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야구의 지붕에 오르기까지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의 ‘믿음의 야구’, 세계 홈런왕으로 도약한 이승엽, 그리고 변함없는 활약으로 최고의 솜씨를 보여준 해외파 맏형 박찬호와 김병현 등 한국의 영웅들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숨은 MVP’들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꿈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의 오판에서 비롯한 이진영의 호수비 등 행운도 따라줬다.
김인식 감독은 3월5일 한-일전에서 나왔던 이진영의 신기에 가까운 호수비와 관련한 일화를 공개했다. 이 수비 하나로 한국팀은 되살아났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김 감독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판단미스였다”고 밝혔다. 당시 오른쪽 타석에 들어선 니시오카가 당겨칠 것이라고 판단한 김 감독은 긴급히 외야 수비수 위치를 왼쪽으로 옮겼다. 그러나 바깥쪽 높은 공이 들어오고 니시오카의 배트가 나가는 순간 밀어친 타구가 원래 이진영의 위치에까지 뻗어나갔다. 애초의 수비 위치라면 쉽게 잡을 수 있는 ‘이지 플라이’였던 것이다.
교포 사장님, 멕시코 종업원 때문에 ‘응원도 눈치’
다행히 이진영이 쏜살같이 달려가 다이빙캐치 하는 호수비 덕분에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만일 그 공이 빠졌다면 한국의 역전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을 빠뜨렸다면 이런 ‘후일담’은 코칭스태프의 비밀로 묻혔을지 모른다. 김 감독은 이진영의 호수비엔 ‘도쿄돔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붕이 열린 구장에서였다면 밀어친 타구는 더욱 오른쪽으로 휘어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기의 영향을 덜 받아 타구는 직선으로 뻗어갔고, 힘차게 발을 옮긴 이진영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한-일전 승부를 가름한 수비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셈이다.
3월13일 멕시코전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LA)의 한국 교민들은 은근히 걱정을 했다. 한국과 멕시코전은 ‘한국인 사장 대 멕시칸 종업원’의 대리전이 되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서 요식업, 슈퍼마켓 등 장사를 하는 교민들은 대부분 멕시칸을 종업원으로 두고 있다. 윌셔가에서 한인 교민들을 상대로 24시간 해장국집을 하는 C 사장은 “이기더라도 크게 이기면 안 된다. 또 지더라도 크게 지면 안 된다”고 걱정했다. “크게 이기면 멕시칸들이 파티를 하고 술을 진탕 마신 뒤 다음 날 출근을 안 해 업무가 마비된다. 반대로 크게 져도 분통이 터져서 술 먹고 안 나온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투수전 끝에 2대 1, 한국의 한 점 차 승리였다. 교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당연. 그러나 한국팀이 연승을 하자 불똥이 미디어로 번졌다. WBC 미국 본선 취재에 나선 한국 언론은 3월14일 미국전 종료 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초 1승2패, 또는 전패로 4강에서 탈락한 뒤 귀국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방송 3사와 스포츠신문, 그리고 일간지 취재진 대부분이 본선 2라운드 일정까지만 비행기, 숙소 예약을 했던 터라 부랴부랴 출국 날짜를 다시 잡고 준결승전, 결승전이 치러지는 샌디에이고의 호텔 예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행복한 해프닝’ 또 하나. 미국을 상대로 이승엽의 홈런이 터져 한국 기자 몇 명이 박수를 치자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 장내 방송으로 “미디어석에서의 박수와 환호성을 자제해달라”고 ‘경고’했다. 4회 대타 최희섭의 스리런 포가 터져나오자 일부 한국 기자들과 대회 서포터스로 온 한국야구위원회 이진형 홍보팀장은 박수를 치지 말라는 경고 탓에 눈물을 글썽이며 입술을 질끈 깨물기도 했다. “박수 치고 싶은데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는 게 이 팀장의 이야기다.
미국전에 앞서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의 조작실에선 직원들의 전광판 조작 예행연습이 있었다. 직원의 실수였을까, 아니면 패배를 예감했을까. ‘한국 2점, 미국 1점’이라는 자막이 약 1분간 떠 한국 팬들의 함성과 미국 팬들의 야유가 엇갈렸다. 경기는 한국의 7대 3 승리. 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을 조작했던 직원의 표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WBC의 주관 중계방송사인 ESPN의 선택도 묘했다. ESPN은 이날 한-미전을 생중계하지 않고 녹화해뒀다가 경기 종료 후에야 내보냈다. ESPN이 미국의 패배를 예감한 것은 아니었을까.
