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0월 2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은 경기 이천에 자리한 SK하이닉스 본사. [뉴시스]
SK하이닉스가 10월 24일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고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5731억 원, 7조30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그래프 참조).
양적·질적 성장 모두 이뤄
이번 실적 발표로 SK하이닉스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16조4233억 원 매출을 발표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는데, 1분기 만에 이를 다시 넘어선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기록(6조4724억 원)을 뛰어넘었다.
역대급 실적의 1등 공신은 AI 반도체다.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일부 둔화가 관측됐으나, AI 반도체 수요는 탄탄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이 전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실적이 향상되면서 ‘질적 성장’ 역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40%에 이른다. 1분기 영업이익률(23%)과 2분기 영업이익률(33%)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며 “HBM3E 8·12단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차별화가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12단 신제품.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가진 만큼 이후로도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가격 상승세는 4분기에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전체 D램의 평균 가격 상승률을 8~13%로 예상하고 있다. 범용 D램의 가격 상승률을 0~5%로 산정한 만큼, HBM의 가격 상승률은 2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매출 비중이 3분기 30%에서 4분기 4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AI 반도체 수요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10월 2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제17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HBM3E 12단 공급은 당초 예정했던 대로 변동 없이 진행될 계획”이라며 “AI 관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내년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나머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범용 반도체 시장을 보수적으로 전망하면서도 AI 반도체 시장은 낙관한 것이다.
반도체업계 지각 변동
이번 실적 발표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도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9조1000억 원으로 발표했다. 사업별 세부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4조~5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만 놓고 비교하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앞지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한국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10월 24일 기준 주가가 40.07%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2.8%)을 크게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이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 붐과 HBM 납품 경쟁력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역시 좋게 나왔다”며 “향후에도 HBM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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