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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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만 명’ 억대 연봉자의 ‘강남 아파트’ 쟁탈전

[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시장 유통 물량 15만 채 놓고 지방 부자들까지 가세해 경쟁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입력2024-11-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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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시작했다. 어쩌다 부동산 뉴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팔로했는데 다양한 분양 정보와 경매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의 신고가 도달 소식이 매일처럼 들려오니 마음의 평화가 사라지는 느낌도 들었다. 웬만한 강남 3구 국민평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서는 것을 보면서 “이 비싼 집을 누가 사는 걸까”라는 의문도 자연스레 생겼다.

    서울 부동산의
자가점유율은 43.5%에 불과하며, 강남구 자가점유율은 36.6% 수준이다. 사진은 9월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부동산의 자가점유율은 43.5%에 불과하며, 강남구 자가점유율은 36.6% 수준이다. 사진은 9월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뉴스1]

    임금과 아파트 값 동일하게 올라

    의문에 대한 답은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억대 연봉 근로자’ 통계에 있다. ‘그래프1’은 2009년 이후 억대 연봉 근로자 수와 비율을 보여준다. 2009년 19만 명에 불과하던 억대 연봉 근로자가 2022년에는 131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근로자에서 억대 연봉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1.37%에서 2022년 6.42%로 높아졌다.

    ‌고소득 근로자만 경제성장의 혜택을 봤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시간당 최저임금이 4110원에서 9620원으로 134% 인상된 사실을 감안하면 전체 근로자의 소득 수준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봐야 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됐다고 전체 근로자의 소득이 개선됐다는 증거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프2’는 근로자의 시간당 명목임금과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를 보여주는데, 둘 다 꾸준한 상승이 관측된다. 2011년 1분기를 100이라고 할 때 올해 1분기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98이었다. 13년 동안 약 98%의 임금 상승이 있었던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도 198을 기록해 근로자의 소득과 동일한 상승이 나타났다. 즉 “서울 아파트 가격이 근로자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고, 근로소득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지금까지 ‘평균’을 기준으로 분석했는데, 더 나아가 서울의 중위 주택 가격도 살펴보자. 이는 서울 주택 400만 채를 가격 순서로 줄 세웠을 때 200만 등에 해당되는 주택의 매매가를 의미한다. 올해 9월 기준 서울 중위 주택 가격은 6억9500만 원이다. 아파트 중위 가격은 9억7500만 원으로 더 높다.

    서울 아파트는 총 189만 채로 전체 주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강남3구에 위치한 아파트는 37만 채로 전체의 19.6%에 불과하다. 참고로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은 구는 노원구로 16만7000채에 이른다.

    불편한 진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 부동산의 자가점유율은 43.5%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집값이 비싼 강남구의 자가점유율은 36.6%인데, 이 수치도 200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세곡동과 자곡동 개발로 자가점유율이 크게 높아져 가능했다. 즉 강남 아파트 37만 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만이 자가 소유자의 것이다.

    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부유한 지방 부자들이 애셋 파킹(asset parking) 목적으로 강남3구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인구 집중이 계속되면서 강남 아파트를 지방 소멸 위험을 헤지(hedge)할 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부의 트로피’ 강남 아파트

    정리하면 자가 소유자가 가진 물량 15만 채 남짓이 시장에 유통되는 강남 아파트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가 완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투기꾼을 엄벌하라”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제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 약 15만 채의 강남 아파트를 둘러싸고 억대 연봉자 130만 명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도 있다. 가구 단위로 범위를 확장하면 맞벌이 등으로 ‘억대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12.3%가 1억 원 넘는 가처분소득을 올렸다.

    3.3㎡당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서는 고가 아파트는 억대 소득의 가구도 ‘영끌’해야 간신히 닿을 수 있다. 다만 고소득자는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 쉽고 이미 모은 자산도 있는 만큼, 강남 아파트라는 ‘부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는 경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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