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어디쯤에 서 있는가. 한국 축구에 대한 현지의 평가는 뚜렷하게 엇갈린다. 중요한 고비를 넘기는 정신력과 후반 막판까지의 집중력, 체력은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4년 전 여름과 견주어서는 공수 전환의 스피드, 수비 조직력, 공격 전술의 다채로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토고, 프랑스, 스위스 등을 상대로 한국은 인상적인 승부를 펼쳤다. 선제골을 내준 뒤 따라잡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 능력은 4년 전보다 향상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유럽파가 늘어난 것과 2002년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골을 내준 뒤 서두르거나 당황하면 경기를 망치기 일쑤인데, 2002년 이전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하지만 2006년 여름 독일에서는 달랐다.
후반전의 사나이 안정환, 극적 동점골 박지성 ‘인상적’
한국은 끌려가는 경기 분위기를 뒤집는 침착하면서도 다부진 경기운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경험치가 배가되면서 선수들의 상황 대처 능력이 그만큼 향상된 것이다. 토고전에서 후반전의 사나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며 건재를 과시한 안정환, 프랑스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박지성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유럽파는 5명에 달한다. 2006년 팀은 이번 월드컵까지 본선에 7차례 오른 한국의 역대 엔트리 중 가장 많은 유럽파를 보유하고 있다(1954년 스위스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대회까지 유럽파는 통틀어 6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겪은 경험은 원정 월드컵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거스 히딩크에 이어 딕 아드보카트가 월드컵 본선 지휘봉을 잡으면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고, 다시 한번 유럽 강팀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앴다는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 현대 축구의 근간을 이루는 토털 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제자인 두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어떻게 준비하고 또 싸워야 하는지를 일러주었다.
한국에 대한 독일의 평가는 투쟁적이고 조직적인 팀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승리에 대한 갈망이 뜨겁고,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뭉쳐 하나의 바위를 이룬다는 것이다. 한국은 박지성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긴 하지만 모든 선수들의 조화를 중시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2004에서 그리스가 보여주었듯, 뭉치면 무서워지는 것이 축구다.
수비라인을 포백과 스리백, 미드필드 라인을 역삼각형 혹은 정삼각형 형태로 ‘수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한국이 가진 강점이다.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스리백 우위론을 고수하던 수비라인에 포백이라는 세계 축구의 흐름이 접목된 것은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수확. 상대에 따른 스리백과 포백의 혼용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수비 전술이다.
또한 경기 상황에 따라 중원을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포진시키는 정삼각형, 또는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내세우는 역삼각형 형태로 유기적으로 구성한 점은 한국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인 요소 중 하나다. 3-4-3에서 4-2-3-1로 전형을 바꾸면서 연거푸 골을 터뜨린 토고전에서의 포메이션 변화는 눈부시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쓴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2 한일월드컵 때와 비교해 속도 경쟁력과 전술의 예리함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히딩크와 달리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는 ‘아드보사커’에 대한 불만도 없지는 않다.
현대 축구의 키워드는 속도와 공간 장악이다. 여기서 속도란 개인의 주력을 뜻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 공수 전환의 스피드를 말한다. 공격에서 수비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얼만큼 빠르냐에 따라 공격의 파괴력을 높일 수 있다. 현대 축구가 선수 개개인의 드리블 시간을 최소화하고, 짧은 패스 위주의 빠른 템포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6월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터진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골은 짧은 패스와 빠른 템포의 좋은 예다. 에르란 크레스포의 힐패스를 비롯해 24차례의 스피드 있는 패스를 거쳐 들어간 에스테반 캄비아소의 두 번째 득점은 이번 월드컵에서 현재까지 터진 골 중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콤팩트 풋볼, 즉 중원의 폭을 좁힌 뒤 공간을 찾아 밀어붙이는 흐름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다. 선수들이 패스하거나 치고 들어갈 공간이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빠르게 패스하며 90분 동안 체력을 유지하는지가 공간을 만들어내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을 주고받는 선수 이외의 동료 움직임, 즉 제3의 전술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즉 공수 전환의 속도와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량 면에서는 그다지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환상적인 속도감과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2006 독일월드컵을 주름잡고 있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브라질 등 라틴 축구와 비교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축구 본받고 K리그 경쟁력 높여야
2000년을 전후해 유럽의 체력, 남미의 기술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필드에서 종말을 고했다. 체력과 기술의 조합은 현대 축구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이번 월드컵을 휘젓고 있는 라틴 축구가 보여준 퓨전식 경쟁력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라틴 축구는 빼어난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협력 플레이와 체력을 강조하며 매혹적이면서도 위협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헬스에 뿌리를 둔 네덜란드식 압박 축구는 유럽에서는 최첨단이 아니다. 토털 사커에서 발전한 네덜란드식 압박 축구가 정점에 오른 것은 80년대 후반~90년대 후반이다. 멀티플레이어의 활약과 전방위적 압박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2006년 한국 팀의 축구는 앞으로의 월드컵에선 분명한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축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축구를 더 많이 배워 익히고, 대표팀의 인재풀이라고 할 수 있는 K리그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축구 전술의 세계적 흐름을 간파해 이를 한국에 접목할 수 있는 지도자를 육성하고, 경험을 미래의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축구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토고, 프랑스, 스위스 등을 상대로 한국은 인상적인 승부를 펼쳤다. 선제골을 내준 뒤 따라잡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 능력은 4년 전보다 향상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유럽파가 늘어난 것과 2002년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골을 내준 뒤 서두르거나 당황하면 경기를 망치기 일쑤인데, 2002년 이전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하지만 2006년 여름 독일에서는 달랐다.
