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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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략가 ‘임슬로프’ 판갈이 구원투수로 등판?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6-28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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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략가 ‘임슬로프’ 판갈이 구원투수로 등판?

    6월20일 오전 임채정 국회의장이 권오규 대통령정책실장으로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개혁과 변화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주력하겠다.”

    임기 2년의 17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임채정 신임 의장이 2002년 12월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임명된 뒤 던졌던 일성(一聲)이다. ‘주간동아’(367호, 2003년 1월2일자) 뉴스피플 난은 당시 그를 ‘노무현 시대 개혁을 이끌 조타수’로 소개했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맡은 임 위원장의 책무가 누구보다 클 것임을 염두에 둔 분석이었다.

    당시 임 의장은 노 당선자 진영의 책략가이자 전략통으로 통했다. 임 위원장은 대선을 정책선거로 치르겠다는 노 당선자의 의중을 충실히 소화했다.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등 노무현 후보 공약의 대부분은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거나 틀이 잡혔다. 그는 이해찬·김경재 ·허운나 의원,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과 함께 선대위의 핵으로 불렸던 ‘PMI(Policy, Media, Internet) 5인방’의 핵심 멤버로서 탁월한 정세분석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임 의장의 별명은 러시아 공산당의 이론가였던 수슬로프의 이름을 딴 ‘임슬로프’. 이론가란 의미다. 정치력도 평가받는다. 특히 그의 정치력은 당이 곤경에 처했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2005년 초 개혁입법 처리 실패로 여당 지도부가 와해되자 비상대책위 의장을 맡아 위기를 수습했다. 이를 계기로 지도부가 교체될 때마다 그에게 비대위를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덕분에 ‘만년 구원투수’란 별칭도 얻었다.

    이 별칭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임 의장이 의장직을 맡은 뒤 들고 나온 ‘개헌론’을 유심히 본다. 책략가인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정치권에 ‘멍석’을 깔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청와대 뒷담을 타고 퍼진 시나리오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이루고 △2006년 개헌에 대해 의견수렴을 한 뒤 △2007년 초 국민투표를 통과시킨다는 시나리오를 검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임 의장의 개헌론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임 의장은 야당의 반발에도 개헌론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는 듯 당당하다. 노무현 시대의 개혁 조타수였던 임 의장은 이제 국회와 정치권의 판갈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일까?

    △전남 나주(65) △고려대 법대 △동아일보 기자 △14, 15, 16, 17대 국회의원 △민주당 국가경영전략연구소장 △한·중의원교류협회장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열린우리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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