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바람이 불러온 단종 러시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랑받아온 준중형 세단인 기아 K3가 2024년 단종됐다. [기아 제공]](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76/35/5c/6776355c1a2dd2738276.jpg)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랑받아온 준중형 세단인 기아 K3가 2024년 단종됐다. [기아 제공]
전동화 바람에 밀려 단종이 불가피해진 기아 차량은 더 있다. 기아의 대형 SUV인 모하비가 2024년을 마지막으로 단종된다. 2008년 첫 출시 이후 국산 정통 SUV의 대표 주자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모하비 역시 판매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단종의 주요 이유는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유로7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모하비는 후속 모델 없이 생산이 중단되며, 모하비가 생산되던 자리는 쏘렌토·타스만 생산라인으로 전환된다. 기아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쏘렌토의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쏘렌토 생산을 최대한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타스만을 통해 픽업트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기대해볼 수 있다.
![1964년 1세대를 시작으로 9세대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 대 이상 판매된 쉐보레 말리부가 2024년 단종이 결정됐다. [쉐보레 제공]](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76/35/82/677635820408d2738276.jpg)
1964년 1세대를 시작으로 9세대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 대 이상 판매된 쉐보레 말리부가 2024년 단종이 결정됐다. [쉐보레 제공]
국내시장에 아우디의 존재감을 알린 A4도 단종된다. 하지만 아쉬움은 잠시 참아도 되겠다. A4를 계승한 신형 A5가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A5는 실용적 측면이 강화됐으며,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전동화도 이뤘다.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한 포르쉐의 718 박스터도 단종된다는 소식이다. EU의 일반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원인인데, 갈수록 엄격해지는 EU 규제에 따라 사라지는 차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포르쉐는 타이칸 등 포르쉐 특유의 모터스포츠 DNA가 강조된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어 718 박스터의 단종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줄 후속 전기차의 등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구축 노력
닛산 GT-R도 EU의 새로운 소음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17년 만에 단종을 맞았다. GT-R은 북미와 EU에서 단종되고, 이후 전동화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닛산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2025년에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BMW 6시리즈 GT도 단종을 알린 모델이다. 패스트백 형태의 6시리즈 GT는 2017년 첫 출시 이후 실용성과 스포티함을 겸비한 모델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글로벌 판매량 감소로 2024년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다. 미니 클럽맨도 2024년까지 파이널 에디션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단종된다. 미니는 전동화 브랜드로의 전환을 위해 클럽맨을 단종하고, 2025년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 소형 SUV 에이스맨에 자리를 물려줄 예정이다.
마세라티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 모델 기블리의 단종을 알렸다. 3세대 기블리는 2013년 공개 이후 국내에서 제법 많이 판매되며 마세라티 브랜드의 초석을 닦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2017년에는 한 차례 부분변경이 이뤄졌고, 브랜드 최초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탑재하며 전동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2020년에 접어들면서 판매량이 줄어 단종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마세라티는 전동화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기존 모델들을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대체하고 있어 마세라티의 다음 행보는 주시할 가치가 있다.
차량들의 단종 배경에는 몇 가지 공통된 원인이 있는데, 그중 환경 규제 강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유로7은 제조사들에는 도전 과제였다. 내연기관 모델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모델은 단종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제조사의 전동화 전환은 기존 모델을 전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동화 브랜드로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기 위해서는 쓸 만한 패는 챙기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패는 두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차종 축소는 경쟁력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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