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파트"... 공개 1주 만에 전 세계가 떼창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10-25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싱글 ‘APT.’를 내놓았다. [로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싱글 ‘APT.’를 내놓았다. [로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한 싱글 ‘APT.’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10월 18일 발매 직후 국내외 차트 정상을 단숨에 거머쥐었고, 뮤직비디오도 5일째에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했다. 12월 발매될 솔로 앨범의 선공개곡으로,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이룬 흥행이다. 로제 본인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짧은 안무 영상을 찍어 올리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인데 말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어 발음을 가르쳐주듯이 또박또박 짚으며 바삭바삭한 리듬감을 자아내는 “아-파트 아파트!”. 브루노 마스가 이 협업을 대번에 수락했다는 설명이 붙은 ‘한국 술자리 게임(Korean drinking game)’의 이름이다. 물론 아파트 그 자체도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지표이기도 하다. ‘APT.’마저 ‘apartment’의 축약이라기보다 한국어 ‘아파트’의 각 음절을 로마자 머리글자로 표기한 것만 같다. 한국인에게는 친숙하게 장난스럽고, 외국인에게는 경쾌하게 낯선, 그런 지점에서 노래는 출발한다.

    브루노 마스의 파트가 적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곡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비중에 민감한 것은 K팝 특유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브루노 마스와 관련해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는 ‘노래를 무척 잘하는 사람이 편하게 부르는’ 듯한 목소리를 아주 멋지게 들려주고, 그것은 ‘APT.’의 표정을 결정짓는 대목 중 하나다. 곡 어디에도 무게감이라고는 없다. 정점의 월드스타들이 ‘한국 술게임’의 주술적 흥을 노래로 만드는 데 무게 잡을 만한 구석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브리지에서 로제는 앰프의 음량을 초과해 찢어지는 새튜레이션(saturation)을 여기저기 흩뿌리며 시원하게 내지르기 시작한다. 로제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인지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예의 “아파트”가 기세를 몰아 짜릿하게 돌아올 때면 브리지를 로제의 ‘가창력 전시’ 같은 것으로 느끼게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만큼이나 대단하고 멋진 팝스타 둘이 있는 힘껏 즐기는 ‘한국 술게임’이 있을 뿐이다. 뮤직비디오도 빠르게 넘어가는 프레임의 경박한 운동감과 키치한 비주얼 속에서 분방하고 장난스럽게 날뛰어댄다. 더없이 명쾌하고 반짝이는 팝송의 완성이다.

    더없는 명쾌함, 블랙핑크 틀 벗어나

    블랙핑크가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면서 멤버들은 각자 솔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하나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곡인 동시에, 블랙핑크로서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기 쉬운 작품들이다. 단지, 디스코그래피나 4인조 포맷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기에는 그룹과 솔로의 개성 차이라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 큰 간극이 있다. ‘APT.’는 그 극명한 사례다. 로제의 솔로 전작 ‘On The Ground’와 ‘Gone’은 우아하고 패셔너블했지만, 블랙핑크를 기획하면서 ‘블랙핑크의 로제’로 성립해야 하는 틀에서는 ‘APT.’를 도저히 도출해낼 수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차피 무척이나 멋진 스타라서 시시한 것을 즐길 때도 멋지다”라는 이 곡의 대전제나, 곡이 품고 있는 사랑스러운 유치함이라는 궁극적인 팝송의 미덕 같은 것들 말이다. 분명 K팝은 고도로 발달한 브랜딩 전략과 아티스트 조형을 통해 가장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그러나 이 술게임에 취해 휘청거리다 보면 그런 질문도 떠오른다. 어쩌면 K팝 산업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의 가능성을 어마어마하게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 말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