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핵심 트렌드는 올해도 AI

실생활 적용 가능한 ‘실질적 도구’로서 AI 정체성 뚜렷

  • 라스베이거스=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5-01-10 0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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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린다. 160여 개 국가에서 48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최첨단 기술 제품을 선보이고, 주목받는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조연설을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덕분에 CES는 한 해,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기술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1월 7일부터 10일(현지 시간)까지 나흘 동안 진행된 ‘CES 2025’의 슬로건은 ‘Dive In’, 즉 몰입이다. 올해 ‘몰입’해야 할 대상은 지난해에 이어 역시 인공지능(AI)이었다. “AI로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 변화에 적극 참여하자(CONNECT, SOLVE, DISCOVER, DIVE IN)”는 카피 아래 행사를 주관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AI, 디지털 건강, 모빌리티 등을 핵심 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디지털 건강과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결국 핵심 기술은 AI였다. AI는 2017년부터 CES에 본격 등장했다. 2016년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 AI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그 후 9년 연속 AI는 CES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테마가 됐다.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컨벤션센터 입구 모습. [김지현 제공]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컨벤션센터 입구 모습. [김지현 제공]

    양자컴퓨팅 부문 신설

    올해 CES에서 AI는 실생활에 응용되는 ‘실질적 도구’로서 정체성이 뚜렷해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AI 관련 전시 제품이 50% 이상 늘었고, 로봇·드론·메타버스·모빌리티·가전·스마트폰·컴퓨터뿐 아니라, 에너지 산업에까지 AI가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모든 영역에서 AI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 제품 혁신과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 것이다.

    2014년부터 무인자동차, 스마트카, 자율주행, 차세대 교통 등으로 불리다 3년 전부터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정착한 CES의 핵심 전시 분야 자동차에도 AI 기술 적용이 돋보였다. 도요타는 ‘우븐 시티(Woven City)’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AI·자율주행차·로봇·스마트홈 등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미래 도시 구상을 제시했다. 벤츠는 AI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카를 내놨다. 마르틴 룬스테트 볼보 CEO는 AI 기반 혁신 차량과 전기 트럭을 선보였다. 자동차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미래 교통 환경을 진화시키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CES에서는 환경 관련 주제도 꾸준히 부각돼왔다. 6년 전부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회복탄력성 관련 기술(resilient tech)이, 3년 전부터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올해도 지구 환경을 고려한 에너지 효율화 제품을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이라는 전시 프로그램이 신설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과 AI를 기반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이 대거 소개됐다. 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 블룸에너지, GE리뉴어블에너지, 파나소닉 등은 고효율 배터리 기술, 가정용 에너지 저장 시스템, 수소 연료전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솔루션을 선보였다. 에드 배스티언 델타항공 CEO는 기조연설에서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와 탄소중립 에너지 전략을 발표해 이목을 끌었고, 유키 쿠스미 파나소닉 CEO 역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라는 주제 아래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 비전을 강조했다.

    2014년부터 CES에서 꾸준히 다룬 스마트홈, 디스플레이, 가상현실(메타버스) 분야도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와 연결된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시했다. 가상현실 관련 기기로는 지난해보다 가벼워지고 착용감이 편안해진 헤드셋들이 등장했으며, 가상현실 관련 기기에 내비게이션·쇼핑·교육·영상 시청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확대 적용됐다.

    AI 다음 시대를 이끌 차세대 기술로는 양자컴퓨터가 큰 관심을 받았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는 올해 양자컴퓨팅 부문을 신설했다. 또 글로벌 양자 콘퍼런스 ‘콴툼 월드 콩그레스(Quantum World Congress)’와 협력해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양자 기술과 AI가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을 소개했다. 구글의 양자 칩 ‘윌로’, 아마존의 양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브라켓’,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애저 콴툼 엘리먼츠(Azure Quantum Elements)’ 등 주요 기업의 양자컴퓨팅 기술이 전시됐다. IBM과 인텔, 다양한 스타트업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선보이며 양자 생태계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CES 2025’ 유레카관에 자리 잡은 한국 기술 스타트업 부스. [김지현 제공]

    ‘CES 2025’ 유레카관에 자리 잡은 한국 기술 스타트업 부스. [김지현 제공]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CES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CES에 참가한 국내 기업 수는 2022년 502개에서 2023년 469개로 잠시 줄었다가 2024년 772개, 올해는 1031개로 3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미국, 중국과 어깨를 견주는 제조 강국으로서 존재감을 각인한 것이다. 질적 수준의 발전 역시 눈부시다. 올해 CES에서는 전 세계 총 292개 기업이 혁신상을 받았는데, 이 중 129개가 한국 기업으로 세계 1위였다. 미국(60개), 중국(16개), 일본(15개)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AI(24개)와 디지털 헬스(23개) 등 기술 혁신이 활발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수상이 많았던 점이 큰 성과다.

    ‘CES 2025’에서 한 모델이 중국 기업 엑스리얼의 증강현실(AR) 안경을 체험하고 있다. [김지현 제공]

    ‘CES 2025’에서 한 모델이 중국 기업 엑스리얼의 증강현실(AR) 안경을 체험하고 있다. [김지현 제공]

    혁신상 최다 수상한 한국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규제에도 지난 수년간 CES 참가 규모를 확대해왔다. 이번 CES에도 1339개 중국 기업이 참가해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TCL, 아이센스, BYD, 샤오펑 등 중국 대표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지능형 가전기기, 차세대 디스플레이, 자동차, 로봇 부문에 특화된 AI 반도체 신기술을 선보였다. 가성비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 빠르게 기술 혁신을 꾀하는 중국 기업의 약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참가 기업 수는 적지만 내실 있게 기술 발전을 꾀하는 일본의 꾸준함도 눈에 띈다. 소니와 혼다, 도요타에 더해 CES 유레카관에 자리 잡은 일본 로봇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도전에 나섰다. 일본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꾸준한 도전은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AI가 모든 전시 분야를 관통하는 현상은 AI가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와 일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자동차,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로봇을 넘어 메타버스, 에너지,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AI는 혁신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체험한 AI 기반 서비스, 자율주행차, 에너지 전환 솔루션은 모두 우리 산업 현장과 일상에 적용 가능한 수준이다. CES 2025는 AI가 산업 전반과 우리 삶에 스며든 내일의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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