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3년 12월 1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포럼 창립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동아DB]
민주당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은 두말할 나위 없이 ‘김대중’과 ‘노무현’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인이 오늘날 민주당에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50년대 중반까지 독자적인 진보 노선을 지향하다 ‘보수 야당’에 들어가는 타협을 했다. 그 뒤 경제·평화에서 진보적 비전을 제시하고 세대교체론을 더해 당 체질을 바꿨다. 그는 1965년 한일수교 당시 규탄 일색인 당론과 달리 찬성 입장에 섰다 당내에서 ‘사쿠라’로 몰렸다.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지만 6년 뒤 대선 후보가 됐다. 현 민주당이었다면 진작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 같은 당 동지였지만 ‘총재 권력’에 ‘당랑거철’로 맞서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95년 정계에 복귀하면서 민주당을 깨고 새로 당을 창당하자 이를 따르지 않고 독자노선으로 저항했다. 1997년 정권교체라는 대의하에 김 전 대통령과 재결합했고, 5년 뒤 본인이 후임 대통령이 됐다. ‘김대중 세력’이 당내 비주류인 그에게 길을 열어준 덕도 있었다. 현 민주당이었다면 노무현 같은 인사는 어떻게 됐을까.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당 총재를 따르는 ‘스피커’들로부터 처참하게 조리돌림을 당하고, 당 경선에서 상대 당 후보 이상으로 공격받고 떨어졌을 것이다.
창업가·혁신가 리더십 필요
“지금의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니다”라는 지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대중과 노무현은 ‘상속자’가 아니라 ‘창업가’이자 ‘혁신가’였다. 비주류인 소속 정당을 집권세력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당내 비주류에서 주류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감동과 힘을 안겨줬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딴에는 ‘중앙정치에서 변방’인 경기도지사 출신의 이재명 전 대선 후보를 통해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5년 내내 정권 핵심의 눈치를 본 이 전 후보에게서 ‘비주류 역전극’을 읽어낸 유권자는 적다.민주당에게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은 하나밖에 없다. 당을 갈아엎는 투쟁이 나오고 그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출현하는 것이다. 2020년 총선에서 탄생한 초선의원들은 선배 극성분자를 능가하거나, 아니면 눈치 보기와 침묵이 몸에 배어 있다. 이들과 전혀 다른 정치인이 사실상 재창당에 해당하는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