후반전의 사나이 안정환, 극적 동점골 박지성 ‘인상적’
한국은 끌려가는 경기 분위기를 뒤집는 침착하면서도 다부진 경기운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경험치가 배가되면서 선수들의 상황 대처 능력이 그만큼 향상된 것이다. 토고전에서 후반전의 사나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며 건재를 과시한 안정환, 프랑스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박지성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유럽파는 5명에 달한다. 2006년 팀은 이번 월드컵까지 본선에 7차례 오른 한국의 역대 엔트리 중 가장 많은 유럽파를 보유하고 있다(1954년 스위스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대회까지 유럽파는 통틀어 6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겪은 경험은 원정 월드컵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거스 히딩크에 이어 딕 아드보카트가 월드컵 본선 지휘봉을 잡으면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고, 다시 한번 유럽 강팀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앴다는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 현대 축구의 근간을 이루는 토털 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제자인 두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어떻게 준비하고 또 싸워야 하는지를 일러주었다.
한국에 대한 독일의 평가는 투쟁적이고 조직적인 팀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승리에 대한 갈망이 뜨겁고,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뭉쳐 하나의 바위를 이룬다는 것이다. 한국은 박지성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긴 하지만 모든 선수들의 조화를 중시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2004에서 그리스가 보여주었듯, 뭉치면 무서워지는 것이 축구다.
수비라인을 포백과 스리백, 미드필드 라인을 역삼각형 혹은 정삼각형 형태로 ‘수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한국이 가진 강점이다.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스리백 우위론을 고수하던 수비라인에 포백이라는 세계 축구의 흐름이 접목된 것은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수확. 상대에 따른 스리백과 포백의 혼용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수비 전술이다.
또한 경기 상황에 따라 중원을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포진시키는 정삼각형, 또는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내세우는 역삼각형 형태로 유기적으로 구성한 점은 한국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인 요소 중 하나다. 3-4-3에서 4-2-3-1로 전형을 바꾸면서 연거푸 골을 터뜨린 토고전에서의 포메이션 변화는 눈부시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쓴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2 한일월드컵 때와 비교해 속도 경쟁력과 전술의 예리함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히딩크와 달리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는 ‘아드보사커’에 대한 불만도 없지는 않다.
현대 축구의 키워드는 속도와 공간 장악이다. 여기서 속도란 개인의 주력을 뜻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 공수 전환의 스피드를 말한다. 공격에서 수비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얼만큼 빠르냐에 따라 공격의 파괴력을 높일 수 있다. 현대 축구가 선수 개개인의 드리블 시간을 최소화하고, 짧은 패스 위주의 빠른 템포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6월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터진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골은 짧은 패스와 빠른 템포의 좋은 예다. 에르란 크레스포의 힐패스를 비롯해 24차례의 스피드 있는 패스를 거쳐 들어간 에스테반 캄비아소의 두 번째 득점은 이번 월드컵에서 현재까지 터진 골 중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콤팩트 풋볼, 즉 중원의 폭을 좁힌 뒤 공간을 찾아 밀어붙이는 흐름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다. 선수들이 패스하거나 치고 들어갈 공간이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빠르게 패스하며 90분 동안 체력을 유지하는지가 공간을 만들어내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을 주고받는 선수 이외의 동료 움직임, 즉 제3의 전술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즉 공수 전환의 속도와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량 면에서는 그다지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환상적인 속도감과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2006 독일월드컵을 주름잡고 있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브라질 등 라틴 축구와 비교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축구 본받고 K리그 경쟁력 높여야
2000년을 전후해 유럽의 체력, 남미의 기술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필드에서 종말을 고했다. 체력과 기술의 조합은 현대 축구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이번 월드컵을 휘젓고 있는 라틴 축구가 보여준 퓨전식 경쟁력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라틴 축구는 빼어난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협력 플레이와 체력을 강조하며 매혹적이면서도 위협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헬스에 뿌리를 둔 네덜란드식 압박 축구는 유럽에서는 최첨단이 아니다. 토털 사커에서 발전한 네덜란드식 압박 축구가 정점에 오른 것은 80년대 후반~90년대 후반이다. 멀티플레이어의 활약과 전방위적 압박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2006년 한국 팀의 축구는 앞으로의 월드컵에선 분명한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축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축구를 더 많이 배워 익히고, 대표팀의 인재풀이라고 할 수 있는 K리그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축구 전술의 세계적 흐름을 간파해 이를 한국에 접목할 수 있는 지도자를 육성하고, 경험을 미래의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축구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