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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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죽지 않고 진화한다

  • 정일서 KBS라디오 PD

    입력2006-07-14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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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라디오 PD이다.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열광하며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친구들 대부분이 그랬다. 그때가 라디오의 전성기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현재 라디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용층이 나와 같은 라디오 키드 세대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규 수용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 라디오의 최대 지지층이었던 10대 중·고등 학생들은 더 이상 라디오에 열광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라디오가 좋은 음악을 찾아 들려주는 유일한 매체가 아니다. 그 자리는 인터넷과 디지털 음악 파일에 내준 지 이미 오래다.

    지금은 명백히 인터넷 시대다.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인터넷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라디오가 인터넷과 만나는 것 역시 필연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홈페이지를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시 듣기, 보이는 라디오 서비스에 이어 드디어 인터넷 라디오가 등장했다. 올 초 MBC가 ‘미니 라디오’로 먼저 문을 연 이후 5월에 KBS가 DMB 오디오 채널까지 보유한 6개 채널을 탑재한 ‘콩’을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최근에는 SBS가 ‘고릴라’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라디오가 PC 안으로 들어왔다.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내려받아 내 PC에 탑재한다고 보면 된다. 사용자들은 다른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컴퓨터 안에 설치된 이들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매체가 출현하는 미디어의 홍수 시대에 대표적인 올드 매체인 라디오는 살아남을 것인가? 대답은 ‘Yes’다. 물론 그냥 그대로는 아니고 다른 기술과 융합하면서 계속 진화하는 형태의 라디오일 것이다. 가장 친밀하고 따뜻한 매체라는 라디오의 강점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들은 디지털 환경이 가속화될수록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그리워한다. 그 접점을 찾아 라디오가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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