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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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눈치보기 “일단 쉬어가자”

하반기 주택시장 단기 숨 고를 전망 … 부동산 등기제 등 정부 대책 본격 시행 영향

  • 성종수 부동산 포털 ㈜알젠(www.rzen.co.kr) 대표

    입력2006-07-12 1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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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심한 눈치보기 “일단 쉬어가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오른쪽 단지).

    주택시장이 짙은 안개 속에 갇혔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투자심리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승에 대한 학습효과가 남아 있어 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하반기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주택시장을 전망하고 효율적인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하반기 시행되는 부동산 정책

    6월에 실거래가 부동산 등기제가 실시된 데 이어 7월에는 기반시설부담금제, 9월에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제 등이 잇따라 시행된다. 실거래가 등기제는 실제 거래가격을 부동산 등기부 등본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실거래 가격이 그대로 공개돼 주택 매매가 위축될 여지가 있다.

    7월에는 지난해 8·31 대책에서 발표된 보유세 강화 방안을 반영한 재산세 납부고지서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날아든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50%가량 오를 것으로 세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7월에는 기반시설부담금 제도가 시행된다. 60평이 넘는 모든 건물에 땅값과 건물 연면적을 연계해 산정한 기반시설 소요액의 최대 20%까지를 부담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결국 부담금이 분양가에 전가돼 새로 짓는 아파트 등의 건물 소유자나 분양 계약자들의 부담이 늘 전망이다.



    9월에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제가 시행된다. 9월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는 개발이익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강남 중층 아파트, 강남구 개포주공, 강동구 둔촌주공 및 고덕주공,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 단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9월 말부터는 재건축 입주권과 아파트 분양권의 매매가격을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또 지자체 공무원에게 거래 당사자의 신고 금액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사권을 줘 지자체의 검증 권한이 강화된다.

    12월에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다. 부과 기준도 인별 합산에서 부부 합산으로 바뀌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변수와 전망

    하반기 주택시장은 3·30 부동산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3·30대책은 그동안 수십 차례 나왔던 부동산 대책 가운데 강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이 대책은 2003년 10·29대책과 2005년 8·31대책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후속대책의 성격이 강하다. 가짓수는 적지만 속내를 보면 강도는 더 세다.

    특히 재건축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을 규제하는 수단으로 삼았던 임대아파트 의무 건립은 간접적인 이익 환수 방식이었다. 하지만 3·30대책은 이익을 직접적으로 거둬들이는 것이어서 부과 대상 단지에 미칠 파장은 상당히 크다.

    극심한 눈치보기 “일단 쉬어가자”

    3월 30일 열린우리당 부동산기획단 소속 의원들이 국회 기자실에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등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일련의 조치가 하반기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집값은 어떻게 될까.

    집값은 상승기에도 마디마디 쉬어가는 국면이 있다. 이런 국면은 대개 외부적인 충격으로 촉발된다. 정책이나 규제가 대표적이다. 하반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시장은 단기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단기 급등과 투자심리 과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단기 조정이 필요한 터였다.

    물론 기존 보유자들이 값을 크게 낮춰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신규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거나 망설일 만한 요인이 많아졌다. 개발부담금제로 기대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과 대출 규제로 신규 매입 자금의 유동성이 경색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악재다. 따라서 거래 감소 속에 당분간은 극심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단지별로 빛과 그림자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재건축 초기 단계의 아파트는 신규 수요가 감소하면서 한동안 현 가격대에서 방향성 없는 장세가 연출될 것이다. 그동안 매물 부족으로 호가 위주의 상승세를 보인 재건축 초기 단계의 단지는 일부나마 매물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비관론자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보유자들의 경우 당장 매물화하기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보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쪽이 우세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익힌 학습효과는 하루아침에 잊혀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있을 때는 사자와 팔자 간에 극심한 눈치보기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을 좌우하는 준거 상품인 재건축을 놓고 보자. 개발이익환수제의 경우 재건축 추진위 시점의 단지까지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고, 안전진단마저 강화된다. 이 때문에 초기 단계의 재건축 단지 중 입지 여건이 아주 빼어나지 않은 곳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 단지는 재건축을 포기하거나 장기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미 입주한 서울 강남권 새 아파트 단지, 건축심의나 사업승인을 얻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기 직전의 아파트, 이미 분양을 마쳐 분양권 상태인 단지 등은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모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변동과 통화정책을 주시하라

    부동산값이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부동산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의 한결같은 정책 방향이다. 가격 안정이란 꼭 값이 떨어지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르더라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과 연계해 정상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금리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시장에 참여한 이들은 금리 변동과 통화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다면 부동산의 매력은 떨어진다. 내 집 마련이라면 모르지만 지나치게 많은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최근 콜금리는 한국은행의 인상 조치로 4%대 중반이 됐다. 금리가 조금 올랐다고 해서 과거처럼 두 자릿수 금리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리기만 하던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과다한 대출을 안고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적지만 소중한 재산을 투자하는 일반인들이 기댈 것은 시장밖에 없다. 그리고 시장은 대부분 수급과 금리와 정책에 따라 방향을 잡는다. 그렇다면 정답은 뻔하다. 수급과 더불어 금리를 파악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실패하지 않는 필수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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