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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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 강직도…” 당돌한 새댁 일냈다

비아그라 판매왕 한국화이자제약(주) 조은진 주임

  •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

    입력2006-07-14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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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기부전… 강직도…” 당돌한 새댁 일냈다
    젊음을 되찾아준 신(神)의 선물’ ‘고개 숙인 남성의 위신을 세워준 약’…. 올 8월로 국내 출시 7주년을 맞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그 명성에 걸맞게 별칭도 많다. 1999년 시판된 비아그라는 ‘씨알리스’(한국릴리), ‘레비트라’(한국바이엘)의 맹추격에도 매년 50~6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왔다. 국내 토종 신약 ‘자이데나’의 약진으로 최근 점유율이 다소 낮아졌지만, 선발주자로서의 아성은 여전히 굳건하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IMS 코리아에 따르면, 올 1분기 비아그라의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점유율은 49.4%. 씨알리스는 30.4%, 자이데나 11.8%, 레비트라 8.4%다.

    수성(守城)의 일등공신은 단연 치열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화이자제약㈜ 영업부 직원들. 이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사람이 조은진(28) 주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상반기(2005년 12월~2006년 4월까지 5개월간)에 당초 목표 대비 159%의 영업실적과 전년 대비 28%의 판매량 성장을 달성해 비아그라 판매 1위를 기록했기 때문. 이 같은 실적은 같은 기간 국내 전체 비아그라 판매량의 2%에 해당한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11월 결혼한 ‘새댁’이다. 새댁과 비아그라, 어쩐지 생뚱맞다.

    2002년 한림대 화학과를 졸업한 조 주임의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2002년부터 2년간 우리은행에서 근무한 그는 2004년 2월 화이자제약에 입사한 뒤 2년 5개월 만에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왜 쉽지 않은 의약품 영업의 길을 택했을까.

    비아그라 전체 판매량 2% 차지 ... 영업 2년여 만에 ‘대박’

    “활달하고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성격이라 하루 종일 은행 창구에서 찾아오는 손님만 상대하는 게 갑갑했어요. 그러던 중 제약 영업을 하던 남자친구의 권유로 발을 들여놓게 됐죠.”



    지금은 부부가 된 이들이 침대머리에서 나누는 정담(?)의 주제 또한 ‘약’ 이다.

    조 주임은 입사 직후부터 비아그라 세일즈를 맡았다. 원주, 춘천, 홍천, 화천, 횡성, 영월, 인제 등 강원 영서지역 담당이었다. 하고 많은 의약품 중 하필이면 발기부전 치료제라니….

    “제약 영업, 더구나 비아그라 판매를 맡았다고 했을 때 가장 언짢아한 사람은 아버지였어요. ‘너희 회사엔 감기약 없냐? 어떻게 처녀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팔러 다니냐’고 하시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친구분들의 고민을 상담해올 정도로 긍정적으로 바뀌셨죠.”

    조 주임은 바쁠 때는 하루에 20명의 의사를 만난 적도 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병원을 순회하다 보니 거의 매일 300km를 넘게 달리느라 운전대 잡기도 싫을 정도였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업무상 어려운 일이 생겨도 위로해줄 사람도 없었다. 올해 초 담당 지역이 수원으로 바뀐 후론 서울에 거주하면서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했다.

    힘든 만큼 보람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 강좌 때 성생활에 대해 문진하는 ‘ED(Erectile Dysfunctions·발기부전) 스크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조 주임은 전담 간호사의 도우미로 참여했다. 당시 문진에 응한 한 50대 아주머니가 “얼마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성생활이 원만하지 못해 남편이 불만족스러워할까 걱정된다”며 우는 모습을 보고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영업부 비뇨기팀 직원 80명 중 절반이 여성. 하지만 조 주임이 입사할 때만 해도 여성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자연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다.

    “의사들의 첫마디가 ‘여직원이 어떻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담당할 수 있어? 비아그라에 대해 설명한다고? 뭐, 발기?’ 이런 식이었어요. 의사들이 더 민망해했죠. 저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하는 분도 많았고요. 하지만 열심히 찾아간 덕분인지 지금은 환하게 웃으며 맞아줍니다.”

    조 주임은 비아그라 판매 1위의 동력을 어디에서 찾을까.

    “진심은 늘 통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맡은 병원들이 제 직장이며, 의사들이 저와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비아그라를 처방받은 환자들이 ‘스무 살의 느낌’을 다시 찾은 것 같다며 의사들에게 감사해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 조 주임은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 의사와 환자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비아그라만의 특장점은 뛰어난 ‘강직도’. 그는 평소 틈틈이 의학서적이나 관련 논문을 찾아 읽는다. 경쟁사 동향도 파악해야 하기에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매일 관련 기사도 확인한다.

    “비아그라를 남편에게 권해본 적이 있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조 주임은 “남편은 발기부전 환자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들의 추격은 ‘판매 1위’에겐 부담일 터. 하지만 조 주임은 느긋한 눈치다. “환자들이 다른 제품을 복용해보고는 ‘역시 비아그라’라며 다시 찾는 경우가 많아요. 값이 싸거나 다른 특징을 지닌 콜라가 나와도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하지 않나요?”

    2006년 이전에도 판매실적이 2, 3위를 오르내렸고, 덕분에 인센티브로 해외여행도 다녀왔다는 조 주임. 그의 앞으로의 바람은 뭘까.

    “비아그라는 음지에 머물러 있던 성생활을 양지로 끌어내 ‘건강한 부부관계’와 ‘바람직한 성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저도 거기에 일조했다고 자부하고요. 세일즈 현장에서 좀더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그것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리자가 되고 싶습니다.”

    연봉과 인센티브 내용만큼은 회사 규정상 밝힐 수 없다는 조 주임. 비아그라가 발기(勃起)부전 환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때마다 ‘비아그라 판매 지존’ 역시 한껏 ‘발기(發氣)’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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