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희망적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가능성만큼이나 많은 숙제를 남겼다.”
핌 베어벡(5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 후 치른 2007아시안컵 예선 3경기에 대해 축구전문가들은 ‘희망과 불안’이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베어벡 감독은 8월16일 대만과의 원정 경기에서 3대 0으로 승리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9월2일 이란전에서는 어이없는 실책에 의해 1대 1 무승부로 마쳤지만, 나흘 뒤 치른 대만과의 홈경기에서는 무려 8골 차 대승을 거뒀다.
아쉬운 이란전 무승부나 대량 득점한 대만전의 결과만을 두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독일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던진 화두는 분명 ‘창조적 개혁이 없는 투혼만으로는 세계 벽을 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생각하면서 승리하라(Thinking, Winning)’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변화를 약속했다.
그는 점진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에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개혁이 오로지 세대교체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다. 그가 한국 축구의 내용을 바꿔가는 개혁에 성공이라는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3개의 아킬레스건을 뛰어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심하다는 이미지를 떨칠 과감함을 보여줘야 하며, 유럽파의 딜레마를 풀어내야 한다. 또 “최고의 코치일 뿐 감독감은 아니다”는 세간의 평가를 뛰어넘을 리더십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안정적 현실주의자보다는 과감한 개혁가가 되기를
냉정하고 사려 깊은 참모 스타일의 베어벡 감독은 ‘안정적 현실주의자’라는 평가는 받는다.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보니 소심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그 예로 대만과의 1차전과 이란전에서 보여준 과감하지 못한 전술 운용을 꼽을 수 있다. 수적 우위에도 대만의 반격에 말려든 상황을 두고 ‘무색무취(無色無臭)’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란전에서도 마찬가지. 예전의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운 이란이 아니었다. 비기기 위해 수비에 치중한 이란을 상대로 베어벡 감독은 공격수를 늘리는 데 주저했다. 설기현의 선제골 이후 지키려는 의도가 짙었고, 오히려 주도권을 이란에 내주고 말았다. 이를 두고 김호 전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를 뛰어넘고 싶다면 더욱 과감해져라”고 충고했다. 개인 기술을 하루아침에 늘리기란 힘들다. 하지만 경기 상황을 영리하게 대처하는 ‘창조적 패턴’을 만드는 작업은 못내 아쉬웠다. 이 점에서 베어벡 감독은 아직 B학점이다.
유럽파의 딜레마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 설기현(27·레딩 FC). 이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3총사는 분명 대표팀의 주축이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아시아의 전통 강호’ 이란과의 경기는 그렇더라도 대만전 홈경기까지 이들을 선발로 내세운 것은 유감이다.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이란전 무승부로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테고, 이들을 내세워야 안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승부는 결정돼 있던 경기였다. 대량 득점으로 이겨야 한다는 여론을 향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량 득점이 아니라 새 얼굴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와 대비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출신인 이비차 오심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올해까지는 해외파의 차출 없이 J리그파로만 경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하고 예멘에도 간신히 승리를 거두는 등 졸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의 시도는 분명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유럽파의 경기력은 국내에서 오히려 떨어진다. 시차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지친 기색도 역력했다. 특히 이번에는 시즌 초반 소속팀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더욱 좋지 않았다. 유럽파 비중을 줄이면서 내부 경쟁구도를 강화하는 탄력적인 운영이 절실하다.
코엘류·본프레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베어벡 감독에게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코치로서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감독 역량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거스 히딩크와 딕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전략참모로서 훌륭하게 소임을 수행해낸 그이지만,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와 네덜란드령 안틸레스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는 대담해져야 한다. 쉽게 흥분하지 않지만 필드에서 내뿜는 기세가 선수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가 필요한 것이다. 그는 이란전 막판에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고 실수로 동점골을 내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감독의 책임도 크다. 히딩크 감독이 한일월드컵 스페인전 때 지쳐서 뛸 기력조차 없는 선수들을 어떻게 독려했는지를 베어벡 감독은 꼼꼼히 되새겨보면 어떨까?
