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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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쾌감, 엉덩이의 고통 ´낙타 사파리´

  • 입력2006-07-18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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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의 쾌감, 엉덩이의 고통 ´낙타 사파리´

    해발 5895m의 \'빛나는 봉우리\' 킬리만자로.



    검은 피부의 사람들, 사바나, 사파리, 바오밥나무. 야생동물의 왕국….

    하지만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조모 케냐타 공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상상이 내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 순간 부끄러워졌다. 공항에서 나이로비 시내로 가는 길의 풍경은 낡고 허름한 듯했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모양새도 잘 갖춰져 있었다.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의 뉴욕‘이라 불린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별칭을 실감하게 된다. 케냐타 애버뉴와 모이 애버뉴를 중심으로 구획별로 호텔, 상점, 항공사, 여행사 등이 밀집돼 있다. 어디를 가나 사람이 넘쳐나고 모두 분주해 보인다. 시티마켓은 채소·과일·생선 등의 식료품을 주로 파는 시장으로, 흥정과 호객 행위가 어우러진 시장 특유의 정감이 묻어난다. 톰음보야 스트리트에 있는 디스카운트 스토어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케냐인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눈의 쾌감, 엉덩이의 고통 ´낙타 사파리´

    마시아족.

    나이로비 시내에서 벗어나니 비로소 아프리카 대자연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 양옆으로 펼쳐진 열대 초원!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야생동물이 튀어나와 주기를 은근히 기대해본다.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 나망가에서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탄자니아로 넘어간다. 저 멀리 구름을 두른 웅장한 산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탄자니아에서 킬리만자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메루산. 두 시간을 달려 메루산 발치에 자리한 작지만 분주한 도시 아루샤에 도착했다. 아루샤는 세렝케티, 레이크 마냐라, 타랑기리 국립공원, 응고롱고로 크레이터 등지에서 사파리 투어를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베이스캠프로 삼는 곳이다. 여행자들의 활기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루샤에는 배낭여행자를 위한 숙소, 사파리투어 상품을 파는 여행사가 여럿 있다.

    국립공원의 야생동물 사파리도 좋지만, 마사이족이 안내하는 ‘낙타 사파리‘를 즐기는 것도 아프리카 초원의 묘미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아루샤에서 나망가 방향으로 한 시간가량 차로 이동하자 마사이족 가이드인 이사야와 빠르멧이 낙타와 함께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2박3일동안 지프 대신 낙타를 타고 사바나를 거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하루 4∼5시간씩 낙타를 타기란 힘든 일이었다. 엉덩이가 뻐근하고 살갗이 벗겨졌다. 낙타에서 내려 이사야를 따라 함께 걸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사야의 걸음걸이는 정말 빨랐다. 낙타의 걸음걸이 속도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 하는 수 없이 다시 낙타 등에 올랐다.

    눈의 쾌감, 엉덩이의 고통 ´낙타 사파리´

    지프 대신 낙타를 타고 사바나를 탐험하는 낙타 사파리.

    마사이족 가이드와 함께 2박3일 사마나 여정 ‘흥미만점‘

    낙타를 타고 초원을 걷는 도중 수백 마리의 양과 염소를 치는 마사이족 목동들을 만났다. 그럴 때면 크게 손을 흔들어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저녁 준비가 한창인 사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으로부터 스멀스멀 붉은빛이 퍼져나와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인다. 방대한 초원에서 본 노을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았다.

    마침 근처 마사이 부락에서 남자아이들의 성인식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다. 8∼12세로 보이는 아이들이 원을 그리고 둘러선 채 하늘을 향해 내뱉듯이 소리를 지르며 펄쩍펄쩍 뛰어오른다. 의식이 끝나자 아이들은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 빙 둘러싼다. 우리의 긴 머리카락에 호기심을 느꼈는지 서로 머리카락을 만져보려고 아우성이다.

    낙타 사파리의 종착지는 ‘롱기도‘라는 마을. 마사이족이 촌락을 이루어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공동 가축우리를 비롯해 시장, 술집 등이 형성돼 있었다. 2박 3일을 함께 지낸 가이드 이사야와 빠르멧과의 작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눈의 쾌감, 엉덩이의 고통 ´낙타 사파리´

    염소 떼를 몰고 있는 마사이족 목동.



    다시 아루샤의 버스터미널, 탄자니아 전역으로 운행되는 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선 버스터미널은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다레살람까지 가는 버스는 시설도 꽤 괜찮고 비스킷과 탄산음료를 제공하며 안내원도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아루샤를 출발한 지 30분이 지나자 ‘빛나는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프리카인들에게 영산(靈山)으로 신성시되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이다.

    다레살람은 아랍어로 ‘평화로운 항구‘를 뜻한다. 19세기 독일의 식민통치 때 탄자니아의 수도로 지정됐으나 1974년 수도는 도도마로 옮겨졌다. 하지만 다레살람은 오늘날에도 실질적인 수도 기능을 하고 있다.

    눈의 쾌감, 엉덩이의 고통 ´낙타 사파리´

    킬리만자로 인근 마을에 열린 시장.

    자그마한 어촌 마을에서 시작된 다레살람은 이름처럼 평화뢉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아담한 시내 중심가와 서민들의 정취가 배어나오는 피시 마켓, 온갖 농산물과 생활용품의 집산지 카리야코 시장, 서민들의 1일 휴식처인 키감보니 비치 등 다레살람에는 다양한 매력이 숨겨져 있었다.

    다레살람 북동쪽 인도양에 자리잡은 잔지바 섬은 스와힐리어로 ‘운구자(Unguja)‘라고 불린다. 12~15세기에 예멘 ·오만 등 아라비아 국가들, 인도, 페르시아 등과 활발한 교역을 하기 시작했다. 19세기 들어 오만이 본격적으로 잔지바를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노예로 팔려나갔다.

    잔지바는 이러한 역사 배경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등의 면에서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많은 곳이다. 잔지바의 가장 중심지역인 스톤타운을 둘러보는 시티투어에 참가했다. 가이드와 함께 미로처럼 뻗어 있는 골목길을 따라 역사의 발자취, 아프리카인들의 애환을 느껴볼 수 있었다. 아랍과의 교역상품으로 각광받았던 허브를 찾아 떠나는 스피어스투어도 참가해볼 만하다.

    잔지바는 해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당하다.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밤이 되면 해안가를 따라 야시장이 열린다. 야시장을 기웃거리며 다양한 해산물을 맛본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Tips

    한국에서 케냐항공을 이용해 나이로비로 입국, 탄자니아의 잔지바에서 출국하는 여정이 가능하다. 항공 스케줄을 8일, 11일, 13일로 짤 수 있으므로 직장인도 휴가를 얻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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