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는 바이오디젤의 원료 작물 가운데 하나다.
증기자동차는 주행하면서 계속 물을 데워야 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전기자동차는 한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짧은 데다 충전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불편이 있었다. 반면 가솔린 자동차는 유전 발견으로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데다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춤으로써 차츰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EU 2012년부터 CO2 배출량 20% 감축 추진
그러나 100년 역사를 가진 가솔린 자동차가 오늘날 다시 커다란 도전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성급하게 100년 전의 증기자동차나 전기자동차와 같은 운명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기상이변 등을 불러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배경환 책임연구원은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30%가 수송용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류기천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2012년부터 EU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평균 163g/km에서 130g/km로 20% 이상 줄이라는 신규 법안을 제안했고, 일본이나 미국도 연비 개선을 목표로 내걸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30g/km 이하로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이런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연비 개선, 대체연료차 개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연비 개선 때문에 뒤늦게 각광받는 차가 디젤차다. 원래 디젤차는 가솔린차보다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면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기존 디젤엔진의 성능을 크게 개량한 커먼레일 엔진의 등장으로 배출가스와 소음까지 줄어들었다. 현재 유럽에선 신차 판매의 50% 정도가 디젤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 사용도 늘고 있다. 독일의 루돌프 디젤이 처음 디젤엔진을 개발할 때 콩기름을 연료로 사용했음을 감안하면 바이오연료는 새로울 것도 없다. 현재 바이오연료 가운데 상용화되는 것은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이다.
일찍부터 바이오연료를 사용해온 나라는 브라질. 브라질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하는 바이오에탄올의 세계 2위 생산국으로 70년대부터 가솔린과 에탄올을 혼합해 사용했고, 2000년대 들어 에탄올 비율을 20~25%까지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는 에탄올 연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에탄올 혼합 비율을 20%로 낮췄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 베르나(왼쪽)와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
미국은 최근 브라질을 벤치마킹해 바이오연료 사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월14일 앞으로 10년 안에 휘발유 소비를 20% 감축한다(20-in-10 plan)는 대통령령을 공포한 것. 미국은 수송용 연료에서 대체연료의 사용 비중을 2006년 3%에서 2017년 15%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 비준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EU의 경우 2005년 바이오연료 생산량은 390만t. 이 가운데 바이오디젤이 81.5%인 318만t이다. 독일이 총생산량의 52.4%를 차지해 바이오디젤의 메카 구실을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에서도 생산쿼터제 및 소비세 감면 등으로 생산을 확대하는 추세다. EU는 수송용 연료에서 대체연료 비중을 2005년 2%에서 2010년 5.75%, 2020년 2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바이오연료는 기존 화석연료에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근본적으로 대체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라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엔 바이오연료가 과연 친환경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브라질에선 바이오에탄올 원료인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을 불태우고 있어 또 다른 환경파괴라는 비난을 듣는다.
또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원료작물 재배 증가가 물 부족과 기아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바이오에탄올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한 대의 연료를 채우기 위해선 한 사람이 1년간 먹을 곡물을 소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바이오연료 생산 개발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해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주목 한 몸에
바이오에탄올의 경우 근본적인 한계가 제기되고 있다. 가솔린에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하는 경우 일정량 이상의 수분이 섞여 들어가면 가솔린과 에탄올의 상분리(相分離) 현상이 생겨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또 에탄올 비율이 50% 이상 되면 자동차 부품이 부식될 수 있는 데다 불이 붙어도 불꽃이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다.
바이오연료의 이런 한계 때문에 바이오연료 차량은 21세기 친환경차의 주역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만옥 연구위원은 “20년 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연료전지 차량 등 다른 친환경차와 상호보완하는 관계가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궁극적인 친환경차 자리는 수소자동차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수소는 배기가스가 없고 무제한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연료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에너지경제연구원 배경환 책임연구원은 “수소 연료탱크의 폭발 우려와 수소 저장소 같은 인프라 문제, 또 수소차의 엄청난 가격 등이 수소차의 상용화를 가로막는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차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가솔린이나 메탄올, 천연가스 등에서 수소를 안정적으로 뽑아내 연료로 사용한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생긴다는 원리를 반대로 이용해 전기를 얻어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다. 그러나 역시 비싼 차량 가격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국내외에서 새삼 주목받는 자동차가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복합 자동차로, 연료 소모 및 배기가스 배출이 많은 시동이나 가속을 할 때는 전기모터가 동력원이 되고, 연료 소모가 적은 정속 주행 시에는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한다.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일본 도요타가 선두를 달린다. 미국의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 3’는 뒤늦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용화로 궤도를 수정했다. 이들 빅3는 그동안 하이브리드가 연료전지 차량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차량이라고 생각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 차량에 관한 한 안방을 일본 업체에 내주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10년에 75만~100만 대가 생산될 것으로 예측한다. 또 2030년엔 다른 종류의 자동차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점한 도요타가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올라선 것은 예정된 절차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