등은 이제 물관리기본법 조항을 둘러싸고 새롭게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