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골드바. [동아DB]
각국 분쟁·美 대선에 중앙은행 금 사재기
귀금속이자 전자제품 소재이기도 한 금은 실물자산이다. 발행 기관에 따라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금은 발행자가 없어 무가치해질 위험이 없다. 매년 새로 채굴되는 금의 양이 대체로 일정해 변동성도 적다. 이런 안정적인 금 특성 때문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덩달아 인기가 오른다.
최근 국제 금값은 세계 정치·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 등을 발판 삼아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 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 대선 이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금 인기를 견인했다고 설명한다.
각국 중앙은행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부터 금을 대량 매입했다. 2022년 역대 최대 규모인 1081.9t을 매입한 데 이어 2023년엔 1037.4t을 사들였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금 소비의 23.6%를 중앙은행이 차지했다. 2022년(22.8%) 이후 역대 최대치다. WGC의 2024년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진국 중앙은행 60%가 향후 5년 동안 금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2023년엔 38%였다.
신흥국 중앙은행도 금 매입에 적극적이다. 2024년 상반기 튀르키예는 45t, 인도는 37t, 중국은 29t, 폴란드는 19t을 사들였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금융제재를 받았다”며 “미국 대척점에 있던 신흥국들이 이 사태를 보고 안전자산으로 달러 대신 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담 글라핀스키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4월 “외환보유고의 20%를 금으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10월 비중은 14.9%).
“금 포트폴리오 비중은 5~10%가 적당”
금 강세가 이어지면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되는 자금도 증가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10월 31일 기준 국내 원자재 ETF 24개 가운데 최근 일주일간 자금 유입 1·2위는 모두 금 관련 상품이다. ‘ACE KRX금현물’에 164억 원, ‘KODEX 골드선물(H)’에 17억 원이 유입됐다. 금값 상승에 국내외 금 관련 투자상품들은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금 선물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연초 대비 약 56%, ‘ACE KRX금현물’은 약 48% 상승했다.
금 강세가 이어지면서 은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은은 올해만 약 34% 오르면서 금값에 준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10월 22일엔 온스당 35달러(약 4만8000원)를 찍기도 했다. 2012년 말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이후에도 온스당 33.88달러를 기록하며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은이 금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향후 은값이 온스당 45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금값 상승률은 35%다. 이는 S&P500 지수 상승률(22%)을 웃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IB 스탠다드차타드와 골드만삭스는 2025년 초 금값을 온스당 2900달러로 제시했다. 글로벌 IB 시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온스당 3000달러(약 413만5800원)로 내년 전망치를 올렸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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