핌 베어벡(5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 후 치른 2007아시안컵 예선 3경기에 대해 축구전문가들은 ‘희망과 불안’이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베어벡 감독은 8월16일 대만과의 원정 경기에서 3대 0으로 승리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9월2일 이란전에서는 어이없는 실책에 의해 1대 1 무승부로 마쳤지만, 나흘 뒤 치른 대만과의 홈경기에서는 무려 8골 차 대승을 거뒀다.
아쉬운 이란전 무승부나 대량 득점한 대만전의 결과만을 두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독일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던진 화두는 분명 ‘창조적 개혁이 없는 투혼만으로는 세계 벽을 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생각하면서 승리하라(Thinking, Winning)’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변화를 약속했다.
그는 점진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에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개혁이 오로지 세대교체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다. 그가 한국 축구의 내용을 바꿔가는 개혁에 성공이라는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3개의 아킬레스건을 뛰어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심하다는 이미지를 떨칠 과감함을 보여줘야 하며, 유럽파의 딜레마를 풀어내야 한다. 또 “최고의 코치일 뿐 감독감은 아니다”는 세간의 평가를 뛰어넘을 리더십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안정적 현실주의자보다는 과감한 개혁가가 되기를
냉정하고 사려 깊은 참모 스타일의 베어벡 감독은 ‘안정적 현실주의자’라는 평가는 받는다.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보니 소심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그 예로 대만과의 1차전과 이란전에서 보여준 과감하지 못한 전술 운용을 꼽을 수 있다. 수적 우위에도 대만의 반격에 말려든 상황을 두고 ‘무색무취(無色無臭)’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란전에서도 마찬가지. 예전의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운 이란이 아니었다. 비기기 위해 수비에 치중한 이란을 상대로 베어벡 감독은 공격수를 늘리는 데 주저했다. 설기현의 선제골 이후 지키려는 의도가 짙었고, 오히려 주도권을 이란에 내주고 말았다. 이를 두고 김호 전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를 뛰어넘고 싶다면 더욱 과감해져라”고 충고했다. 개인 기술을 하루아침에 늘리기란 힘들다. 하지만 경기 상황을 영리하게 대처하는 ‘창조적 패턴’을 만드는 작업은 못내 아쉬웠다. 이 점에서 베어벡 감독은 아직 B학점이다.
유럽파의 딜레마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 설기현(27·레딩 FC). 이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3총사는 분명 대표팀의 주축이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아시아의 전통 강호’ 이란과의 경기는 그렇더라도 대만전 홈경기까지 이들을 선발로 내세운 것은 유감이다.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이란전 무승부로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테고, 이들을 내세워야 안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승부는 결정돼 있던 경기였다. 대량 득점으로 이겨야 한다는 여론을 향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량 득점이 아니라 새 얼굴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와 대비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출신인 이비차 오심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올해까지는 해외파의 차출 없이 J리그파로만 경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하고 예멘에도 간신히 승리를 거두는 등 졸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의 시도는 분명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유럽파의 경기력은 국내에서 오히려 떨어진다. 시차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지친 기색도 역력했다. 특히 이번에는 시즌 초반 소속팀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더욱 좋지 않았다. 유럽파 비중을 줄이면서 내부 경쟁구도를 강화하는 탄력적인 운영이 절실하다.
코엘류·본프레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베어벡 감독에게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코치로서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감독 역량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거스 히딩크와 딕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전략참모로서 훌륭하게 소임을 수행해낸 그이지만,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와 네덜란드령 안틸레스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는 대담해져야 한다. 쉽게 흥분하지 않지만 필드에서 내뿜는 기세가 선수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가 필요한 것이다. 그는 이란전 막판에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고 실수로 동점골을 내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감독의 책임도 크다. 히딩크 감독이 한일월드컵 스페인전 때 지쳐서 뛸 기력조차 없는 선수들을 어떻게 독려했는지를 베어벡 감독은 꼼꼼히 되새겨보면 어떨까?