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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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니아·독도넬라·동해엔시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우리 과학자가 발견한 신종 세균에 고유 이름 붙여

  •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입력2007-05-2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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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니아·독도넬라·동해엔시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독도넬라’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왼쪽). 독도의 흙에서 발견된 세균 ‘독도넬라’를 실험용기에서 배양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 과학자들이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특이하게도 독도가 등장한다. 독도에서 발견된 세균 ‘독도니아(Dokdonia)’가 프로테오로돕신이라는 유전자를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결과 때문이다.

    독도니아는 한국 과학자들이 신종 세균에 붙인 한글 이름. 이 세균을 지칭할 때는 외국 과학자들도 이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미생물의 이름을 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그 미생물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벌써 3년 전입니다. 독도 미생물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해 처음 독도에 갔던 게 말이죠.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독도에서 과학연구 같은 민간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과학기술부 산하 ‘미생물 유전체활용 기술개발사업단’을 이끄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태광 박사 연구팀은 2004년 독도에서 바닷물과 흙을 채집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 바닷물과 흙에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세균들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독도의 바닷물에서 발견한 세균에는 독도니아, 흙에서 발견한 세균에는 ‘독도넬라(Dokdonella)’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이름을 국제학계에서 공인받았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하면 먼저 유전자 분석을 한 뒤 그 결과를 미국 독일 일본 등 최소 2곳의 유명 연구기관에 보낸다. 이미 존재하는 미생물들의 유전자와 비교해 계통관계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외국의 연구기관에서 모두 신종이라는 데 동의하면 이름을 정해 논문으로 발표하는 동시에 국제미생물연합에 미생물의 유전자 자료, 사진, 생물학적 특성 등을 등록한다. 그 뒤부터 세계 학계에서 이 이름이 통용되는 것이다.



    한국은 부동의 미생물 기술 강국

    독도니아·독도넬라·동해엔시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미생물 유전체활용 기술개발사업단’의 한 과학자가 독도에서 바닷물을 채취하고 있다(사진 위). ‘네이처’지에 발표된 논문.

    과학자들은 신종 미생물을 발견하기 위해 독도, 비무장지대(DMZ)처럼 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나 심해저, 화산 같은 극한지역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찾아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신종 미생물을 발견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태광 박사는 “같은 재료를 가졌다고 누구나 거기서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과거엔 일본이나 미국에서 신종 미생물을 찾아내는 기술을 배웠지만, 지금은 우리만의 고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생물을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우리의 첨단기술로 발견한 신종 미생물에 독도니아, 독도넬라처럼 한글 이름을 붙이고 있다.

    예컨대 미생물 유전체활용 기술개발사업단은 독도에서 발견한 또 다른 세균엔 ‘동해엔시스(Donghaensis)’, 갯벌에서 찾아낸 세균엔 ‘갯벌마이크로비움(Gaetbulimicrobium)’, 배추김치에 들어 있는 세균엔 ‘김치(Kimchii)’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충남 광천 지역 토양에서 나온 세균은 ‘광천엔시스(Kwangchunensis)’로 명명했다.

    최근 한국이 미생물 기술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통계자료도 있다. ‘국제 미생물 계통분류 학회지(IJSEM)’ 최근호가 한국이 신종 세균 발표 건수에서 지난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새로 발견한 세균은 모두 107종. 전 세계에서 발표된 신종 세균이 547종이니 약 19.6%가 한국 과학자가 발견한 셈이다. 또한 신종 세균 100종 이상을 발표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2위 일본(61종 11.1%), 3위 미국(56종 10.2%)과 2배 가까이나 차이난다.

    사실 한국의 신종 세균 발견 건수는 2002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10위권 밖이었다. 그러나 2003년 4위, 2004년 2위로 올라섰고 2005년에는 그해 전 세계 신종 세균의 13.8%인 68종을 발표해 1위에 올랐다.

    미생물도 자원 … 국가간 확보전 치열

    지난해 세계 연구기관별 순위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32종의 신종 세균을 발표해 연구기관 중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농업생명공학연구원 한국농업미생물자원센터(18종), 한국과학기술원(16종), 서울대(14종)가 각각 3, 4, 5위를 해 세계 5위 안에 한국 기관이 4개나 포함되는 쾌거를 이뤘다. 개별 연구자 순위에서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윤정훈 박사가 21종을 발표해 3년 연속 세계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윤 박사 외에도 10위 안에 한국인 과학자가 4명이나 포함돼 있다.

    새끼손톱 정도밖에 안 되는 흙 1g에도 중국 인구보다 많은 수의 미생물이 들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생물의 99%가 학계에 공식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세균은 자연계에 수백만 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8000여 종에 그친다.

    미생물은 발효공정, 정밀화학 등의 산업소재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특히 의약품용 단백질, 생리활성물질, 효소 등을 생산하는 미생물은 산업적 가치가 매우 높다. 독도니아와 독도넬라를 발견한 연구팀도 현재 이들 세균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금도 전 세계 과학자들은 신종 미생물을 찾아내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생물이야말로 미래의 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국가 자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영토명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있지 않은가. 독도니아와 독도넬라를 연구하는 외국 과학자들을 보는 것이 그래서 더 뿌듯하다.

    ▼ 2006년 신종 세균 발표 국가별 순위
    한국 107종(19.6%)
    일본 61종(11.1%)
    미국 56종(10.2%)
    독일 55종(10.1%)
    중국 45종(8.2%)
    프랑스 38종(6.9%)
    스페인 29종(5.3%)
    인도 26종(4.8%)
    러시아 21종(3.8%)
    영국 19종(3.5%)
    기타 20개국 90종(16.4%)
    (자료제공 : 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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