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사원의 심장으로 부릴는 조캉사원 앞.
수많은 사원 중에서도 ‘티베트 불교사원의 심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은 조캉사원(大昭寺·따자오스)이다. 티베트인은 당나라 문성공주가 티베트로 시집올 때 모시고 온 석가모니 ‘조워’를 가장 신성한 석가모니로 여긴다. ‘조워’를 모시고 있는 절이 바로 조캉사원.
조캉사원이 순례자들에게 개방되는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절 앞에서 쉼 없이 오체투지를 하던 순례자들이 길게 줄을 서기 시작한다. 항상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걷는 티베트인들도 사원의 문이 열리면 앞다투어 뛰어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빨리 조워를 모시고 있는 본당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불상 하나하나에 머리를 조아리고 촛불에 야크버터를 부으며 조워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순례자들의 모습에서 경건함이 느껴진다.
식당·호텔·상점 등 속속 건설 … 건물은 티베트와 중국 양식 혼합
‘신비의 땅’ 라싸의 신비로운 풍경은 여기까지였다. 중국에 점령된 지 올해로 56년째. 이미 라싸는 중국화한 면모를 많이 드러내고 있었다. 먼저 라싸의 크기가 커졌다. 한족들이 이주해 세운 신시가지가 계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라싸에 티베트 구역은 4%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한 시내에는 큰 규모의 현대식 쇼핑센터가 눈에 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매장도 있다.
조캉사원을 감싸고 도는 순례길 바코르. 라싸에서 티베트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샹그리라에서 라싸로 오는 길에 머물렀던 제법 번성한 티베트 도시들 모두 라싸와 형편이 비슷했다. 도시 중심지에는 신시가지가 형성돼 있고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한족들이 식당, 호텔, 상점 등을 운영한다. 새로 들어선 건물들은 티베트 양식과 중국 양식이 혼합된 형태다. 다양한 색깔로 창문틀을 칠하는 것은 티베트 양식이고, 지붕에 기왓장을 얹는 것은 중국 양식이다. 옌징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젊은 청년은 고향이 쓰촨성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에서는 돈을 벌기 쉽다”고 했다.
영국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탐욕이 없는 지상낙원으로 그려졌던 샹그리라도 중국 현대도시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한족이 모여 사는 신시가지에는 왕복 6차선의 포장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고 은행, 대형 슈퍼마켓, 전자제품을 파는 상가 등이 즐비하다. 일본 가전회사 산요(Sanyo)의 대형광고판도 눈에 띈다.
라싸에서 동쪽으로 520km 떨어진 빠이(八一)는 과연 이곳이 티베트 땅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비교적 낮은 해발 2900m 지대에 세워진 이 도시는 옛 티베트 마을에 덧붙여 만든 도시가 아니라 아예 새로 건설된 군사도시로, 도시 이름도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일인 8월1일에서 따왔다. 빠이 시내에는 대형 쇼핑센터 등 현대식 시설이 가득하다. 다른 티베트 도시에 비해 전통의상을 입은 티베트인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일행이 묵은 호텔의 여직원은 “이 도시에서는 티베트인도 모두 한족화되어 있어 전통의상을 잘 입지 않는다”고 알려줬다.
전통의상 입는 티베트인 점차 사라져
현대식 빌딩이 들어선 한족들의 티베트 도시 빠이.
“현대식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라싸에서 사는 게 불편하진 않아요. 티베트 전통문화요? 글쎄요. 아는 것도, 별다른 관심도 없어요.”
7월1일 드디어 칭짱철도가 운행을 시작했다. 티베트는 더욱 가까워졌다. 당나라 문성공주가 3년을 걸어 다다랐던 라싸를 이제는 베이징에서 열차를 타면 48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앞으로 티베트는 더욱 빠른 속도로 신비의 베일을 벗고 현대화할 것이다. 티베트에 좀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현실이 옛것은 쉽게 잊혀지고 마는 현대사회의 속도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외지 사람들에게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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