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2006.10.24

타고난 외교관 … 지구촌 분쟁 조정자로

  • 이명건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gun43@donga.com

    입력2006-10-23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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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敵)이 없는 사람.’ 10월14일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뽑힌 반기문(사진 왼쪽)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한 정부 내의 평가다. 1970년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의 수장 자리에 오를 때까지 36년 동안 줄곧 동기 중 선두를 달렸고, 때로는 선배를 제치고 나아가면서도 다른 이의 가슴에 맺힐 만한 언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지론은 ‘외교관은 일하는 사람’이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제1 원칙으로 놓고 살면 오해를 살 일도, 원한을 살 일도 없다는 것.

    상대적으로 평탄하게 공직생활을 해온 그에게도 두 차례 위기가 있었다. 한 번은 2001년 갑작스럽게 차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일. 당시 청와대에서 후임 차관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튕겨나가게 됐다. 반 장관은 당시 유엔 총회의장을 겸직 중이던 한승수 외교부 장관의 발탁으로 유엔 총회의장 비서실장이 됐다. 외교부 실·국장을 마친 뒤 가면 적당한 자리였기 때문에 좌천을 당한 셈이었다.

    반 장관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공직생활을 마감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심했지만 결국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됐다”는 말을 많이 한다. 유엔의 내부 사정을 잘 알게 돼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할 자양분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2004년 6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김선일 씨 피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책임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붙잡아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그는 그래서 ‘관운(官運)의 사나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외교 전문이나 보고서를 한 번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기억하기 때문에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회의 또는 협상할 때 실수를 하는 법이 거의 없다. 이 같은 능력은 너무 꼼꼼하게 업무 처리를 하는 것으로 이어져 반 장관은 한때 ‘주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부의 많은 후배들은 반 장관의 치밀한 업무 처리에 감탄할 때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내년 1월1일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외교부 장관보다 유엔 사무총장의 위치에서 더 큰 권한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각별히 관심을 가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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