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리스 부부라도 두 사람 다 성생활에 관심이 없는 경우라면 부부관계 유지엔 큰 문제가 없다.
“아이를 낳고부터 남편과의 잠자리가 한 달에 한 번도 채 안 돼요.”
이 주부도 성관계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참고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1년간은 남편이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아이를 힘들게 낳아서인지 또 임신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 어찌 된 일인지 남편도 성관계를 요구하지 않았다.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눈치 없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남편과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성관계를 얼마나 자주 하느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젊어서는 성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줄어든다. 신혼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성관계를 하던 부부들도 결혼 기간이 길어지면서 권태기에 빠지고, 성관계를 ‘의무방어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 따라 또는 부부에 따라 성적 취향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매일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성관계 없이도 부부관계를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섹스를 자주 하지 않는다고 ‘섹스리스’라고 한다면, 하고 싶어도 주변 여건 때문에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며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필자는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섹스리스는 부부간 성적 트러블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성과학연구소가 전국의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달에 섹스를 한 번 이하로 하는 ‘섹스리스 아내’가 28%에 이르렀다. 20대 부부에서도 섹스리스 비율은 12%를 넘었다. 즉, 최근 두 달 동안 남편과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여성이 100명 중 6명꼴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전체 부부의 39.7%가 한 달에 한 번도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후생노동성의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성생활 없는 부부관계는 위험 … 치유 서둘러야
물론 섹스를 하지 않는 부부라 해서 그들 모두에게 신체적 이상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 섹스리스 부부에 대한 의학적 정의 또한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부부가 한 달이 넘도록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주의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성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상대의 성적 욕구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만일 자신은 성관계를 갖고 싶은데도 상대가 응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고 이런 일이 몇 차례 계속되다 보면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섹스리스 부부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부부관계에서 섹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둘째, 두 사람 모두 관심은 있으나 섹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다. 즉, 부부 중 한 사람이나 집안 식구가 입원해 있다면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수험생이 있거나 부부 중 한쪽이 장기간 출장 중일 때도 성관계를 갖기 어렵다.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성생활을 재개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없는 유형이다.
셋째, 아내가 성생활에 관심이 없는 경우로 이는 문제가 된다. 어릴 때 겪은 성추행이나 성폭력, 집안의 완고한 성교육, 성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등으로 성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성생활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있다. 임신 중이나 출산 후 성관계를 기피하는 여성들도 여기에 속한다.
넷째, 남편이 성생활에 관심이 없는 경우로 이것도 문제다. 남성들은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성욕이 감퇴하거나 발기부전이 오기도 한다. 간혹 기질적 원인으로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겨 그럴 수도 있다. 특정 질환을 앓아 약물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성욕이 감퇴하기도 한다.
다섯째, 상대의 외도나 다른 불만에 따른 징벌 차원에서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경우다. 서로의 성생활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맞불 작전’으로 외도를 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가정에서도 이부자리 속 불만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용암처럼 끓고 있다. 섹스리스 부부의 심각성은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과 맞물려 앞으로 인구학적인 위기마저 초래할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에게 좀더 관심을 갖고 부부관계를 원만히 만들어나가려 노력한다면 적어도 이혼율은 낮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부부관계에서 섹스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성생활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결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이나 다름없다. 현대사회에서의 행복은 자신에게 불만이 없는 상태에서 원활한 성생활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성생활과 관련해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는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만일 성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면 전문의를 찾아가도록 하자. 성적 관심이 갑자기 없어졌다면 몸에 질환이 생겼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