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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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문화코드를 찾아라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입력2007-05-28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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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 문화코드를 찾아라

    광장시장을 찾은 20대 여성들과 궁중요리 연구가 한영용(오른쪽에서 두 번째) 씨가 즉석에서 합석해 막걸리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창업한 음식점들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유형은 요리주점이었다. 그리고 요리주점 중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것은 소주도 양주도 맥주도 아닌 바로 막걸리였다. 값이 싼 데다 도수가 낮아 마시기에 부담이 적고 한동안 막걸리를 끊었던(?), 그러나 젊은 시절 막걸리와의 추억 한 자락쯤은 가지고 있는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막걸리 소비량은 16만9000㎘로 전해에 비해 1.8%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잘나가는 막걸리 전문점의 경우 한 달에 30~40개씩 체인점이 늘었다고 한다. 막 걸러서 먹는 막걸리가 막 달려나간 것이다. 하지만 막걸리 전문점이 2007년 넘어서도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반짝 인기 … 막걸리 나름의 매력 갖춰야 할 때

    전반적으로 음주문화의 변화는 순한 도수가 대세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가볍게 마시고, 대화를 즐기며, 마신 다음 날 하루를 거뜬하게 해주는 일석삼조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양주 소비량은 2002년 4만5000㎘였는데 해마다 줄어 2005년엔 3만4000㎘, 2006년엔 3만3000㎘가 됐다.

    누구나 좋아해서 한국의 전통주라고 부를 만한 소주가 1990년대 말부터 도수를 줄이더니 최근 19.8도까지 내려가는 동안 ‘독한’ 증류식 전통소주와 양주의 판매량이 줄어들었고,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순하기는 더 순하지만 이제는 소주와 비교해 도수 차이가 너무 줄어든 약주까지 시장이 축소되고 말았다.



    그런데 소주나 맥주, 막걸리 이상으로 순한 술로 변화하는 동안 최대 수혜를 받은 술은 따로 있다. 바로 와인이다. 아직 국내 주류시장에서 점유율이 0.9% 정도지만 2001년 대비 2005년 성장률이 165%에 이른다. 2010년까지 해마다 25%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와인바가 늘어나고 만화 ‘신의 물방울’을 계기로 여러 와인을 순례하는 마니아층도 많아졌고, 최근에는 와인의 가격부담에 저항하는 와인포차(포장마차)도 생겼다.

    주류산업이 단지 순한 도수나 맛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서 알 수 있는데, 대기업 경영진의 84%가 와인에 대한 ‘지식’을 잘 몰라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일상화된 유럽 미국과의 비즈니스가 늘어날수록 와인 스트레스는 커질 것이고, 이것은 글로벌 문화의 압박이라고 할 만하다.

    2006년 한 해만 놓고 볼 때 와인과 막걸리는 둘 다 성장세를 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성장속도는 다르다. 10년 후 미래는 어떨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여파와 주류업체들 사이의 경쟁으로 수입 와인의 가격도 하락할 것이 분명하고, 가볍게 술과 대화를 즐기는 문화의 확산으로 와인은 소주 맥주와 더불어 음주문화의 주역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2006년의 기세를 이어가서 당당하게 음주문화의 한 축으로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불행히도 성세를 누렸던 막걸리 전문점들은 과당경쟁으로 자멸해가는 분위기다. 막걸리만의 문화코드가 없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위한, 막걸리에 의한, 막걸리만의 문화코드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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