김인식 감독은 3월5일 한-일전에서 나왔던 이진영의 신기에 가까운 호수비와 관련한 일화를 공개했다. 이 수비 하나로 한국팀은 되살아났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김 감독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판단미스였다”고 밝혔다. 당시 오른쪽 타석에 들어선 니시오카가 당겨칠 것이라고 판단한 김 감독은 긴급히 외야 수비수 위치를 왼쪽으로 옮겼다. 그러나 바깥쪽 높은 공이 들어오고 니시오카의 배트가 나가는 순간 밀어친 타구가 원래 이진영의 위치에까지 뻗어나갔다. 애초의 수비 위치라면 쉽게 잡을 수 있는 ‘이지 플라이’였던 것이다.
교포 사장님, 멕시코 종업원 때문에 ‘응원도 눈치’
다행히 이진영이 쏜살같이 달려가 다이빙캐치 하는 호수비 덕분에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만일 그 공이 빠졌다면 한국의 역전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을 빠뜨렸다면 이런 ‘후일담’은 코칭스태프의 비밀로 묻혔을지 모른다. 김 감독은 이진영의 호수비엔 ‘도쿄돔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붕이 열린 구장에서였다면 밀어친 타구는 더욱 오른쪽으로 휘어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기의 영향을 덜 받아 타구는 직선으로 뻗어갔고, 힘차게 발을 옮긴 이진영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한-일전 승부를 가름한 수비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셈이다.
3월13일 멕시코전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LA)의 한국 교민들은 은근히 걱정을 했다. 한국과 멕시코전은 ‘한국인 사장 대 멕시칸 종업원’의 대리전이 되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서 요식업, 슈퍼마켓 등 장사를 하는 교민들은 대부분 멕시칸을 종업원으로 두고 있다. 윌셔가에서 한인 교민들을 상대로 24시간 해장국집을 하는 C 사장은 “이기더라도 크게 이기면 안 된다. 또 지더라도 크게 지면 안 된다”고 걱정했다. “크게 이기면 멕시칸들이 파티를 하고 술을 진탕 마신 뒤 다음 날 출근을 안 해 업무가 마비된다. 반대로 크게 져도 분통이 터져서 술 먹고 안 나온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투수전 끝에 2대 1, 한국의 한 점 차 승리였다. 교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당연. 그러나 한국팀이 연승을 하자 불똥이 미디어로 번졌다. WBC 미국 본선 취재에 나선 한국 언론은 3월14일 미국전 종료 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초 1승2패, 또는 전패로 4강에서 탈락한 뒤 귀국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방송 3사와 스포츠신문, 그리고 일간지 취재진 대부분이 본선 2라운드 일정까지만 비행기, 숙소 예약을 했던 터라 부랴부랴 출국 날짜를 다시 잡고 준결승전, 결승전이 치러지는 샌디에이고의 호텔 예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행복한 해프닝’ 또 하나. 미국을 상대로 이승엽의 홈런이 터져 한국 기자 몇 명이 박수를 치자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 장내 방송으로 “미디어석에서의 박수와 환호성을 자제해달라”고 ‘경고’했다. 4회 대타 최희섭의 스리런 포가 터져나오자 일부 한국 기자들과 대회 서포터스로 온 한국야구위원회 이진형 홍보팀장은 박수를 치지 말라는 경고 탓에 눈물을 글썽이며 입술을 질끈 깨물기도 했다. “박수 치고 싶은데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는 게 이 팀장의 이야기다.
미국전에 앞서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의 조작실에선 직원들의 전광판 조작 예행연습이 있었다. 직원의 실수였을까, 아니면 패배를 예감했을까. ‘한국 2점, 미국 1점’이라는 자막이 약 1분간 떠 한국 팬들의 함성과 미국 팬들의 야유가 엇갈렸다. 경기는 한국의 7대 3 승리. 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을 조작했던 직원의 표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WBC의 주관 중계방송사인 ESPN의 선택도 묘했다. ESPN은 이날 한-미전을 생중계하지 않고 녹화해뒀다가 경기 종료 후에야 내보냈다. ESPN이 미국의 패배를 예감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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