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한 아랍 여성이 성에 눈뜨는 과정을 그린 ‘아몬드’<br>2.런던 콜걸의 일기 ‘벨 드 주르’ <br>3.애비 리의 ‘섹스 생각만 하는 여자.
‘벨 드 주르’ ‘아몬드’ 베스트셀러 등극
‘애비게일’이라는 닉네임으로 자신의 블로그 일기 ‘섹스 생각만 하는 여자’를 출간한 작가 애비 리는 책에서 섹스와 일, 남자 등에 대한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인터넷 사이트의 ‘베스트 블로그’ 상을 여러 번 수상하며 유명해진 애비게일의 블로그 일기는 마침내 에버리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통해 해외로도 판권이 팔려나갔다는 소식이다.
애비게일의 경우처럼 ‘매의 눈’을 가진 출판 기획자들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배드 걸들의 블로그는 한둘이 아니다. 런던 콜걸의 일기인 ‘벨 드 주르’나 한 아랍 여성이 성에 눈뜨는 과정을 그려간 ‘아몬드’는 벌써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워싱턴 여자’의 작가 제시카 커틀러는 이 소설이 출간된 뒤 그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끝까지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 블로거의 일기 ‘내 남자친구는 머저리’가 출간돼 다시 한번 거센 인기를 얻고 있다.
블로그라는 공개된 공간에 일기를 쓰는 블로거는 세계적으로 5000만 명에 달하며, 그중 반수 이상이 여성이라는 통계 결과도 있다. 애비게일은 “배드 걸들의 섹스 블로그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뜨개질이나 목공 등 특정한 취미를 내세운 블로그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이야기다.

배드 걸들의 단행본 출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에로틱 리뷰’의 전직 편집장인 로완 펠링은 이들의 책이 ‘너무 직설적이라서’ 섹스에 대해 상상할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모든 블로거들의 일기가 섹스 일색인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선정적 주제들이 확실한 판매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책으로 출간될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인터넷이 성에 대한 여성의 심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장소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남자친구는 머저리’의 작가는 “모니터 뒤에 숨어서 이야기하면 말로 할 수 없는 부분을 훨씬 더 쉽게 써버릴 수 있다. 모니터는 사람을 대담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