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드라마 ‘궁’의 O.S.T 앨범사진.
불과 1~2년 전만 해도 O.S.T 제작에 인기가수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O.S.T가 최소한의 제작비로 적정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위험기피 속성을 지닌 때문이다. 거액의 개런티를 지급해야 하는 스타급 가수를 합류시키는 것은 모험으로 여겨졌고, O.S.T는 대체로 무명가수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그런데 2004년 SBS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O.S.T가 인기가수 조성모를 앞세워 ‘대박 음반’으로 히트 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어 KBS 2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는 박효신의 히트곡 ‘눈의 꽃’을 앞세워 가요계에 O.S.T 대세론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SBS TV ‘패션 70’s’, MBC TV ‘내 이름은 김삼순’ 등 인기 드라마의 O.S.T가 호응을 얻으면서 가수들이 O.S.T에 보내는 관심 또한 높아졌다.

O.S.T는 신인가수나 잊혀진 가수의 인기를 되살리는 효과도 갖는다. 최근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TV ‘궁’의 주제가 ‘퍼햅스 러브’를 듀엣으로 부른 하울과 J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인가수 하울은 ‘퍼햅스 러브’의 인기 덕분에 지난 연말 발매한 데뷔 앨범이 뒤늦게 인기 행진을 벌이고 있다. J는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모았다가 최근에는 주춤한 상태였지만 ‘퍼햅스 러브’의 인기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SBS TV ‘하늘이시여’의 주제가를 부른 리아도 O.S.T 덕분에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예 중의 하나다.
O.S.T가 가요계 불황 탈출의 좋은 방법으로 각광받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업적인 측면 때문에 드라마와 맞지 않는 음악이 O.S.T를 가득 채워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O.S.T는 드라마와 하나가 될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