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은 운동 처방을 받은 뒤 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
그런데 고인도 120kg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3개월 동안 30kg 정도 감량하고, 일주일에 4∼5회는 반드시 헬스클럽을 찾아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운동 중독과 지나친 체중 감량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병원에 찾아오는 심혈관 질환자 중에서도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지 여부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상식처럼 통해온 ‘운동=건강의 지름길’이라는 단순한 공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시기가 된 것 같다.
40, 50대 신체 조건에 맞는 운동 필요
운동요법이 식이요법, 약물요법과 함께 심혈관 질환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예방 및 치료법 중 하나임에도 최근 지나친 운동과 체중 감량이 돌연사의 원인으로 의심받는 것은 운동에 대한 다음과 같은 오해 때문일 것이다.
고 김형곤 씨의 빈소.
또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운동 강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데,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던 40대가 운동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운동 처방을 받은 뒤 시작하는 것이 좋다. 빠르게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이 좋다.
두 번째는 운동과 체중 감량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오해다. 많은 환자들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총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 극단적인 방법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비만이던 사람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감량했더라도 동맥경화증, 뇌중풍(뇌졸중),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단시간에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동맥경화는 사춘기인 10대부터 서서히 진행되며 여기에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동맥경화증이 진행되고 악화되기 때문이다. 동맥경화 찌꺼기(플라크)는 장기간에 걸쳐 혈관에 축적되는데, 어느 순간 혈관벽에 쌓여 있던 플라크 덩어리가 파열돼 심장이나 뇌혈관을 막을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중풍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얼굴의 주름을 없애는 것보다 혈관의 동맥경화 진행을 막는 것이 더 어렵다.
동맥경화증이 진행 중인 동맥의 컴퓨터 단층촬영 사진.
돌연사란 무엇인가. 돌연사 또는 급사는 증상이 나타난 뒤 1시간 내에 사망하는, 예기치 않았던 갑작스런 자연사를 말한다. 발생 빈도는 1000명당 1~2명으로 매우 높다. 대부분 심장병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돌연 심장사’를 의미한다. 이들 심장사의 80~90%는 관상동맥 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이 원인이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질환의 주된 원인이자 위험인자인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역시 전문의와 상담한 뒤 자신에게 적절한 운동요법과 식이요법,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고혈압은 혈압수치가 140/90mmHg 이상인 경우로, 일반적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초기에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다간 자칫 뇌중풍, 심장마비, 심부전과 같은 돌연사와 직결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정상혈압 범위인 120/80mmHg 이하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는 싱겁게 먹는 습관이나 적절한 유산소운동 등 식생활 습관 개선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할 경우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고혈압·고지혈증 관리 요주의
그러나 많은 고혈압 환자들은 장기간 약을 먹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일부에서는 임의로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운동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고혈압의 효과적인 관리가 어렵다.
고혈압을 철저히 조절하면 심혈관계 합병증을 뚜렷하게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엔 심장혈관 보호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많으므로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액 속에 지질(기름기)이 증가하여 혈관에 지질이 축적돼 동맥경화증이 생기고, 혈관의 직경이 좁아져서 심장·뇌 등 주요 장기에 혈액공급이 감소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과도하게 높은 것이 주원인이다. 따라서 고지혈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 수치를 낮추는 것이다. 당뇨병이 있거나 심장병 위험이 높은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mg/dl 이하로 낮춰야 한다. 고지혈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치료 목표치를 알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몸을 건강하게 지키고자 시작한 운동이 결과적으로 돌연사의 원인이 됐다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모든 일에서 중용의 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의 스트레스를 내일로 넘기지 말고,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운동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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