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0

..

“저희 연극 장애인들엔 항상 공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1-30 11: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저희 연극 장애인들엔 항상 공짜”
    “저희 연극 공연에 장애인들을 무료로 초대합니다. 언제든 망설이지 말고 찾아오세요.” 대학로에서 연극 ‘보고 싶습니다’를 공연하고 있는 극단 화살표의 배우 겸 기획 담당 문성진씨(29)는 요즘 각종 장애인 사이트에 이런 글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장애인총연합회를 찾아가 전국의 장애인들에게 무료공연 안내 메일을 발송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보고 싶습니다’는 지난해 12월19일 무대에 올린 후 관객들의 호평을 받아 이미 2월29일까지 연장 공연이 잡혀 있는 상태. 빈 좌석을 무료 관객으로 채워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그가 장애인 관객 모시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우연히 장애인 단체가 주최한 인권상 시상식에 참석한 후 장애인을 위한 문화 공연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별 감흥 없이 ‘자리를 채운다’는 기분으로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수상소감으로 ‘이제 우리나라도 장애인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걸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평생 장애인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그분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느꼈을 분노와 안타까움이 제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장애인들이 보고 싶은 문화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문씨는 그날 오후 바로 단원들에게 ‘장애인 무료관람’ 이벤트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수입보다 언제나 빚이 더 많은 극단 살림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전원이 20대인 청년 단원들도 선뜻 문씨의 뜻에 동의했다. 그렇게 시작된 무료 초대가 어느덧 한 달을 넘어섰다. 힘든 일이 적지 않지만, 공연을 관람한 후 “난생 처음 연극을 본다”고 고마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큰 보람이 느껴진단다.

    “극단 화살표의 연극은 어떤 것이든 장애인들에게 무료입니다. 공연이 보고 싶으면 대학로에 오세요.”(문의 cafe.daum.net/hsal)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