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에 사건 이첩 요구권을 발동해 윤 대통령을 수사하겠다고 나섰던 공수처가 1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혼선을 초래한 것에 대해 순천지청장을 역임한 김종민 변호사는 이같이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비상계엄 관련 수사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발부·집행 과정에 여러 법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하다는 시각이 중론이지만 이와 별개로 수사 과정에도 논란과 잡음이 적잖다는 것이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뉴스1]
尹 체포 위임 시도에 경찰 반발
당장 1월 5∼6일 이틀간 벌어진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체포영장 집행 위임’이 구설에 올랐다. 공수처는 1월 3일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 저지에 막혀 실패하자 5일 국수본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임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수처가 수사권 자체는 유지하되 체포영장 집행권만 떼어내 경찰에 위임하겠다는 취지였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81조(“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를 준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 측이 이튿날 “내부의 법률 검토 결과 공수처 공문은 법적 논란이 있어 따를 수 없다”고 밝히며 논란이 커졌다. 경찰 내부에선 “우리가 용역이냐”는 항의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관은 6일 추가 협의를 통해 공수처, 국수본, 국방부 조사본부가 꾸린 ‘비상계엄 공조본’ 체제 유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공수처의 영장 집행 위임 시도에는 제대로 된 법적 근거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81조는 ‘검사가 검찰 수사관에게 집행 지휘를 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규정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이를 준용하더라도 ‘공수처 검사가 사법경찰관인 공수처 수사관을 지휘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고 해석될 뿐이다. 공수처의 법 해석대로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경찰은 이른바 ‘검수완박’ 이전처럼 검사의 영장 집행 지휘에도 응해야 하는 셈이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발부받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법상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부터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와 법원은 “윤 대통령이 머무는 한남동 관저가 서부지법 관할인 용산구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법원이 체포영장 발부에 적시했다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는 적용 예외로 한다”는 대목을 두고 판사의 월권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해당 조항은 각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와 ‘공무원 직무상 비밀에 관한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하지 못한다는 게 뼈대다. 이 같은 영장을 앞세워 공수처는 한남동 관저 수색을 시도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판사의 임무는 만들어진 법을 적용하는 것이지 법 적용을 자의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며 해당 판사가 월권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판사가 법률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청구를 해야지 법 적용을 임의대로 뗐다 붙였다 할 수 없다는 취지다.
1월 3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한 뒤 철수하고 있다. [뉴스1]
“형소법 조항 적용 예외, 판사 월권 소지” 주장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 잡음이 잇따르자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할 역량이 있느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당장 공수처는 윤 대통령과 함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수사도 검찰로부터 이첩 받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2021년 출범한 공수처는 줄곧 수사력 부족 논란에 휩싸였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교사 특혜 채용 사건(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을 제외하면 뚜렷한 수사 실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공수처가 지난해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3년 2401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공소 제기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전직 대통령 수사 등 대형 수사를 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검사와 수사관을 모두 합쳐 50명 남짓한 규모라서 수사 역량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검찰 고위직 출신인 한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서 오히려 방해가 되는 듯하다. 차라리 사건을 검경에 다시 이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1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효인 체포영장에 의해 진행되는 수사에 응할 수 없다”며 “수사와 관련해서는 우선 기소를 하고, 아니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튿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선 “2차 체포영장에도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재집행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대통령경호처도 한남동 관저에 차벽과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요새화 작업에 나섰다. 이에 경찰이 형사기동대와 함께 크레인 등 중장비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우종수 국수본 본부장은 1월 9일 특공대나 장갑차, 헬기 동원설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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